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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31. 2022

3월 31일 송지웅의 하루

월말 

3월 31일.


월말을 맞아 이번 달 사용한 돈을 정리해봤다. 

작년에 첫 취업을 한 내 월급은 세금을 다 떼고 230만 원 정도였다. 적은 월급이었지만 다행인 것은 내가 아직 부모님 집에서 산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따로 월세가 나갈 것은 없었다. 다만 그만큼 저축을 하려고 노력했다.

통신비는 2만 원이 나오지를 않는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비싼 요금제와 핸드폰 값 때문에 통신비를 많이 내야 했지만 알뜰폰으로 바꾸고 나서는 적은 비용에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핸드폰 욕심도 없었기 때문에 3년 전에 바꾼 핸드폰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보험료로는 아직 2만 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었다. 실비 보험 하나를 가입해놓고 있었지만 최근에 친구들이 나이가 들기 전에 보험을 가입하는 게 좋다고 해서 암보험이나 다른 보험을 가입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돈이 아깝다. 아직은 내 젊음을 믿어보고 싶다. 

하지만 이밖에도 고정 지출 비용은 꽤 많았다. 넷플릭스를 봐야 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돈을 나눠서 조금씩 지출하고 있다. 또한 다른 OTT 서비스도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것도 친구들과 나눠서 돈을 내고 있다. 유튜브를 하도 많이 보고 있기 때문에 광고를 제거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 이건 나눠서 돈을 내기가 애매해서 전액을 내고 있다. 또 글 읽는 것을 좋아해서 독서 관련 구독 서비스도 사용하고 있다. 이것저것 합치니 구독료만 5만 원 가까이 나가고 있었다. 뭐라도 줄이고 싶은데 막상 줄이면 보고 싶어질 것 같아 이건 내 취미의 영역으로 남겨놓고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밖에 다른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 정도의 돈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교통비. 차가 없기도 하지만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료로 약 10만 원가량이 나오고 있다. 이건 줄일 수가 없다. 이동을 최소화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다음은 식비. 식비는 그리 아끼지 않고 있다. 집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에 저녁값이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로 식재료는 내가 사고 있다. 가끔 내가 직접 음식을 할 때도 있지만 어머니가 아직 밥을 하실 때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 후 약속을 잡는다던지 주말에 놀러 가던지 하기 때문에 음식과 관련된 비용은 꽤 많이 지출하고 있다. 대략 50만 원 정도는 한 달에 사용하는 것 같다. 

그다음으로는 청소비이다. 부모님이 아직 일을 나가시기는 했고 나 역시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청소를 도와주시는 분을 부르기로 했다. 이 비용은 내가 내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안 곳곳을 깨끗하게 청소해주실 수 있는 분을 찾았고 부모님도 나도 그분의 꼼꼼함에 항상 감탄하고 있다. 한번 오실 때 7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이니 30만 원 조금 안 되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이 오시게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부모님께 죄송할 뿐이다.

그 외에 매달 100만 원은 적금을 넣고 있다. 요새 적금 금리를 생각하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투자를 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돈을 안 까먹는 용도로 저축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하면 남는 돈은 30만 원 언저리가 된다. 이 금액은 항상 내가 고민하는 돈이다.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면 저축을 하는 것이 맞지만 막상 내가 밥 먹는 거와 넷플릭스 보는 거 외에 투자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사치품을 쓰는데 쓰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어쩔 때는 정말 사치 용도로 사용할 때도 있고 그냥 저축하는 용도로 쓸 때도 있다. 이번 달 남은 돈은 그냥 추가로 저축하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하다 보면 돈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식비일 것이다. 조금 더 줄인다고 해서 내가 굶고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줄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빨리 연봉을 올리는 것뿐일 것 같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돈을 벌면서 항상 돈이 모자란다고 앓는 소리를 한다. 그럴 땐 가끔 짜증 나기도 한다.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버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막막하다. 지금은 부모님 집에서 같이 살지만 언제까지고 부모님이 돈을 벌 수도 없고 내가 이곳에 있을 수도 없다. 지금 만나는 사람은 없지만 언젠가 가정이 생긴다면 이렇게 돈을 쓰면 안 될 수도 있겠지…. 어릴 때는 어른들의 세상이 부러웠지만 막상 어른이 되니 다시 아무 걱정 없었던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우리 부모님도 그만큼 치열하게 사셨겠지만….

월말이 되면 항상 씁쓸해지는 것 같다. 소주에 안주 하나를 시켜서 먹고 싶은 기분이지만…. 아껴야지…. 그래, 아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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