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여행
뉴욕의 밤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일을 마친 운일은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있었다.
깜빡 잠이 든 사이...
운일은 어릴 적 친구들과 놀던 놀이터의 모습을 보았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노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쿵'
운일이 꿈속에서 떨어졌을 때,
운일은 실제로 침대에서 떨어진 다음이었다.
어느새 밤 11시였다.
운일은 정신을 차리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꿈속에 나왔던 풍경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어릴 적의 친구들의 모습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과 즐거웠던 추억
다투었던 기억
서먹서먹해져 멀어진 그날들...
운일은 초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미국에서 살았다.
가끔 한국에 간 적이 있지만
운일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어했다.
미국에서의 삶이 좋았고 가끔 가는 한국은 재미없게 느껴졌다.
성인이 되어서는 한국을 찾은 적도 없다.
부모님도 미국에 계시고 꼭 찾아갈 이유를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운일은 갑자기 꿈속에서 본 한국의 모습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사실 운일은 한국이나 미국에서 모두 외롭게 지내는 사람이었다.
친구를 만드는데 서툴렀던 그는 미국에 와서도 마찬가지였고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좋은 대접을 받지도 못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뿐이었고 그마저 연락이 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운일은 오늘따라 고향이 그리워졌다.
딱딱한 도시의 풍경뿐이지만 운일에게는 고향이었다.
운일은 포털 사이트의 지도 서비스에 접속했다.
그리고 어릴 적 살던 동네를 검색했다.
동네의 모습을 보고자 그는 거리뷰 기능을 켜서 어릴 적의 거리를 탐험하기로 했다.
어릴 적의 모습은 남아있기는 했지만
가게들은 이제 다른 곳이 되었고
낡은 건물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다 운일은 한 건물에서 잠시 마우스 클릭을 멈췄다.
운일은 건물이 있던 곳을 보니 잠시 예전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운일은 이곳에 타임캡슐을 묻은 기억이 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운일은 친한 친구들과 함께 서로의 추억거리를 땅 속에 묻었다.
운일은 그때 자신이 정말 좋아하던 만화책을 가져왔었다.
정확히 이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맞는 것 같았다.
큰 나무가 있던 곳인데 이젠 건물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운일은 자신이 묻었던 타임캡슐도 이젠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운일은 옛 생각에 잠시 웃음이 났다.
이제 운일은 자신이 다녔던 초등학교를 가보기로 한다.
초등학교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모습조차도 꽤나 변해있었다.
어릴 적 그토록 높게 느껴지던
학교의 담도 지금 보니 굉장히 낮아 보였다.
운동장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지도에서는 불가했다.
운일은 예전에 살던 집으로 이동했다.
아파트는 여전했고 재개발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꿈속에서 봤던 놀이터에 도착했다.
어릴 적의 모습과는 달라졌지만
그래도 운일의 추억을 되살리기엔 충분한 모습이었다.
어린 운일은 학교를 다녀오면 항상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과 놀았다.
싸우기도 하고, 맛있는걸 같이 먹기도 하고, 목어 터져라 울기도 했고, 즐겁게 웃기도 한 곳이었다.
운일은 생각해보니 어릴 때는 그리 소심하지도, 사람을 사귀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순간 깨달았다.
오히려 이민을 오고 나서 계속해서 내향적으로 바뀐 것 같았다.
운일은 오랜만에 고향의 모습을 보니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연고도 없어 돌아갈 일이 없지만
오늘은 어째 한국이 그리워지는 하루였다.
내일 일찍 출근을 해야 했기에
운일은 다시 잠자리에 들기로 한다.
꿈속에서 어릴 적의 자신을 다시 만나기를 바라며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