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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Dec 16. 2022

12월 16일 지성현의 하루

회고

1년 전 성현은 호기롭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다. 성현은 돈이 될만한 아이템이라 생각해서 자신만만하게 회사를 차렸지만 모든 일은 성현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성현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성현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 수 없었고 성현이 가지고 있는 자금은 사업을 하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외부의 투자를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2개월, 성현은 바로 사업을 접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다가 성현에게 은인이 두 명 나타났다. 한 명은 성현이 전 회사에서 알던 사람으로 그의 이름은 민석이었다. 민석은 성현을 좋게 보는 사람이었다. 그는 성현이 호기롭게 사업을 시작했는데 제대로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민석은 성현에게 거래처를 하나 소개해줬다. 성현이 지난 회사에서 하던 것의 연장선 상에 있는 일이었다. 무역과 관련된 일이었다. 그리고 무역 관련 업무는 성현이 제일 잘하는 일이었다. 처음 성현은 원래 자신이 하던 일이 싫어서 창업을 한 것이라 민석의 제안을 수락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민석은 그런 성현에게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성현은 민석의 제안을 받아들여 거래처를 만났다. 그리고 이 덕분에 성현은 몇 달 간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다음으로 찾아온 은인은 7월 경 만난 태훈이었다. 당시 성현은 창업가 모임에 가입해서 활동했는데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하게 사업에 실패한 태훈을 만날 수 있었다. 성현과 태훈은 서로 반대되는 성격과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성현은 적극성과 영업력은 뛰어나지만 디테일을 잡는데 약했다. 반면에 태훈은 디테일을 잡고 개발까지 할 수 있어 서비스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리더로서의 역량은 부족했다. 성현은 태훈과 함께라면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둘은 그 이후에도 몇 차례 만났고 마음과 뜻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8월 태훈이 성현의 회사에 합류했다.

성현은 태훈과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갔다. 정부 지원 사업에도 도전해서 초기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11월에는 사업을 위한 프로토 타입 서비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시점까지도 성현은 계속해서 민석이 연결해주는 무역일을 하고 있었다. 성현이 벌어들이는 돈과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받게 되는 예산 등으로 회사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게 되었고 직원도 2명 정도 채용할 수 있었다. 한 명은 성현의 무역일을 도와줄 사람이었고 또 한 명은 태훈과 같이 일할 사람이었다. 태훈은 성현이 무역일을 줄이고 이제 본사업에 집중하기를 바랐다. 성현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현실적인 것을 고려해야 했다. 

그렇게 어느새 12월이 되었다. 성현은 내년 계획을 태훈과 잡고 있었다. 그러면서 성현은 지난 1년 간 있었던 일들을 회고했다. 어떤 점에서 회사의 성장 발판을 찾았고 어떤 점을 보강해야 했고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성현과 태훈은 며칠 동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회고는 일주일 넘게 계속되었다. 두 사람 모두 앞으로 1년은 어떻게든 버텼지만 내년에도 사업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 하면 회사를 접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성현 쪽 직원인 종우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성현은 당황스러웠다. 성현이 종우에게 이유를 묻자 종우는 무역일을 하고 싶어서 회사에 들어온 것인데 지금 회사가 가는 방향은 자신과 맞지 않다고 대답했다. 성현은 할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은 종우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성현에게는 아직 종우가 필요했다. 사업의 방향성을 정하고는 있었지만 당분간은 캐시 카우가 필요했다. 무역일은 그런 일 중 하나였다. 성현은 종우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종우의 뜻은 확고했다. 

종우의 입장을 들은 태훈은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무역일을 접고 본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그 이야기를 들은 성현은 매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성현은 채용사이트에 무역 일과 관련된 채용 공고를 올렸다. 성현에게 아직은 그와 함께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 성현은 몇 달 같이 일하지도 않을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양심에 찔렸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회사일을 마치고 오랜만에 성현은 일찍 집으로 갔다. 태훈은 여전히 사무실에 앉아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집으로 가며 성현은 자신이 창업을 한 것이 맞는 일인지, 사업 방향을 태훈과 함께 하는 것이 맞는지, 무역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무역일이 결국 성현의 운명인지를 계속 생각했다. 성현은 깊은 한숨을 쉬며 무거운 마음으로 불금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에게 금요일은 불타는 금요일이 아니었다. 그는 1년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주말을 맞이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 금요일은 그저 불구덩이 같은 금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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