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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Feb 10. 2022

2월 10일 최현지의 하루

퇴사 소식

"저 이제 퇴사하려고요."


점심 식사 자리에서 갑자기 퇴사 고백을 하는 동료의 말을 듣자 모두 놀라 현지를 쳐다봤다. 자신을 보는 동료들을 보며 현지는 예전부터 생각한 것이었는데 이제 입사 2년이 되어가니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현지의 퇴사 소식은 갑작스러웠지만 그래도 예상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동료들도 어렴풋이 요새 현지의 마음이 붕 떠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지는 최근 옮긴 팀에서 힘들어하고 있었다. 자신의 업무와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동기부여마저 되지 않아 일의 실수도 늘어갔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팀장은 현지를 압박하기만 했다. 사실 팀장은 현지에게만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팀장 나름데로의 스타일이었지만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현지는 더더욱 적응하기 어려워하였다.

팀장 때문에 힘든 것은 현지 뿐만은 아니었다. 항상 막무가내로 업무를 지시하고 막말도 하는 팀장이라 회사 내에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팀장도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신이 이렇게 계속해서 아래 직원들을 압박하고 성과를 내기 때문에 회사가 잘 굴러간다고 믿었기 때문에 팀장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

현지는 원래도 다른 팀에 있을 때 팀장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 있어 부딪힐 일은 많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같은 팀이 되니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었다.

현지도 버티려고는 했었다. 그러나 하루하루 지쳐갔고 그나마 의지하던 동료들도 팀장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다가 며칠 전, 현지에게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이름이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었지만 최근 꽤나 괜찮은 아이템으로 업계에 서서히 주목받던 곳이었다. 인사담당자와 간단한 티 타임 이후, 면접, 그리고 합격까지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막상 합격하니 현지는 바로 이직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고민했다. 차라리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보거나 잠시 휴식하며 살까 고민을 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작은 카페를 하고 싶던 현지였기에 이 기회에 본격적으로 준비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회사에 있을 때라고 현지는 생각했다. 물론 지금 회사는 아니라는 것을 현지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팀장 때문에 도망치듯 나가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에 현지는 기뻐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현지는 동료들에게 퇴사 소식을 알렸다. 현지는 아직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내일 팀장에게 현지가 직접 이야기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동료들은 현지의 미래를 응원하면서 자신들도 빨리 나가고 싶다는 부러움의 말을 하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현지는 2년 전, 이곳에 처음 왔던 시절을 떠올렸다. 부족함이 많았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어 좋았던 곳. 그때 함께 일한 동료들은 대부분 없다.. 2년 사이에 회사는 성장했지만 그 시절 함께했던 사람들은 이제 거의 없다. 이제 마지막 사람이 된 것 같은 현지는 그렇게 앉기 싫었던 사무실 의자에 가벼운 마음으로 앉았다. 앉자마자 듣기도 싫은 팀장의 업무 지시가 떨어졌다. 이제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현지는 알았다고 대답하고 일에 집중했다.


내일, 현지는 진짜 퇴사 소식을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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