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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Feb 11. 2022

2월 11일 정성욱의 하루

배달음식

성욱은 오늘도 배달앱을 켜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퇴근길 지하철에 탔다. 배달음식은 금요일에 되면 한 주 수고한 자신에게 주는 일종의 보상이었다. 예전 같으면 맛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었다. 벌써 2년째 매주 금요일마다 배달 음식을 찾고 있었다.

배달앱으로 들어가니 익숙한 메뉴만 눈에 들어온다. 먹어봤자 먹을 것은 뻔했다. 치킨이나 피자가 기본이었고 기분 낼 때는 회에 소주를 마셨다. 그밖에 다양한 음식을 먹었지만 오늘은 딱히 당기는 것이 없었다. 매번 배달을 시키지만 그렇게 맛있는 곳은 없었다. 더부룩한 느낌과 재활용도 안 되는 더러운 플라스틱만 남을 뿐이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했기에 성욱은 한식을 먹기로 했다. 뭘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삼겹살 집에서 한상차림을 시켰다. 리뷰를 약속하면 고기를 100g 더 준다는 곳이었다. 성욱은 집에 도착하는 시간을 고려해서 적당한 타이밍에 주문을 완료했다.

집에 도착하고 5분이 지나자 배달원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바로 나갔지만 배달원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남은 것은 음식뿐이었다.

성욱은 봉지를 뜯으며 밥을 먹을 준비를 했다. 이것저것 찬거리가 많았다. 하나하나 뜯기 귀찮을 정도였다. 성욱은 고민하다가 그릇에 덜지 않고 메인 메뉴만 뜯어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은 고기였다. 하지만 직접 가서 먹는 맛은 도저히 나지 않았다.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을 때는 도통 볼 수 없는 작은 소시지가 고기 곳곳에 있었다. 성욱은 이게 삼겹살의 식감을 해친다고 생각했다. 먹기 전에는 양이 적어 보인다 생각했지만 먹어보니 제법 양이 찼다.

성욱은 다시 더부룩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그냥 이거 먹지 말고 혼자 고기 사 와서 구워 먹을걸이라는 후회를 했다. 남겨진 밥을 보며 고민하던 성욱은 순간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안 한 것을 깨달았다.

바로 리뷰를 남길 사진을 찍지 않은 것이다. 성욱은 대충 음식을 그럴싸하게 배치하고 얼마 남은 양은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 예쁘게 찍었다. 그리고 배달앱을 켜고 리뷰를 남겼다.


"항상 맛있게 먹고 있어요 번창하세요"


그리고 별 다섯 개를 남겼다. 성욱은 이 리뷰를 보고 누군가 또 자신처럼 또 낚이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성욱은 배달 음식의 쓰레기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밥을 해 먹나 시켜먹나 치우기 귀찮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래서 밖에서 먹는 것을 선호하는 성욱이었다.

성욱은 뒷정리를 내일의 자신에게 맡기도 태블릿을 꺼내 넷플릭스를 틀었다. 그리고 아끼는 쿠션을 꺼내 본격적으로 쉴 준비를 했다. 만족스러운 식사 자리는 아니었지만 성욱은 이제 자신만의 금요일 밤을 즐기려고 하면서 벌러덩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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