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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씽 Dec 05. 2023

너의 호기심


이 세상에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인 찰동이는 온 감각이 예민하다. 단지 눈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소리와 냄새에 호기심을 반짝인다.


"엄마, 이곤 무슨 소리지?"

모든 걸 멈추고 가만히 집중하는 그의 호기심에 귀를 기울이면 바람결에 흩어지는 돌돌돌 낙엽소리, 새의 푸드닥 날갯짓에 포사삭 흔들리는 나무의 소리, 먼발치서 들리는 아이들의 까르르 메아리치는 웃음소리까지. 흩날리듯 사라져 버릴 모든 순간들을 와락 붙잡아 보게 된다.


"엄마, 이곤 무슨 냄새지?"

후각에 민감한 건 날 닮았는지 나도 응? 하고 느낀 냄새를 찰동이도 오! 하고 단박에 알아챘다. 어느 집 창틈에서 솔솔 새어 나오는 따듯한 라면 냄새다. 필히 이 냄새는 우리 첫째가 좋아하는 그 라면일 테고 어쩐지 좀 짙은 향이 계란도 넣은 것 같다. 시간으로 보아하니 학원 갔다가 출출하니 저녁 먹기 전에 엄마 몰래 혹은 엄마에게 겨우 졸라 끓여 먹는 라면일 것 같다. 저 집에 초등학생 자매가 사는데, 하나 끓여

서로 나눠 먹겠지. 아마 세상 최고의 맛이 그 맛일 거다. 냄새 하나에 이런저런 상상 속을 헤엄치다가 겨우 겨우 빠져나온다. 괜히 웃음이 나는데 찰동이도 미소 짓는 걸 보니 아이는 어떤 상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엄마, 쩌-건 뭐지?"

오늘도 아이는 작은 것,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무엇인지 알고 싶은 호기심도 있겠고 저 신기한걸 엄마도 함께 봤으면 하는 기대일 테지. 설령, 우리가 놓치거나 모든 걸 다 알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그 반짝임을 끊임없이 간직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내 시선을, 온 감각을,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 보기로 한다.


아이 덕분에 온 감각으로, 예민하게 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즐겁고 또 참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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