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소소하지만 든든하게
4. 샤케라또를 아시나요?
소소하지만 든든하게 [ Soːden ]
언젠가 아주 까마득한 과거에 커피를 마시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 이 커피 한 잔으로도 든든 해질 수는 없는 걸까? '
이 생각은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을 때도 은연중에 자꾸만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간혹 그런 날이 존재한다.
배는 포화상태에 뭔가를 많이 집어넣기는 부담스럽지만
음식으로 인해 거북해진 속을 개운하게 해 줄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은 그런 날.
그렇다고 에스프레소를 입안 가득 진하게 마시기에는 그 후 찾아올 물에 대한 강한 갈망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물을 왕창 마실작정이었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2샷의 아메리카노를 마셨을 것이다 )
이렇게 이야기하면 주변인들은 최대한 샷과 물량을 줄이라 한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에 나는 다시금 그건 내가 원하는 맛을 낼 수가 없다며 반박하니 참 유난스럽단다.
세상에 그렇게 다양한 커피의 레시피들이 존재하는데,
나의 배부름을 한 짐 덜어주며 음식으로 거북해진 속과 텁텁한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줄 커피는 없을까?
왜 이럴 때면 늘 내 머리는 굴러갈 생각 없이 한자리에 일시정지인지.
바리스타로서 본격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던 그 해에 처음, 매니저로 입사한 개인매장이 있었다.
워낙이나 갑장스런 땅값의 오름세로 인하여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동네였어서 그런지
도로바닥이며 집벽돌 하나하나까지 전부 광이 번들번들한 것들로 교체가 되어 있어 출근길엔 매번
부자동네로 입성하는 것이 실감이 날 정도였다.
바리스타로서의 첫 삶을 그런 부자동네에 있는 개인매장에서 시작했으니
당연 매장도 부티가 흐를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내 크나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문을 열기도 전부터 알아버렸다.
지은 지는 15년이 훌쩍넘은대다가, 매장이 운영된 지는 10년 차였다.
그때는 그래도 뭔들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바리스타로서의 엄청난 메리트가 있는 게 아닌 나에게서 바닥부터 차근차근 갈 수 있는 기회라 여겼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되어지지만 그곳에서 일했던 시간들이 당시에는 참 지옥이라 여겼으나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후에야 비로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쓴 것이 몸에 좋다는 말처럼, 쓰다 느끼는 삶을 뱉어내고 도망가지 않고 살아내었기에 다디단 지금을 살아간다.
아, 본론으로 다시 들어가자면 나의 배부름에 대한 짐을 덜어주며 텁텁해진 입안도 개운하게 해 줄 커피또한 이곳에서 처음 알게되었다.
(누군가 이 커피를 듣는다면 그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커피가 아니냐 하겠지만서도 그당시의 나에겐 색다른 커피였음에)
하지만 이곳에서 알게된 '이 커피'를 모양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레시피로는 시간과 힘이 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커피애호가인 나는 모든 이들이 '이 커피'를 집에서도 편하게 만들어 마실만한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던중 간편하고 신속하지만 그럼에도 그 맛을 더 극대화 할 수있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그래, 그래서 도대체 작가 당신이 말하는 '이 커피'가 뭔데?
[ 샤 케 라 또 shakerato ]
셰이커에 에스프레소와 얼음 조각을 넣고 흔들어 만든 커피.
이밖에도 에스프레소와 얼음, 설탕이나 시럽을 이용하여 만든 이탈리아식 커피음료의 일종이다.
이탈리아식 샤케라또를 제조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간단하다.
셰이커통에 리스트레또 2샷(또는 에스프레소도 좋다), 각얼음 7개, 설탕 2스푼을 넣고 마개를 닫은 뒤 흔들어
충분한 거품을 만든다. 이탈리아에서는 보통 마티니 잔에 담아낸다고 한다.
때때로 알코올을 첨가하기 위해 베일리스를 넣기도 한다고도 한다.
보통의 개인카페에서는 살짝이 변형이 된 부분들이 많다.
리스트레또 대신 에스프레소 2샷을 이용하는 경우
설탕 2스푼 대신에 시럽을 이용하는 경우
마티니 잔대신 테이크아웃 이용고객을 위한 일회용품 잔사용 등과 같은 경우
셰이커를 흔들어 풍성한 거품을 만드는 것은 참 좋긴 하나, 때때론 팔이 아플 수도,
그것마저도 귀찮음을 느낄 수도 있다고 충분히 생각한다.
자, 그렇다면 여러분들에게 내가 알려주고 싶은 조금 더 색다른 샤케라또를 알려주고자 한다.
다들 집에 믹서기가 하나쯤은 비치가 되어 있다고 가정하며 레시피를 적어가도록 하겠다.
( 믹서기의 사이즈는 전혀 무관하니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믹서기 그대로 사용하여도 좋다 )
믹서기에 리스트레또 or 에스프레소 2샷을 넣어준다.
얼음은 큰 각얼음기준 5개를 넣어준다.
( 얼음의 사이즈가 작은 경우 2-3개 정도 양을 늘려도 좋다 )
바닐라시럽 1 펌프 또는 설탕 1스푼 정도 약간의 감칠맛을 위해 취향껏 넣어도 좋다.
( 조금 더 고소한 맛을 원한다면 당감미제는 넣지 않는 것을 추천 )
믹서기의 스무디버튼이나 가장 곱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버튼으로 10초~15초 내지 갈아준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잔에 담아내어주면 딱 한잔분량의 샤케라또가 나온다
샤케라또 특징의 거품이 좀 더 많이 생기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첫맛을 음미할 때는 최대한 바로 빨대를 이용하지 않고 마시는 것이 좋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디감과 고소하면서도 전혀 에스프레소의 쓴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알수 있다.
에스프레소 / 아메리카노와는 또 다른 느낌의 특별한 커피를 느껴볼 수 있다!
한 입만 마셔보려 한 나만의 샤케라또가 어쩌면 다음 한 입을 더 생각나게 할 수도,
그다음 한 입이 내일을 기대하게 할지도 모른다.
간편하면서도 풍성하고 부드러운 거품을 더욱이 극대화하여 즐길 수 있으며 배는 많이 부르지 않지만 커피를 맛있게, 또 여러분의 텁텁해진 입안을 깔끔하게 해 줄 수 있는 이 조금은 특별한 샤케라또가 여러분의 커피인생에서 살며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