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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den Dec 14. 2024

소든하게_모닝커피 시작합니다

커피 한 잔 소소하지만 든든하게

#2 모닝커피 시작합니다


소소하지만 든든하게 [ Soːden ]

언젠가 아주 까마득한 과거에 커피를 마시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 이 커피 한 잔으로도 든든 해질 수는 없는 걸까? '

이 생각은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을 때도 은연중에 자꾸만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8년이란 세월이 누군가에겐 턱없이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 8년은 잦은 직업의 변천사 덕분에 많은 경험을 하도록 격려되던 시기였다.

한때는 아픈 이들을 간호하는 직업을 갖고 살기도 했으며

그다음 해에는 숫자와 법을 다루는 일에 흠뻑 빠져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세월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나는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향을 갖고 태어나 자라기를, 사무 업종처럼 두 궁둥짝 오래 붙이고 컴퓨터만 오래 보며 누군가의 지시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일에는 흥미가 생기질 못했고, 환자들을 간호하고 주삿바늘을 꼽는 메디케어일은 어릴 적 꿈이었던 지라 퍽 행복하게 해 봄직했으나 교대근무라는 장벽을 뛰어넘지 못해 결국 스스로를 환자로 만드는 지경에 이르게 하였다.


깨닫고 있다. 지금 와서야 8년의 경험들이 이 자리에 서있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진정 내가 나만의 브랜드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는 이유를.


20대의 초반. 커피라고는 입에도 못 대던 내가, 아메리카노는 쓴맛이 나는 음료인데 사람들은 이런 맛없는 것을 왜 먹냐며 이마 가득 주름잡았던 시절이 있었다.


웃기게도 삶은 오일링 두툼히 깔린 크레마를 가진 에스프레소 투샷보다 더 쓴 순간을 제공했고,

나는 그 순간을 버티기 위해 2샷의 에스프레소가 입안 가득 달짝 치근 해지는 현재에 이르렀다.


삶이 쓴 줄은 그렇게 짙게도 알면서 조금 덜 쓴 에스프레소에 위가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알아챘던 순간엔 이미 커피에 내 인생을 걸겠다 다짐한 시기였기에 놓을 수조차 없었다.

커피에 내 남은 인생을 걸었고, 매일 아침 한잔씩 마시는  모금의 기쁨조차 누리지 못하는 인생은 어쩐지 짜장면에 단무지가 금지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니 우리, 조금 덜 해롭고 맛있게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겠냐고,

더 이상 속이 쓰리거나 커피로 인한 위장병으로 알 x겔을 찾아 약국을 모험하는 사사로운 행동을 하고 싶지 않지 않은가.


당신들은 언제 마시는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가?

식후에 디저트와 함께 즐기는 커피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가?

혹은 공복의 아메리카노에 커피를 즐기는 사람인가? 그뿐일까.

따뜻한 커피를 선호하는가? 차가운 커피를 선호하는가?


커피라는 기호식품 속에 또다시 다양한 기호도가 분포되어 있다.

이 무궁무진한 기호도의 선택폭 또한 내가 커피를 포기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속이 쓰리고 커피로 인한 위장병에 알 x겔을 찾아 헤매이던 내가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바리스타가 되었으며 더 이상 약국을 전전하지 않게 되었을까?




#1. 매일 아침 아메리카노 한 모금으로 그날의 컨디션 선 체크 후 커피를 마실지 유무 결정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직장인들이라면 단골카페,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같이 매일같이 즐겨 마시는 특정 브랜드 또는 원두가 정해져 있을 것이다. 커피의 맛과 향이 대다수 변동이 없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바리스타라는 직업특성상 매일 오전 매장오픈 전엔 분쇄도와 머신, 그라인더의 전체적인 세팅값을 조율하여 매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항상 같은 맛의 커피를 전해드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그러기 위해서 맨 처음에는 아무런 기계적 조작 없이 추출을 진행하는데, 추출과정에서 유량의 변화와 추출된 에스프레소의 ml 그리고 추출된 초를 함께 체크한다.


완벽히 그날의 세팅이 맞추어지면 한숨 고르며 아메리카노 아이스최종 맛을 점검한다. 

아주 소수의 날 둘 중 매번 마시는 아이스커피에서 평소와 달리 쓴맛과  중간 어디쯤 오묘한  목부터 입안을 감싸오며 불쾌감을 주기 시작하며 더불어 에서 거친 바디감이 함께 느껴지는 날이 있다. 세팅된 값도 추출초와 도징량, 로스팅 후 숙성기간까지 모두 괜찮았음에도 입안에서 받아들이는 모든 것이 불쾌한 그날은 눈치채지 못했던 나의 컨디션이 모두 난조인 상태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곤 그날은 최대한 커피를 마시지 않고자 한다. 나의 1년 중 열손가락 안에 드는 몇 안 되는 날이지만 입안의 향긋한 커피마저 나를 거부하는 날이기에 최대한 멀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나머지의 모든 날을 행복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커피도 사랑과 같았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더 행복하게 커피를 즐기기 위해 오늘  하루 내 몸을 배려하는 것.

사랑도 상대를 위해 어떤 날은 한 발자국 물러서 줄 줄도 알아야 더욱이 사랑이 깊어지는 것처럼.

커피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갈수록 깊어지는 것처럼.



내가 위장병을 앓고 있음에도 달리 약을 먹지 않고도, 계속해서 커피를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여러 이유들 중 첫 번째 이유이다.





2샷 포터필터를 이용하여 1샷씩 나누어 추출하는 사진

 



2샷 포터필더를 이용하여 에스프레소 추출



진한 갈색을 띨수록 크레마의 점도와 바디감이 더욱 올라간다. 크레마에서는 커피의 연한을 느낄 수 있으니 물에 갓 부은 에스프레소일수록 저어 마실 것을 권장.


유독 크레마의 색상이 갈색보다 고동색에 가까울수록 추출되는 초가 길지는 않는가 혹은 탄맛과 향이 나지는 않는가 확인해봐야 한다.










모든 위 내용은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작가의 사실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므로 참고하여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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