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설레었겠지
알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은근한 욕심이
다를 줄 알았지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는 감탄과
정말 다른 사람인 것만 같았던 환상이
계절은 네 번이나 바뀌는데
갈아입지도 못하는 우리의 관계는
지금의 날씨처럼 덥고 습했지
그러던 어느 날
아니 평소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던 그날
물놀이할 때 버리려고 챙겨간 헌 옷처럼
오랜만에 나를 챙겨서 고이 버렸지
너도 예상했겠지만 이라는
말 뒤에 했던 말은 기억도 나지 않아
마침 빛과 물이 만나 비치는 윤슬처럼
물결이 일지 않거나 빛이 비치지 않았으면
우리는 설레지 않았을 텐데
덥고 습하지도 않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