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에도 내성이 생기나요?

탈락, 실패가 익숙한 'OO준비생'들에게

by 기록하는 슬기


몇 번이나 메일함을 확인해봤을까. 이따금씩 보이는 새 메일 1, 새 메일 2 이라는 초록색의 진한 몇 글자가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가 어이없는 광고임을 알고는 다시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아, 또 탈락이구나..'



9월 10일, 어제는 브런치에서 진행했던 한식 문화 공모전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8월 20일 즈음, 공모전 참여를 위해 글을 발행하고 나서 간간히 '브런치X한식문화 공모전'이라는 태그를 통해 다른 분들의 글들을 읽어보았다. 엄청나게 많은 글들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뚝하고 흐르게 만드는 글도 있었다. 글의 주제가 '한식과 가족'이다 보니 그 이야기의 농도와 깊이가 진하고 깊었다. 사실 나는 이 공모전을 준비하는 게 다른 공모전을 준비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려웠다. '가족'과 '감동' 그리고 '한식'이라는 주제를 하나의 글로 녹여내기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몇 번이나 글을 썼다가 다 지우고 다시 쓰고를 반복했는지 모른다. 외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가, 이모에 대한 이야기까지 썼다가, 엄마에 대한 이야기까지.. 결국 네팔 여행 중 먹었던 따뜻한 한 그릇의 죽과 엄마가 어렸을 때 해주었던 죽 이야기를 나름대로 담백하게 풀어썼다. 큰 기대는 없었다. 내가 이전에는 잘 쓰지 않았던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시도하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원래 겉으로 '안 될꺼야'라고 해도 속으로는 1%로의 기대를 한다. 그것도 자주. 나도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나 보다. 8월에는 브런치 공모전 이전에 다른 공모전에 하나 더 출품했는데 오히려 브런치 공모전이 더 빠르게 발표일정이 잡혀있었다. 당선자들은 개인 메일을 통해 소식을 전달해준다고 했다. 결국 어제 나의 메일함은 영양가 없는 광고성 메일만 한 껏 받아내고 축하 메일은 단 한통도 수신하지 못했다. '그래..'탈락'이네. 그럴 알았어.'라고 혼잣말을 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겉모습은 꽤나 의연해 보였지만 사실 나는 그 전까지 '.. 정말 메일이 오는 건가?', '밤늦게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수도 없이 잦은 기대를 하며 메일함을 띄운 화면에 새로고침을 연신 눌러댔었다.






오랜만이었다. '탈락'이라는 두 글자가 내 입에서 나온 지 적어도 4~5년은 흐른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첫 대학입시 실패 때, 곧이어 재수 후에도 나는 다시 같은 문장을 읽어야만 했다. 그 후에도 도전하고 싶었던 인턴이라던가 심지어 조건이 좋았던 아르바이트 지원을 하면서도 '죄송합니다. 안타깝지만 귀하는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상투적인 첫 줄을 의도치 않게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다. 이제는 그 '탈락', '실패'라는 단어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는지 알았다. 하지만 '이별'과 같이 '탈락', '실패'는 만날 때마다 적응이 되지 않고 늘 새롭고 또 아프다. 그런데 '이별', 그리고 '실패'에 아프다는 것은 그 사람을, 어떠한 것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원했었기에 아픈 것이 아닐까. 나의 '진심'이 없던 도전 후에 실패에는 큰 타격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 또 그 뒤에 보는 '쓴 맛'은 분명 나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도전하는 것들이 한 번에 이루어지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지만 나는 그 쓴 맛을 보고, 그 시간을 이겨낸 사람들의 단단함을 믿는다. 그래서 앞으로 자주 '쓴 맛'을 보더라도 그저 그 자리에 앉아서 마냥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난 이미 그 자리에 주저 않아 슬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탈락'도 내 인생이라는 긴 과정 속에 짧은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다음 과정을 위해 힘 쏟기로 했다.


분명 앞으로 만날 '탈락'과 '실패'들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언젠가 '축하합니다!'라는 그 한 줄이 내게 올 것이라고 믿는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도 사소한 좋은 소식은 늘 있었지만 내가 그것을 항상 놓치고 기억에서 지우고 살았을 뿐이다. 그냥 '존버'보다도 '발전하는 존버'를 하다 보면 언젠가 나한테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믿는다. 그걸 믿으며 나아가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 기회를 믿는다면 '탈락', '실패' 앞에 아주 조금은 의연해진다. 그리고 툴툴 털고 일어나기도 쉽고.



"그러니 나를 포함한 모든 00 준비생들 (원하는 일, 꿈을 위해 매일 실천하고 있는 분들), '죄송합니다.'라고 시작하는 문장 앞에서 그만 아파하고 다시 일어나서 시작합시다. '탈락'이란 어차피 다른 기회가 오기 위한 또 다른 기회니까요."




이때는 브런치 작가 되는 게 어려운 줄 몰랐는데 요즘 보니 여러번 탈락을 한다고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좋은 기회는 찾아왔었다. 언젠가 또 다른 기회가 오길 믿는다.






마지막으로 아직 못 읽어보신 분들을 위해 공모전 때 썼던 글 링크 띄울께요.

https://brunch.co.kr/@sul5380/16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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