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 '실패'를 견뎌내며 포기하지 않을 내 마음을 믿으며.
9월 말부터 근 3주간 나는 바쁘게 그리고 조금은 울적하게 지내고 있다. 지난 8월 이후부터 내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공모전'과 '브런치, 블로그'이다. 도전해보고 싶은 공모전을 미리 정해서 한 달에 3~4개 정도 출품을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10월에는 마감 날짜가 10월 둘째 주까지인 것들이 4개나 몰려있었다. 그래서 한 동안은 공모전에 집중을 하느라 브런치, 블로그에 새로운 글을 쓰지 못했다.
그중 마감 기한이 가장 빨랐던 한 공모전에는 글만큼 '사진'이 중요한 점수를 차지한다고 해서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고 마감 하루 전날까지 모든 작품을 마무리해서 출품했다. 바로 다음날 그 공모전 웹사이트에 확인 차 들어가 보았는데 이게 웬일..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공모전 마감 기한이 2주나 연장이 되어있었다. 그것도 마감 날짜 당일에. 보자마자 가장 화가 났던 이유는 이 공모전 일정 때문에 다른 공모전 3개를 준비하는 시간이 상당히 촉박해졌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미리 공지를 해줬다면 훨씬 시간 관리를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억울했다. 하지만 공모전을 주최하는 건 그 대기업이고, 난 일개 하나의 참가자에 불과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이왕 마감 기한이 2주나 늘어난 김에 나도 최대한 그 시간을 활용해 출품했던 글들을 수정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충하기로 계획을 세우며 스스로 위로해보았다.
그리고 그 주에는 지난 9월에 출품했던 한 공모전의 결과 발표가 있던 날이 있었다. 예정 발표 날짜는 10월 4일이었지만 5일이 되고, 6일이 지나도 게시판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여러 참가자들은 홈페이지에 언제쯤이면 결과 발표를 알 수 있는지 질문을 했지만 주최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발표 예정일보다 4일이 지난 후 8일이 되어서야 공모전 결과 발표가 나왔다. 역시나 그 글에도 '사전 통보 없이 결과 발표가 지연되어 죄송합니다.'라는 단 한 문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분은 나빴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려 결과를 확인해보는데.. '응? 아닐 거야.. 다시 다시!' 하고 다시 스크롤을 올렸다가 내려서 내 이름을 찾는데..
'없다..' 없었다.
이 기분은 언제 느껴도 적응이 안되고 참 더럽다. 사실 이번 공모전은 내가 다니는 시립 도서관에도 포스터가 붙여져 있을 만큼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대상 상금도 비교적 컸기 때문에 많은 참가자들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다. 그럼에도 이전 수상작을 읽어보니 내 나름의 판단으로 '할 만하겠다.'라고 생각했었다. 대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수상이나 장려상까지는 노려 볼만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여러 번 새로고침을 눌러본 결과 발표 페이지에는 내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모전에 기껏해야 아직 10번도 채 도전해보지 않은 초보 공모전러이지만 기운이 빠지는 건 사실이다. 결과 발표를 기약 없이 며칠 더 기다려서 그런지 기대했던 시간만큼 실망감도 더욱 짙었다. 문제는 결과 확인을 하고 바로 마감 기한이 4일뿐이 남지 않은 두 개의 공모전을 곧바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단순히 '하기 싫다.'가 아니라 '내 글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잠시 도서관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며 가장 친한 동생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다행히도 동생은 근무 중 이동 시간이라 전화가 짧게나마 가능했다. 나는 지금 나의 상황에 대해 털어놓았고, 그 동생은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며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다독여줬다. 그리고 더 오버하며 주최 측을 흉봤다가 이내 "언니 더 큰 데에서 잘 되려고 하는 거예요!"라는 한 마디를 했다. 나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정신 승리를 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자뻑'에 빠질 일은 절대 없고, 오히려 '자책'을 습관 삼아 하는 사람이다. 근데 이번에도 자꾸만 내 글이, 내가 모자라서 다 안 되는 것 같았다. 사실 맞을 것이다. 운도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니까.
그래도 가슴에 쌓여있던 이야기들을 짧고 굵게 내뱉고 나니 조금은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근무를 해야 하는 동생과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조금은 진정된 마음으로 공모전을 위해 글을 써 내려갔다. 몇 시간 후, 집으로 가는 길 휴대폰에 알람이 울려보니 메일 한 통이 왔다. 일주일 전 티스토리 블로그에 구글 애드센스 광고를 신청했던 메일에 대한 답장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보니.. '애드센스 광고에 적합하지 않은 사이트입니다.'라는 한 줄부터 보였다. '또.. 탈락.. 오늘 너네 나한테 왜 그러는 거니..'라는 푸념 섞인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구글 애드센스 광고 승인이 나는 일은 '애드고시'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블로거 사이에서는 꽤나 힘든 일이다. 그러니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만 하필이면 오늘 이 메일을 보니 가까스로 다 잡았던 멘털이 조금씩 다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이까짓 공모전, 이까짓 블로그' 일수 있지만, 현재 내 인생에서는 크고 무거운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이다. 우울한 마음을 안고 친한 친구에게 다음 주쯤 맥주 한 잔이라도 하자며 연락을 했는데 그 마저도 답장이 안 왔다. 그리고 나는 친구에게 '나 너한테도 까인 거니..?'라며 장난스러운 메시지를 보냈다. 한참 뒤 친구는 아이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면서 그날 보자고 했지만 이상하게 나는 그날따라 더욱 외로웠다. 분명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정작 내가 힘들 때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들도 나도 각자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느라 바쁜 거 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 힘듦을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게 되었고, 기대지 않으려고 했다. 말 한들 바뀌어질 것도 없고, 사실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는 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쉽게 포기하지 않을 '나'라는 것. 그리고 외로움에 아파하면서도 어떻게든 견뎌낼 '나'라는 것. 이게 내 운명이고 팔자인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슬픔도 고단함도 모두 내 몫이다. 대신 기쁨도 보람도 온전히 나의 것이다. 내가 '두려움'과 '설렘'이라는 상반되는 두 감정을 느끼는 '여행'을 사랑하듯 인생도 같은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힘든 시간'이 있으면 분명 '행복한 시간'이 있고, '고단함'이 있으면 '뿌듯함'이 있다. 그런 인생을, 삶을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 '실패', '탈락', '실망'이라는 공격 속에서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내 인생을 내가 위로해주고 응원해주기로 했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분명 나는 해낼 것임을 믿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위에 등장하는 가장 친한 동생(Y)과 몇 주 전 나눴던 전화 통화 내용을 옮겨본다.
나 : 요즘 계속 공모전에도 출품하고, 브런치에도 글 꾸준히 연재하고 있고, 블로그에도 글 올리고 있어.. 그런데 이렇다 할 큰 반응이 아직은 없네.. 문득 요즘 드는 생각인데 내가 이런 생활을 1년, 2년, 그 이상을 견뎌내면서 할 수 있을까? 그게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네.. 뭔가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빨리 반응이 왔으면 좋겠어..
Y : 음.. 언니 근데, 저는 언니가 빨리 잘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 : 응?
Y : 저는 언니가 지금보다 더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언니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도록. 그러니 지금 언니가 보내는 시간 힘들겠지만 결국은 다 언니한테 정말 필요한 시간인 거니까 잘 견뎠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꼭 언니는 그렇게 될 거예요!
요즘 들어 동생이 해줬던 말 중 저 한 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고, 자주 떠오른다. "언니가 빨리 잘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말. 맞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오는 행운은 '독'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애초에 짧게, 쉽게 보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실망에 실망을 겪으며 분명 나는 더 단단하고 깊게 성장할 것임을 그리고 실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임을 안다. '빨리' 잘 되기보다 '오랫동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 위해 지금 찾아오는 고단함을 기꺼이 견뎌보자고 다짐해본다.
오늘도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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