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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Oct 30. 2022

어떤 노래가 살아남을까?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꼭 한 권씩 있었던 책을 기억하는가?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나는 어릴 적 할머니 댁 전화기 아래에 화석처럼 놓여 있던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그 어느 집에서도 발견할 수 없게 된 구시대의 유물이지만, 덴마크 노래책은 지금도 집집마다의 책장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뿜고 있다. 


대대로 물려오는 이 노래책 덕택에 덴마크에는 3대 이상이 모여 부를 수 있는 공통의 노래가 여전히 넘쳐흐른다. 고조할머니와 꿈속에서 만나도 같이 부를 노래가 있는 셈이다. 시나 노래가 잊히지 않고 보존되려면 ‘널리, 그리고 자주’ 불려져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리지 않는 노래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끝내 생명을 다하기 때문이다. 


128년이 넘는 시간을 끊임없이 변화해가며 지금껏 살아남은 이 책은 시대 적 분위기를 반영해 새로운 곡이 삽입되고, 또 제외되기도 하며 진화를 거듭해 왔기에 지금까지 펄펄 살아 존재할 수 있었다. 노래책에 실린 곡들은 사람들이 함께 노래할 때 부르기 좋은 노래들로 주로 모여있고, 그렇지 않은 곡의 경우에도 편곡을 통해 잘 다듬어져 있다. 이런 곡들이 덴마크 사회 속에 풍부하게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대들이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는 노래를 계속해서 창작하는 한편, 전통적으로 사랑받아온 노래들을 아끼고 자주 부를 기회를 계속해서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에디션을 출간할 때마다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출범해 아주 지난한 재편집 과정을 거친 다. 이번 19 번째 에디션이 나오기 2년 전부터 시작되었던 새 곡 공모에 새로운 책에 대해 3,000여 건이 넘는 시민들의 제안이 있었다. 그중 1,100여 건은 새로 작곡된 곡이었다. 위원회는 수개월에 걸쳐 책에 최종적으로 실 릴 600여 곡을 추리게 되는데, 여러 회차에 걸친 세미나와 공개토론, 테스트 공연 등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시민들로부터 곡을 공모받는 한편, 호이스콜레 송북 편찬위원회에서는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곡들을 창작하기 위한 캠프를 조직한다. 작곡가, 작사가, 음악교사, 포크음악 그룹, 학자 등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며칠을 함께 먹고 자며 벌이는 긴밀한 협업 끝에 새로운 커미션 곡들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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