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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Oct 30. 2022

좋은 작가는 '다시' 읽히고 '다시' 불려진다.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내가 덴마크에 체류하던 2015년은 덴마크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 Halfdan Rassmussen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가 살아 있다면 100세가 되었을 그 해에 학교는 그를 기억하는 문화행사를 여러 차례 주관했다. 그가 1939년-1940년에 우리 학교에 다녔던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교 사들은 아침 모임 시간에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와, 어린이, 자연을 지극히 사랑해 줄곧 그것들에 대한 글을 쓰곤 했던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며 이곳에서의 생활이 그에게 적잖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짐작하곤 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에게 그를 소개하던 게트루드 선생님의 입가에 은은히 떠오르던 흐뭇한 미소를 기억한다. (그녀 역시 소설을 발표하는 문인이다) 


가을이 깊어가던 11월 어느 날 저녁, 그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작곡된 창작 곡을 경연하는 대회가 학교에서 열렸다.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글을 발표했던 그였지만, 그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창작곡 경연대회라고 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도 모두 초대되어 경연 회장 뒤에 자 리 잡고 참가한 곡들을 들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은 모두가 곡 하나하나를 매우 주의 깊게 경청하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청중들 뒤편에 앉아 함께 음 악을 감상하며 느낀 진지하고 열띤 기운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한 작가의 작품을 기억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숨 결'로 사람들 사이에서 생생히 불릴 수 있도록 하는 시도였다. 전문가들로 만 이루어진 작곡가들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참가한 자리였기에 더욱 의미 있어 보였다. 행사의 말 미에는 교장선생님이 '이 노래들을 각자의 커뮤니티에서 널리 부를 수 있도록 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경연에 서 좋은 반응을 얻은 곡은 그 후 5년 뒤인 2020년 나온 새 노래책에 실렸는데, 오랜만에 곡을 듣는 순간 그때의 온도와 냄새, 열띤 기운이 금세 되살아 나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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