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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Oct 30. 2022

우리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사소하고 평범한 비법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사람들에게 종종 들려주는 아주 사소하지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 학 교내의 큰 강당에서 연극선생님이 간단한 게임을 진행하려고 게임의 룰과 방식을 설명하려던 참이었다. 옆에 있던 덴마크 친구가 손을 들고 지금 막 친구 한 명이 화장실에 가서 자리를 잠시 비웠으니 조금 있다가 그 방법을 설명해 주는 게 좋겠다는 담담한 목소리였다. 모두가 당연하다는 태도로 기다렸고 금세 그 친구가 돌아왔다. 수업이 재개되었다. 


'화장실 간다고 우리가 다 기다려야 해? 그냥 진행해도 큰 문제없을 텐 데... 쉬는 시간에 저 녀석은 대체 뭘 한 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마음속에 이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험 범위도 아니고, 고작 게임 규칙 설명하는 것일 뿐인데도 덴마크인 친구는 잠시 자리를 비운 친구가 설명을 들을 기회를 잃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있었다. 태연 하게 손을 들어 선생님께 그 사실을 전하는 친구의 태도에서 선생님이 당연히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믿음이 느껴졌다. 


이 평범한 장면이 왜 유독 기억에 남느냐는 물음을 할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알다시피 한국에서의 입시경쟁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한창 입시 공부에 열을 올리던 18세 무렵의 나는 선생님이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 주 변의 친구가 졸고 있거나 자리에 없으면 외려 남몰래 기뻐했더랬다. 입시를 벗어나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이어지는 취업전쟁은 청년들로 하여금 친구이기 이전에 경쟁자라는 계산을 피하지 못하게 만든다. 뒤떨어지는 사람들을 쉽게 배재한다. 낙오된 사람들의 수긍도 빠른 편이다. 그렇기에 내 게 이 순간은 특별하게 여겨졌다. 단순히 친구를 배려하는 것 이상의 감각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얻는 기회만큼 다른 사람도 같은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것, 또한 다른 사람의 기회만큼 나의 기회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생기는 감각이었다. 모두가 공평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틀림없이 믿고 있을 때 생기는 평화로움이었다. 


나아가 나의 존엄이 중요한 만큼, 남의 존엄도 중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남의 존엄만큼 나의 존엄도 중요하다는 것을 덴마크에서 만난 사람들 은 알고 있었다. 그 속에서 한 사람의 ‘위대한 시민’이 되어가는 것이라는 아 주 기본적인 원리를 어슴푸레하게나마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후 나의 학교 생활은 비로소 편안해졌다. 더 이상 새우눈으로 비교하고 재고 따지려 하지 않았다. 왜냐면 비밀은 숨겨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너무 흔해서 어디에나 있었다. 이후 나의 학교 생활은 비로소 편안해졌다. 


얀테의 법칙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당신이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남들을 비웃지 마라.
 9. 누군가 당신을 걱정하리라 생각하지 마라
 10.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라. 


한국으로 돌아온 뒤 북유럽 국가에 관한 책들을 뒤적이다 알게 된'얀테의 법칙'은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되었다. 남보다 더 특별해야만, 남보다 나아야만 학교 생활을 잘하는 것이라 여겼던 나의 생각과 겸손을 중시하는 '얀테의 법칙'은 충격적 이리만치 정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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