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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Oct 30. 2022

우리도 노래할 수 있을까?

봄학기가 끝나고 나는 학생 조교로 한 학기 더 가을학기에 머물 수 있는 기 회를 얻게 되어 덴마크로 출국한 지 1년이 지나고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 교육은 여전히 점점 더 경쟁적인 환경으로 치달아 가고 있는 듯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작은 변화의 흐름을 맞이하고 있던 차였다. 2016년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서울시 교육청과 한국의 대안교육현장이 손을 잡고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에서 영감을 얻은 '오디세이 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덴마크에서 일 년간 보고 배 운 것을 어떻게든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곳에서 17세 청소년들을 만나 강사로, 길잡이 교사로 일했다. 오디세이 학교는 덴마크 애프터스콜레와는 달리 기숙형 학교는 아니지만 자유 학년제 모델로 기존 학교 시스템을 떠나지 않고도 1년간 학교 밖 대안 교육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살리고 싶었던 문화는 바로 ‘모여서 다 함께 노래하기’였다. 나부터가 매일 아침 모여 노래를 부를 때마다 머리보다 영혼이, 마음 이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함께 노래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꼭, 그 분위기를 한국의 청소년들과 재현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부딪힌 복 병은 다름 아닌 선곡이었다. 선곡의 기준은 대략 네 가지였다. 


1. 모두가 다 같이 아는 노래
2. 어렵지 않은 노래
3. 함께 부르기 좋은 노래
4. 가사가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 노래 


노래를 찾다 보니 교사 여럿이 머리를 모아봐도 세대를 아울러 다 같이 기쁘게 부를 수 있는 곡의 폭이 굉장히 좁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사가 아름답다 해서 아이돌 문화에 푹 젖은 우리 학생들이 갑자기 한국의 가곡을 부르는 것은 참으로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뽑아 부르다 보면 곡 중간에 랩이 나오고, 영어 가사가 튀어나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무엇보다 노래방이 아닌 교실에서, 다 함께 입을 모아 노래 부르는 일 자체가 처음에는 우리 모두에게 영 어색한 일이었다. 덴마크의 학교에서는 늘 기타나 피아노 반주를 해주는 선생님 이 계셨기 때문에 미처 몰랐는데, 막상 부르고 싶은 노래를 고르더라도, 적당한 음원을 찾기가 까다로웠다. 유튜브에서 어렵사리 찾은 디지털 음원을 틀고 노래를 부르더라도, 예전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는 당연하게도 한계가 있었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디세이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아침에 모여 가장 먼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는 법. 우리는 노래로 아침을 여는 일에 차츰 익숙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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