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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Oct 30. 2022

삶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우리에게는 노래가 필요하다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노래책에는 어떤 노래들이 담겨 있을까? 노래를 분류한 카테고리만 보아도 우리가 삶에서 사랑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환기된다. 


‘자유와 공동체’, ‘언어와 정신’, ‘삶’. ‘믿음’과 같이 철학적인 주제를 다룬 곡들도 있고,‘아침 노래’, ‘저녁노래’로 분류된 일상의 소소함에 대해 노래하는 곡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 부를 수 있는 서정적인 노래들을 촘촘히 분류해 둔 것도 눈길을 끈다. 겨울, 이른 봄, 늦은 봄, 초 여름, 한 여름… 또 미드 섬머, 오순절, 성탄절과 같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며 부를 수 있는 노래들도 있다. 또 덴마크어로 된 노래뿐 아니라, 드물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월드뮤직도 눈에 띈다. 


노래책 맨 앞장에 붙은 곡 리스트를 읽으며 예전에 덴마크인 친구에게 ‘어떤 노래를 가장 좋아하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는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다르지”라고 대답했다. 노래를 함께 부를 구성원들이 어떤 관계인지, 무엇을 위해 모인 사람들인지, 그 분위기와 상황에 맞게 적절한 노래를 선곡하는 것은 중요하다. 선곡을 고민할 사람들을 위해 노래책은 세부적인 카테고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거듭 발표되는 노래책에는 새롭게 만들어져 수록되는 최신곡들이 많다. 가장 최근 발표된 에디션에는 122곡의 노래가 빠지고 151곡의 새로운 곡이 추가되었다. 복지 국가가 가진 제도적 아이러니에 대해 비꼬는 우화적 노래도 있고, 전 인류가 고민하기 시작한 기후위기에 대해 다루는 곡도 있다. 이 중에는 노래책 편찬 위원회로부터 의뢰를 받아 특별히 작곡된 곡들도 있는데 그중 한 곡은 ‘이혼’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이혼 가정이 늘어가면서 이는 지금의 삶을 논할 때 꼭 거론해야 하는 주제가 되었고, 이와 같은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노래하기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학교에서 이 곡이 불릴 때 우리는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남몰래 안고 있는 어려움들에 대해 함께 노래하게 된다.  


또 다른 한 곡은 ‘죽음’에 대해 정면으로 다룬다. 이 곡은 '슬픔은 사랑의 또 하나의 표현 방식'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 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떠나보낼 수 있는지, 아끼는 이의 죽음 앞에 우리는 어떻게 애도할 수 있는지를 노래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침통한 가운데에서도 매일을 살아가야 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럴 때 노래는 기도가 된다. 우리가 매 순간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삶에는 늘 즐거운 순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슬픔과 회한, 분노와 질투, 후회와 자책이 넘실대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인생이라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우리의 문제 많은 삶을 껴안을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노래책에는 밝고 기쁘고 경쾌한 노래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어두운 노래일지라도 함께 부르면 결코 침울할 수만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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