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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Oct 30. 2022

우리도 노래할 수 있을까? 2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사실, 덴마크의 청소년과는 달리 우리는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1년간의 오디세이 학교 생활을 택함에 있어 지나치게 큰 용기를 요구한다. 운이 좋게 부모님들의 지지와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오디세이 학교에 지원하고 나 서도 어떤 친구들은 자신의 생활기록부에 어떤 말이 쓰일까 염려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이 활동이 제 생활기록부에는 뭐라고 쓰이나요?

하루가 멀다 하고 “이 활동이 제 생활기록부에는 뭐라고 쓰이나요?”라고 물어보던 한 학생의 경직된 표정을 기억한다. 오디세이 학교에 온 뒤로 하루하루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지던 한 친구는 ‘요새 살맛 난다’는 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하루 종일 대입을 위한 교과수업을 받는 기존 학교의 친구들에 비해 자신이 도태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며 만성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 당장’ 행복하지 못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는데도, 아이들은 자꾸 주눅이 들었고 그 주름을 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교사로서 당장 넘어서기 어려운 사회적 한계를 보았다. 오디세이 학교는 교육청이 주관하는 명백한 국가 차원의 사회적 시도인 것은 분명 하나, 아직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 


덴마크와 한국 간 비행거리만도 14시간이다. 그 물리적 거리만큼 생각의 격차도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된 일화가 있다. 2017년 4월 서울, 인천 교육청 주최로 열린 덴마크 대안 교육을 만나다(We meet the Denmark Alternative Education’)라는 세미나에서 덴마크 선생님들의 열띤 강연이 끝나고 질문이 이어졌다. “시험이 없으면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출석을 부르지 않으면 어떻게 학생들을 관리하죠?”, “수업에 늦거나 빠질 때 왜 벌점을 주지 않나요?”, “벌점이나 불이익이 없으면 학생들이 수업에 서 이탈하지 않나요?” 쏟아지는 질문들 속에서 학생들을 불이익을 주어 제 제를 가하지 않으면 통제할 수 없는 대상으로 한정 짓는 한국 교육계의 현 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덴마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에 대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쏟아지던 우문 (愚問)은 세미나가 끝나도록 그 한계를 벗지 못했던 씁쓸한 기억이 난다.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에서 만났던 덴마크를 비롯한 타국의 학생들에게서 본인이 어떤 방면에서 다른 이보다 나아야 한다던가, 어서 빨리 진로를 찾지 않으면 도태 된다던가 하는 초조함과 불안함이 보이는 경우는 현저히 적었다. 교사들은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가져오라고 하지 않았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라’고 채찍질 하지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저 단 하나, 수업이 일어나는 그 시간, 그 자리에 와 있으라는 것 뿐이었다. 너무 평범해서 헛웃음이 나오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눈물 나는 일이기도 했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이 것을 평범함을 공부하는 슬픔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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