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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Oct 30. 2022

우리 몸과 정신을 이어주는 노래라는 끈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노래는 우리의 몸과 정신, 그리고 감정을 연결한다. 

노래는 신체적인 행위이다. 노래를 하는 우리 몸은 횡격막과 늑골이 협업하여 심호흡을 하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노래는 우리 몸에 들숨과 날숨을 불어넣어 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심혈관을 강화시킨다. 동시에 잘 만들어진 곡의 가사와 멜로디가 우리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반대로 평온한 상태를 만들기도 하면서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래로 빚어진 시는 정신을 고양시킨다. 노래는 우리 존재 전체를 아우르며 잇는다. 


노래해 본 사람은 안다. 노래는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배꼽에서 시작해 흉골을 지나 마음가를 휘돌아 입 속의 온기를 타고 흘러나온다. 노래는 머리보다는 영혼이 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국적, 인종, 언어, 생김새, 교육, 성장환경이 달라도, 같은 멜로디 위에서는 하나의 무드에 올라탄다. 악기나, 도구 등 별다른 장치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노래다. 혼자 부르는 것보다 함께 부를 때, 특별한 느낌은 커진다. 각기 다른 톤과 높낮이가 어우러져 각 조화롭게 섞여 들어갈 때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내 곁에 앉은 친구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비 일상적인 경험을 한다. 


지금은 작고한 내가 좋아하는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 이브리 기틀리스 (Ivry Gitlis, 1922-2020)는 이렇게 말했다. “어이 젊은이들, 숨만 잘 쉬어도 살 수 있다네, 숨과 소울은 연결되어 있거든.” 그에 의하면 히브리 말로 숨 (breath)과 영혼(soul)은 같은 어원에서 왔다고 했다. 노래는 호흡으로 빚어지는 것이니, 노래를 부르는 것은, 곧 숨을 쉰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영혼과도 연결이 되는 셈이다. 


나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과 후반, 대학가 앞에 있는 자그마한 성당의 성가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노래로 가득 찬 그 공간은 학교를 갓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면서 낯설고 불안정한 전환기를 보내고 있던 내가 가쁜 숨을 편안하게 가눌 수 있게 하였다. 당시 성가대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고향을 떠나 홀로 월세방에서 자취하는 대학생이거나, 뜨내기 직장인들이었지만 일요일 오후에 함께 모여 노래하는 시간만큼은 일상 속에 산재한 어려움과 걱정들을 잊고 이곳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의 경험은 나와 단원들에게 지금까지도 아주 특별하게 남아있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편안한 상태가 그리울 때면 가장 먼저 주위의 성당을 찾아 들어가곤 한다. 내게 노래하는 시간은 곧 숨을 쉬는 시간이며, 정신과 몸을 단련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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