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한나 Oct 30. 2022

에필로그 _ 마음이 말하게 하라.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Så syng da, Danmark, Lad hjertet tale." 


이 한 줄의 문장은 호이스콜레 노래책의 책등에 새겨져 덴마크의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구절이다. "자, 덴마크여 노래하라, 마음이 말하게 하라(Then sing, Denmark, Let the heart speak)"라는 의미를 지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 책을 만들어 보리라는 마음에 확신이 들어선 것 같다. 


‘내가' 경험하기에 폴케호이스콜레가 갖고 있는 문화 중 가장 핵심적인 문화는 ‘함께 모여 노래 부르기'였다. 이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었음에도 호이스콜레에서의 노래하는 시간이 여타의 가창 형태와 다를 바 없는 활동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이유는 이 행위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룬투비는 인간의 영혼은 우리가 노래하기 위해 깊게 숨을 쉴 때 가장 자유롭다고 믿었다. 180년이 가까운 긴 호흡으로 다져진 호이스콜레의 정신은 노래책에도 드러났다. '삶을 위한 학교'를 주창한 그룬투비의 말처럼 우리 삶 속에 녹아 깊은숨을 쉴 수 있는 노래들을 오랜 기간 다듬고, 그것을 함께 부를 사회 각 단위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고려하고 배려하여 선정한 노래를 묶어 내는 일은 여간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사이트에 아카이빙 된 방대한 자료들을 훑어보고, 노래책에 수록된 노래들을 전문 반주자가 없이도 부를 수 있도록 개발된 앱을 이용해 보면서 덴마크 사람들이 이 노래책을 얼마나 아끼고 제대로 보존해왔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각기 다른 종교, 인종, 나이, 성별, 성적 지향, 정치적 견해, 교육을 모두 아울러 통합하려는 시도가 이 손바닥만 한 작은 노래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이 노래책이 한층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한 권의 책이 전혀 다른 사람들을 한데 불러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비롭지 않은가? 


사람들이 '그 먼 덴마크까지 가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냐'라고 물었을 때, 나는 “모든 사람들이 조화롭게 그리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지혜를 배웠다”라고 답하곤 했다. 그 시간은 사람들과 먹고, 자고, 일하고, 여행하고, 노래하며 매일을 함께 하는 가운데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었다. 이는 함께 노래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개별의 존재로 나란히 선 사람들이 모여 내는 꾸밈없고 자유로운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연결되고, 끝내 마음으로 말하게 되는 순간들... 


이러한 나의 체험을 이 한 문장이 푸른 책 등에서 금박을 입고 환하게 반짝이며 공감해 주고 있는 듯해서, 꼭 내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주는 오래된 친구를 만난 양 반가웠다. 

 

먼 미래에 있을 행복을 꿈꾸기보다, 이곳에서 나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려 분투 중인 사람들과 '지금 이 순간' 가장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함께 노래하는 시간을 제안해 보고 싶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 학생, 지역주민, 정당의 정치인, 각종 동호회와 모임들에서 우리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속의 혈관이 뜨거운 혈액을 쉼 없이 나르며 우 리 몸을 살아있게 하는 것처럼, 좋은 노래가 우리들 사이로 퍼져 나가면 좋겠다. 숨으로, 노래로, 한 순간이라도 타인과 일치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세상은 조금 덜 경쟁적이고 더 평화로워 질지도 모른다. 









이전 20화 너는 마침내 친구를 얻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