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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영 Oct 03. 2021

사실 싫어하지 않아

To. 가을



3분짜리 노래를 서른 번을 듣는다. 거기에 열 번, 스무 번, 또 서른 번을 더한다. 내 시간을- 내 하루를 채운 곡 하나가 손 끝에서 벗겨진다. 리듬을 타는 손이 달랑거린다.


글을 접고 차에 탔다. 친구는 서울로 나를 데리고 갔다.

대학가를 지났다. 숨 쉬는 것으로 넘쳐나는 길들을 지나쳤다. 새까만 머리카락과 탈색으로 진이 빠진 머리카락들이 교차하는 횡단보도. 여전히 흐르는 같은 노래와 구부러진 무릎. 친구는 창문을 내리고 바람을 맞았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눈 속에 담았다.


여름 위로 쓰러진 가을이 가로수 위에 나 있었다. 이내 청명한 하늘이 막 하교한 고등학생들 가방 위로 내려앉았다. 보고 있자니, 마음이 커졌다.


친구와 브런치 카페에 들렀다. 우린 골목으로 난 테라스에 자리했다. 환절기 특유의 냄새가 가득했다.

시답잖은 이야기가 잔과 잔을 오갔다.


이맘때의 온종일이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공기와 맞닿아 나는 것만으로 행복해진다.

여전히 같은 노래를 머리 위로 띄우며 걸었다. 걷는 길에 노을이 비쳤다.


상쾌한 석양이 코 앞에서 울렁였다. 밤이 기다려졌다. 이어폰을 타고 흐르는 3분짜리 노래를 여기저기에 가져다 대본 하루였다. 그러다 보면 훗날 오늘을 그릴 수 있겠지. 곡을 듣고 오늘을 떠올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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