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

by 김유리

어렸을 때,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남녀주인공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서 어떤 오해와 장애로 인해 헤어짐을 선택할 때,

대신 서로의 속마음을 전달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사실 그의 마음은 이렇다’ 혹은 ‘당신의 연인의 진심은 사실 이거예요.’


하면서 진심을 전달해 주고, 다시 이어지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 뻔히 보이는 데 모르느냐고, 묻고 싶었다.

그래서 스토리가 내 마음에 안 드는 결말로 끝나버리면, 내가 원하는 결말을 상상해서 끝냈다.


나는 왜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을까.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다.

처음 인터넷 소설이라는 게 등장했을 때, 유치하기 짝이 없는 소설을 쓰기도 했었다.

학교에서 연습장에 소설을 쓰곤 했는데, 반 애들 중 내 소설을 관심 있게 읽어주는 친구도 있었다.


재밌는 드라마를 보면 설레었다.

마치 미지의 세계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다른 세상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는 게 더 좋지 않아?라고 묻는다면,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즐거운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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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방송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 TV 보는 것을 좋아하고,

당대 인기 있는 연예인을 좋아하고, 유행어를 따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학가서는 대학 방송국에 들어갔다. 흔히들 방송반, 방송동아리라고 말하는데,

대학방송국 활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방송반이나 방송동아리라는 표현에 긁힌다.


“너 대학생 때 방송반 했었잖아.”

“방송국.”


방송반은 일반적으로 중. 고교 수준에서 사용되고, 동아리나 부활동 성격이 강한 반면, 대학 방송국은 단순한 동아리를 넘어서 하나의 독립적인 조직처럼 운영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방송을 틀어주는 곳이 아니라, 기획 → 제작 → 송출까지 모든 과정에 대해 PD, 작가, 아나운서, 기술팀 등으로 나누어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학생활을 그렇게 대학방송국 활동을 하면서 보냈었다.


그 시절에 드라마 작가라는 꿈을 구체적으로 갖게 되었다. 방송제 준비를 하면서 졸작이었지만, 미니드라마를 제작하면서 깨달았다.


‘나 드라마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드라마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대학교 4학년 때, 충무로에 영상작가전문교육원이라는 곳을 다니게 되었다. 처음 작법이라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교육원 사람들과 술퍼마시면서 드라마 얘기하고, 영화 얘기하는 것을 낭만이라 생각했다.


그 시절엔 작가병에 걸렸던 거 같다.


공모전을 쉽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까지 안 된다고?

‘하다 보면 되겠지.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했다.

취업할 생각이었다. 적당한 직장에 취업해서 계속 글을 쓰면서 공모전이나 어떤 기회가 생기면,

그때 본격적으로 드라마 작가의 길을 가야지라고 생각했다.

언제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에 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고,

내가 가진 재능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 시기에 엄마가 아팠다. 엄마는 폐암진단을 받았다. 진짜 하늘이 무너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처음으로 느낀 거 같다. 그 당시에 심정이 차라리 나 데려가라고, 우리 엄마 데려가지 말고, 나 데려가라고 속으로 계속 빌었었다. 지금부터 내 인생은 없다. 엄마 옆에 딱 붙어서 엄마 간병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생각나는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 충무로 교육원 다닐 때, 작품 합평할 때였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누구의 작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하나. 주인공 이었던가, 등장인물이 암에 걸린 인물이 나왔었다.


근데, 내가 거따데고 뭐라고 했냐면,

‘암 너무 식상하지 않아요? 암은 요새 불치병 아니잖아요?’

뭣도 모르면서 함부로 짓거린 내 주둥이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암을 대하는 방식이 식상한 거였겠지.

‘내가 뭐라고 암을 식상하다고 해? 언제 죽을지 모를 한낱 미물 주제에 건방지게 인간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질병에 대해 신의 영역에 대해 네가 뭐라고 함부로 짓거려.’

나는 그렇게 이십 대 중반의 시간을 엄마 간병하는 데 보냈다.

살면서 엄마랑 이렇게 많이 대화를 나눴던 게 언제였던가..라는 생각. 사춘기를 겪으면서, 대학을 가면서, 어느새 엄마는 항상 뒷전이었다. 병원에서 엄마를 돌볼 때, 엄마의 뒷모습을 많이 봤었다. 아.. 엄마는 그동안 이렇게 내 뒷모습을 봤겠구나. 외로웠겠구나. 병원에서 나가면 엄마랑 많은 시간 보내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다행히 엄마는 5년이 지나 완치판정을 받았다.

그래도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 13년이 지난 올해는 폐에 무언가 보인다고. 정밀검사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소름 끼치게 무서웠으니까. 검사결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다행이었지만..

엄마를 간병하는 동안 그렇게 취업을 미루고, 공모전에 매달렸다.

그때의 선택에 대해 한치에 후회는 없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은 한다.


엄마를 간병한다는 핑계로 현실 도피를 했던 건 아니었을까.

취업하기 싫어서 엄마를 간병하겠다고 나선건 아니었을까.

공모전에 몰두한다는 핑계로 취업을 안 했던 건 아니었을까.


모든 게 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꿈을 이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도 괜찮아.

알바 전전하면서 불안정하게 살아도 괜찮아.

또래 친구들이 나이마다 해내는 인생에 미션들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도 괜찮아.


잘못 생각한 거였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들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이게 다 내가 드라마 작가라는 꿈을 갖게 되어서야!

주제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가진 역량에 비해 어울리지 않게 큰 꿈을 꿔서야!

한동안은 그렇게 자기혐오에 빠져서 비관적으로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자기혐오와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 있을 때쯤.

같은 꿈을 가진 동료들이 하나둘 등단하기 시작했다.


‘아 이게 되네?’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만 안 되는 거였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나.. 다시 내 꿈을 사랑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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