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크게 흥행한 드라마.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과 웃음을 짓게 했던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는 여러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어쩔 수 없이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어서 더 뭉클하게 봤던 거 같다.
드라마 속 여러 이야기와 여러 캐릭터 중 내가 좀 더 주목해서 봤던 캐릭터는
학씨아저씨로 큰 인기를 얻은 부상길 캐릭터였다.
학씨 아저씨 캐릭터는 곧 내 아버지를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학씨아저씨 캐릭터는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이던 그 시대의 아버지들의 모습에서 적절하게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순화할 것은 순화시켜서 표현하여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시절 선을 통해 결혼을 했다.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의 단점을 난 너무 가까이에서 보고 자랐다.
아버지에 대해 잊혀지지 않는 몇몇 가지의 기억들이 있다.
정말로 아버지가 밥상을 뒤집어엎었던 기억.
그릇을 집어던지던 기억. 어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저질렀던 기억.
아버지의 행동에 울면서 뜯어말렸던 어린 시절의 무력했던 나 자신.
세월이 흘러 들은 얘기지만,
아버지는 결혼 초반에 주도권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조언을 주변사람들을 통해 들었다고 했다.
아버지의 주변엔 어떤 사람들이 있었던 거지..
친가 쪽 친척들은 아버지의 성격에 대해 형제 중 가장 성격이 유별나다는 얘기를 했다.
드라마에서 학씨아저씨는 재력가였지만, 내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다.
내 아버지는 평생을 성실하게 일해왔지만, 우리 집은 항상 돈이 없었다.
살면서 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기회들을 만났으면 좋으련만.
아버지 인생엔 항상 뒷 통수 치는 사람들만 가득했다.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집에 살기까지.
그저 간신히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살았다.
아버지는 삶이 고단해서 그랬는지 술과 담배를 많이 했다.
술에 취할 때면 아버지는 집 안에서 주정을 부렸다.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방에서 방문을 닫고, 귀를 막고 아버지가 빨리 잠들기만을 기다렸다.
예전처럼 살림을 때려 부수진 않았지만, 꼭 그럴 것 만 같아서 무서워했던 거 같다.
살면서 그렇게 다정하지도 않았던 아버지가 내가 대학을 다녔을 무렵부터 우리 딸 우리 딸 그러기 시작했다.
소름 끼쳤다.
하나도 다정하지 않았던 사람이 나이 들어서 어울리지 않게 다정한 척하는 것들이.
싫었다.
어린 시절 그렇게 좋은 추억이 없을 만큼 같이 보낸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가족들과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학씨아저씨로 살아온 아버지가 자신을 양관식처럼 살아왔노라 착각하는 것도.
그런데,
아버지가 미우면서도 과거 시절을 이해하지 못하겠으면서도.
기나긴 세월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삶이 고단해서 그랬었겠구나.
이해를 하는 면도 있었다.
어린 시절 좋은 추억이 없어서 지금이라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게 싫다.
아버지의 질문에 단답으로 대답하는 것이 내 미움의 표현이었고,
아버지가 질병으로 인해 수술을 했을 때는 더 이상 아버지를 미워하면 안 되겠다는 반성을 하게 했다.
내 아버지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내가 너무 나쁜 년이라고.. 내가 너무 잘못했노라며,.
아버지를 미워하면서 미안했다.
언제가 대학시절 술에 잔뜩 취해 택시에 실려 집을 못 찾아갔던 날이 있었다.
아버지는 택시기사의 전화에 깜짝 놀라 동네 어귀에서 나를 찾아 업고 집까지 올라왔다.
그러는 내내 나는 아버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
“아빠. 내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아버지 등 뒤에서 계속 그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괜찮다”라고 말했던 거 같다.
아버지의 지원을 받으며 살아왔으면서, 지금까지도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으면서
무뚝뚝하고 살갑지 않은 딸로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도리를 다해왔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버이날이고 생신이고 하는 날이면,
그저 용돈을 드리는 것으로 때웠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이렇다 보니, 집안의 분위기 마저 망쳤다.
가족끼리 식사를 할 때면, 입을 꾹 닫고 있는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을 불편하게 했다.
나는 왜 이리도 성격이 못났을까. 나는 왜 이렇게 털어내지 못할까.
기억력도 좋지 않으면서. 왜 과거의 일을 이토록 붙들고 살아갈까.
그만 좀 잊어라. 안 좋은 기억 잊어라.
나는 관계가 틀어지면, 회복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갈등이 생기면 피하고, 단절을 선택한다.
그래. 난 회피형 인간이다.
그런데, 가족은 그럴 수 없는 존재니까.
내가 가진 결핍이 상처가 애매해서, 미움도 애매했다.
나는 내 아버지를 애매하게 미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