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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다혜 Dec 08. 2023

겨울의 좋은 점을 찾아보자

여름 러버의 겨울 적응기 

올 겨울은 겨울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 없이, 따뜻하고 행복하게 겨울을 나고 싶다. 부국제에서 봤던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차라리 겨울잠을 자고 싶"지만,  인간이란 그럴 수 없는 동물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겨울을 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겨울은 춥고, 건조하고, 우중충하다. 눈과 비까지 더해지면 더 춥고 돌아다니기 어려워진다. 추우니 어깨를 움츠리게 되고, 흐물흐물하던 여름과는 달리 밖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몸이 피곤하다. 그러니 점점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집에만 있게 된다. 여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던 빵과 커피를 사러 가는 길, 아침에 먹을 요거트를 사러 가는 길이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길이 된다. 훌쩍 나서던 길이 두꺼운 외투와 양말과 신발을 신고 나서야 하는 길로 바뀌니 더 이상 가벼운 산책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올해는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 싫었던 일을 마주한 후 그 높았던 벽을 허물고 마침내 진정으로 들어서게 된 기억이 많은 해여서 그런지 그 싫었던 겨울도 조금은 좋아해 보자는 마음이 생겨난다. 겨울의 좋은 점은 당연히 여름의 좋은 점 보다 적겠지만, 그래도 겨울의 좋은 점을 찾아보자! 


(1) 추울 때 먹어야만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여름에도 더울 때 먹어야만 맛있는 냉면 같은 음식이 있듯이, 겨울에도 겨울만의 맛있는 제철 음식이 있다. 찬바람 속에서 먹기 좋은 음식으로는 붕어빵, 국화빵, 군고구마, 따뜻한 라테가 있다.  특히, 팔팔 끓여 나눠 먹는 나베, 전골류의 음식은 겨울의 찬 바람을 쐬다가 식당에 들어가 먹어야 맛있다. 꽁꽁 얼어붙은 몸이 녹으면서 왠지 마음도 함께 녹는 느낌이 든다. 여름엔 더워서 서로 거리를 두고 앉던 사람들이 겨울에는 옹기종기 딱 붙어 앉아 따뜻한 음식을 나눠 먹는 게 왠지 귀엽게 느껴진다. 

속을 따뜻하게 데운 후에는 이불속에 웅크리고 앉아 좋아하는 영화를 튼 뒤 차가운 귤을 까먹는다. 칼로 껍질을 깎고 썰 필요도 없이, 즙이 줄줄 흘러내릴 걱정도 없이, 씻을 필요도 없이 이렇게 이불속에서 먹을 수 있는 간편하고 맛있는 과일이 몇 개나 될까. 밝은 주황색과 작고 둥근 귤의 모양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귤껍질이 여러 갈래로 까져 나뒹구는 모양은 왠지 불가사리 같기도, 문어 같기도 해서 귀엽다. 제주도에 다른 게 아닌 귤 모양을 활용한 기념품이 많은 이유를 왠지 알 것 같다. 


(2) 크리스마스와 연말 파티가 있다. 

보통 겨울은 12,1,2월로 여겨지지만 사실상 나에게 겨울은 11월부터 시작해서 3~4월까지 총 5~6개월 정도, 즉 반년을 차지하는 계절이다. 길어도 너무 길다. 그나마 11~12월은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보낸다는 핑계로 못 봤던 사람들을 보는 즐거움으로 지내게 된다. 오랜만에 찾아온 겨울 냄새와 찬 바람이 조금은 반갑기도 하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12월은 바야흐로 마지막 달. 힘을 내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아닌, 이제 힘을 빼고 슬슬 마무리하고 쉽시다!라는 느긋한 분위기가 좋다. 연말을 핑계로, 크리스마스를 핑계로 선물과 안부를 전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가는 일 덕분에 가장 즐거운 겨울의 시기다. 


(3) 언제 봐도 예쁜 눈, 그리고 눈의 스포츠

눈은 매년 봐도 매년 예쁘다. 질척해지는 땅, 눈을 치우는 작업 같은 것들에 대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 당장 멍하니 수직으로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눈을 보는 것은 즐겁다. 눈이 오면 갑자기 어린이가 된 듯, 눈사람을 만들고, 눈 오리를 만들고, 눈밭 위에 글씨를 쓰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조금은 더 너그러워진다. 눈이 올 때만 할 수 있는 스포츠도 있다. 스키, 보드, 썰매처럼 눈의 특수성을 이용해 마치 물 위에 있는 듯 미끄러져 내려가는 다양한 스포츠들. 사실 눈 위에서 노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 추워서 겨울의 즐거움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윈터 스포츠의 매력을 알게 되면 겨울을 조금이나마 더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리스트 추가를 해본다. 


(4) 맑고 쾌청한 공기

답답하고 후끈한 실내 공기만 맡다가 밖으로 나왔을 때 느껴지는 상쾌함은 단연 겨울의 공기가 제일이다. 아주 차가워서 머리를 띵하고 울리는 청량한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처럼, 겨울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왠지 서글프기도 하면서 끝이 다가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작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12월과 1월이라는 한 해의 끝과 시작이 모두 겨울이라는 계절에 거쳐있기 때문인 것 같다. 


11월에 쓰기 시작했는데 바쁜 일들을 해치우고 나니 벌써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12월이 되어버렸다. 생각보다 겨울의 좋은 점을 많이 찾진 못 했지만, 그래도 올해 겨울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겨울을 즐겨보며 지내기로 다짐한다. 필요할 땐 여름 나라로 도망이라도 가서 긴급 여름 수혈이라도 하면서 즐겁게 버틸 수 있는 겨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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