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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자유인 Jun 26. 2021

개혁은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여정이다

전국시대 오기의 삶

동양 병법의 대가로 흔히 《손자병법》의 저자 손자와 병칭되는 《오자병법》의 저자 오자(본명은 오기)의 삶은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오자는 위衛 나라 출신이었는데 유학을 떠나면서 어머니에게 ‘저는 높은 관리가 되지 않으면 다시는 위나라에 돌아오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고 팔을 깨물며 맹세했다. 그는 공자의 제자인 노나라의 증자에게서 수학하던 중 모친상을 당했는데도 출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돌아가지 않았다. 증자가 그의 행동을 문제 삼아 문하에서 쫓아내자 오기는 병법을 배웠다. 제나라의 공격을 받은 노나라에서 오기를 장수를 삼으려고 했으나 그의 아내가 제나라 출신이어서 주저하자 아내를 죽여 제나라 편을 들지 않을 것임을 보여서 장수가 된 뒤 제나라를 공격하여 크게 무찔렀다.     


노나라 군주가 능력은 높이 샀으나 행실을 미덥지 않게 여겨 멀리 하자 오기는 위魏 나라로 가서 벼슬을 구하고자 했다. 위나라 군주인 위문후가 신하인 이극에게 “오기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묻자 이극이 “오기는 탐욕스럽고 여색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용병은 따라갈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라고 답했다. 위문후는 오기를 장군으로 삼아 진나라를 공격하여 땅을 넓혔으며 다른 나라의 공격에 대비토록 했다. 오기는 장군이 되어 가장 신분이 낮은 병사들과 같은 옷을 입고 식사도 함께 했다. 잠을 잘 때는 자리를 깔지 않았으며 행군할 때는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고 자기가 먹을 식량을 친히 가지고 다니는 등 병사들과 수고를 함께 나누었다. 어느 날 독창이 난 병사를 오기가 빨아서 치료해 주었다. 그 병사의 어머니가 이 소식을 듣고는 통곡하자 어떤 사람이 “그대 아들은 일개 병사인데 장군이 친히 그 독창을 빨아주었거늘, 어째서 통곡하는 것이오?”라고 물었다. 병사의 어머니는 “그렇지 않소. 예전에 장군이 애 아버지의 독창을 빨아준 적이 있었는데 그 이는 물러설 줄 모르고 용감히 싸우다가 죽고 말았답니다. 지금 장군이 또 자식의 독창을 빨아주었으니 이제 그 애가 또 어디서 죽게 될지 몰라 통곡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오기는 위나라에서 큰 공을 세웠으나 능력을 시기한 사람의 농간과 군주의 의심에 죄를 받을까 두려워서 초나라로 떠났다.     


초나라 군주는 오기의 현명함을 알고 있어서 바로 재상으로 삼았다. 오기는 법령을 정비하고 불필요한 관직을 없앴으며 왕족의 봉록을 폐지하여 얻은 재원을 바탕으로 군사들을 양성했다. 그는 강군을 이끌고 영토를 확장하며 큰 공을 세웠으나 봉록을 뺏긴 왕족들은 오기를 증오하며 기회만 엿보았다. 오기를 중용하던 왕이 죽고 왕족과 대신들이 난을 일으켜 오기를 공격하자 그는 달아나다가 왕의 시신 위에 엎드렸다. 오기를 공격하는 무리들이 화살을 쏘아 그를 죽였는데 그때 왕의 시신에도 화살이 꽂혔다. 장례가 끝난 뒤 태자가 즉위하여 오기를 죽이려고 왕의 시신에 화살을 쏜 자들의 70여 집안사람들을 모두 처형했다. 오기는 죽으면서도 복수를 한 셈이다.     


사마천은 “오기가 초나라에서 행한 일은 각박하고 몰인정하였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기록했다. 나는 사마천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적인 감정이나 인연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오직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자 했던 오기는 도덕적 잣대로 들이대면 흠결이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오기가 펼친 부국강병책은 국가에 도움이 되는 개혁이었다. 모든 개혁에는 기득권 세력의 거센 도전과 반발이 있기 마련인데 오기의 개혁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득권 세력은 오기를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군주가 두려워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군주가 죽자 오기를 제거해버렸다. 오기의 각박하고 몰인정한 정책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 아니라 초나라 출신이 아닌 오기의 취약한 개혁 지지기반과 개혁 저항세력의 공격 및 강력한 후원자인 군주의 사망 등이 오기를 죽게 했다. 그의 비참한 죽음은 개혁가의 숙명의 극단적 발현이었다. 기득권 세력의 희생이 없는 개혁은 있을 수 없으며 모든 개혁은 규모와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투쟁을 동반한다. 개혁가의 손의 색깔은 피부색이 아니라 핏빛이다.     


개혁은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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