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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리언니 백예진 Apr 23. 2024

Prologue

도면과 공사 현장 바깥으로 나와 펜을 들며



현장 밖으로 나와 유튜브 ‘인테리언니’를 시작한 지 1년. 얼떨떨하고 감사하게도 1년 만에 10만이 넘는 구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편 어느덧 사업 15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새로 만나고 알게 된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면 나를 보며 화들짝 놀라곤 한다. 아직 30대 후반인 내가 15년 전 어린 나이에 어떤 연유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문득 많아졌다.



그중 나를 잘 알지 못하는 혹자들은 누군가에겐 선망의 직업인 공간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더 코나’를 운영하는 여성 사업가, 주말마다 가족들과 여유롭게 캠핑을 즐기는 엄마, 그리고 내가 사는 넓고 웅장한 집만을 곧 나, 백예진으로 여기시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은 사실 너무 감사한 일이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면이 크지만 ‘더 깊숙한 나’에 관해 묻는다면, 그 안에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지금 겉으로 보이는 밝은 에너지만큼이나 그늘진 부분과 치열했던 경험들이 촘촘하게 이룬 세계다. 



처음에는 그것들을 구태여 내보일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렇게 봐주면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그것들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 주는 것이 정말 나다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어찌 보면 좌충우돌 우당탕을 반복하며 여기까지 건너온 내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고, 서로 좋은 에너지를 받아서 함께 긍정적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디자인 관련 학과에서 인터뷰 제의가 오거나 개인 SNS를 통해 저마다의 고민을 나눠 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이제는 그냥 넘기지 않고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나누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별 볼 일 없는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길을 밝히는 작은 촛불이 될 수도 있을 거라 믿는다. 그는 지난날의 나보다 나은 환경을 가졌을 수도 있고 또는 나보다 나은 능력을 갖췄을 수도 있다. 그들이 누구든, 내가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나눠 갖고 연료로 쓰면서 나와 함께 멋진 삶을 살아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 여기 실린 이야기들을 함께 웃으며 나눌 사람들이 부디 어딘가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젠가 우리가 꼭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펜을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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