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광스럽게도 ‘지금 주목할 만한 영 디자이너’로 잡지에 소개될 기회가 생겨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많은 질문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었다.
더 코나만의 시그니처를 한 문장으로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공간 디자이너에게 시그니처란, 그가 디자인한 공간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핵심적인 가치이자 고유한 특징을 가리킨다. 꼭 공간 디자이너뿐 아니라 무언가를 창작하는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시그니처가 있다. 글을 쓰는 작가로 예시를 들자면 그의 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유의 문체나 플롯 구성이 시그니처이다. 순수미술을 하는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그만의 화법과 특징점이 드러나는데 그것이 바로 시그니처이다. 말 그대로 시그니처란 창작물에 새기는 인장 혹은 지문 같은 것이다.
오랜만에 들은 질문이었지만 오래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공간에 자연을 들여서 자연과 예술,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디자인입니다.
상투적인 답이지만 더 코나의 시그니처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다. 콘셉트, 구조, 컬러 팔레트, 질감, 선형, 오브제 등 더 코나의 공간 디자인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저 하나의 문장 속에서 움직이고 조립된다. 디자인의 대상이 거주 공간이든, 오피스든, 피트니스이든, 카페이든, 병원이든 매한가지다.
일례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우리는 건축물 혹은 부지를 둘러싼 고유의 지형에 가능한 한 순응하며 주변 환경과 조화롭고 균형감 있는 콘셉트의 건물을 설계하는 데 시간을 오래 들인다. 장소의 성격을 무시한 건축은 힘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우리 팀은 장식적이고 화려한 외양에 집중하기보다는, 건축물 자체를 흰 도화지라 생각하며 단순하고 미니멀한 선형으로 빚는 대신 이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최대한 내부로 끌어들일 방법을 고안한다.
계절과 기후에 따라 자연이 큐레이팅해주는 채광과 바람, 돌, 식물, 눈과 비 같은 요소들이 이 건물에 투과될 때, 공간감이 무한히 확장될뿐더러 공간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의 정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공간이 그저 하나의 단독 건축물이 아니라 ‘주변 모든 자연과의 합일’로서 여겨지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가 공간을 통해 건네고픈 메시지이다.
만일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어서 건축 프로젝트처럼 자연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어려운 상업 공간을 디자인하는 경우라면, 실내 정원을 조성해서 간극과 결핍을 메운다. 이끼와 자갈, 돌, 식물 등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오브제들을 옮겨오고 자연광과 닮은 바리솔 조명을 설치해 연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설계만으로도 바깥의 삭막하고 번잡한 도시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 삶의 여백 속에 심신을 누이고 자유로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한편 컬러는 주로 ‘톤온톤(Tone-on-Tone)’ 방식을 활용한다. 눈으로 공간을 둘러볼 때 어떤 거슬림이나 단절감 없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메인 컬러와 포인트 컬러, 마감재, 그리고 오브제까지 비슷한 톤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다만 같은 톤이더라도 세부 공간과 기능에 따라 자재의 질감을 다르게 표현하여 음영을 주는 방식으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지루함을 덜어내고 안정감과 은은한 활력을 부여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앞서는 원칙은, 이 모든 과정에서 ‘사람’이 필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 코나가 추구하는 공간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멋지고 근사한 공간이라도 머무는 사람이 불편하다면 좋은 공간일 수 없다. 우리는 트렌드를 따른다는 명목으로 공간 자체에도 별다른 의미가 없고 클라이언트에게도 의미가 없는 공간에 비용을 지출하는 일은 절대 삼간다. 대신 그 공간의 중심이 될 사람을 관찰하고 그가 어린 시절부터 소망했던 공간 또는 꼭 넣고 싶었던 디테일한 부분들을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분석한 뒤, 그의 기대와 열망을 반영해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자 차별화된 장점이라고 믿는다.
희한하게도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마음가짐, 태도, 감각 등 모든 것이 달라진다. 가장 편안한 나, ‘나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 있을 때, 이는 초인적인 힘과 능력으로 발휘되기도 한다. 좋은 공간의 에너지와 능력은 무한하다. 어느덧 업계에서 일한 지도 15년이 되었지만 매 프로젝트에서 실감하는 바다.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디자인. ‘영 디자이너’에서 ‘올드 디자이너’가 될 때까지, 변치 않고 지키고 싶은 시그니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