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7. 대학병원의 재활훈련이 많이 힘드셨지만, 훨씬 좋아신 건 맞다
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기절할 뻔 했다. 의사랑 실랑이를 해도 답이 없었다.
엄마는 누군지도 모르는 VRE환자에게 전염이 된 건데, 의료진은 그냥 운이 안 좋은 거라고만 답변했다.
그 말 밖에 할 수가 없다는 걸 너무 잘 안다.
미치겠다. 너때메....
VRE 너 대체 누구니...
네가 진짜 엄마의 마지막 희망까지 잡아먹는구나...
300일 만에 VRE가 기적적으로 해제가 되어, 그 원하던 대학병원의 재활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아침 일찍 담당 레지던트의 연락을 받고, 온몸에 힘이 쭉 빠져서 바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엄마는 격리병동으로 코호트 되셨다고 전해받았다.
전화만 붙들고 있는 내가 뭘 했다고 엄마는 나한테 미안하대... 내가 더 미안하게스리...
사실 지난주에 VRE검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담당 전공의는 말렸었다.
엄마와 같은 경우, 힘들게 재활을 하다 보면 VRE 양성이 뜰 수도 있다며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 대학병원에서 재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병원에서 원하는 VRE음성 결과지를 가져가야 했기 때문에 고민하고말고도 없었다.
언제 VRE가 해제가 될지도 미지수다.
VRE는 3주간 연달아 음성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진짜 쉬운 게 아니란 말이다.
간병인 여사님 말로는 엄마의 몸무게가 병원에 입원할 때보다 3kg가 빠졌다고 했다.
재활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살이 그렇게 많이 빠졌을까...
엄마가 아프다고 하실때마다... 언제까지 병원에 있을 거냐고 빨리 집에 오셔야 한다면서 참으라고 했다.
의사에게 진통제와 수면제를 부탁해서 엄마의 고통을 줄여주는 한이 있어도 엄마는 재활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균들이 엄마를 공격하며 에워싸는데도.
난 그것도 모르고 엄마에게 재활의 중요성만 강조했던 게 후회가 많이 된다.
대학병원에서의 엄마의 재활치료 스케줄은 한마디로 빡빡했다.
04:30 여사님이 엄마를 샤워하듯 닦아주고, 새로운 병원복으로 환복 한다.
05:30 아침 교대조 간호사님이 밤의 소변량과 열, 혈압과 당을 체크한다.
06:30 아침식사. 40분 정도 천천히 뉴케어 300ml와 10가지의 가루약을 콧줄로 드시고 양치질까지 마친다
08:00 담당교수님이 한 무리의 의료진들과 함께 와서 안부인사를 하신다.
09:20 물리치료실에 가서 30분간 간단한 팔다리 적외선을 쐬는 치료를 받는다
10:00 입원 운동치료실에서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마사지 겸 앉거나 서 있는 걸 도와준다.
(안타깝게 엉덩이에 욕창이 있어서 자전거를 돌리는 운동은 하지 못했다.)
11:30 작업치료실에서 원목교구를 이용해서 손의 감각을 살리는 치료를 한다.
12:00 언어치료실에서 발음치료(월. 수요일)
12:30 점심식사 뉴케어 400ML 및 양치질
13:30 운동치료실에서 오전에 했던 운동 다시 반복
14:30 감각 치료실에서 그림 그리기와 구구단 등을 외우는 운동 (수, 금요일)
16:00 잠시 쉬었다가 작업치료실에서 연하 치료를 한다.
16:30 딸과의 면회, 로비에서 40-50분 대화
17:30 욕창치료
18:00 저녁식사 뉴케어 400ml와 단백질 프로틴11g 그리고 양치질
20:00 취침
엄마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갔다고 하셨다.
쉬는 시간이 되면 병실로 와서 침대에 누워야 했다. 욕창이 너무 무섭기 때문에 조금만 무리하면 번지기 때문이다. 아마 엄마는 갑작스러운 과도한 운동과 움직임이 견디기 버거웠을 것이다.
2022년 1월 둘째주.
또 다시 코로나 환자의 급증 때문에... 병실 면회가 금지 되었다.
혹시라도 나 때문에 엄마가 코로나에 걸리면 안되니까. 이틀에 한번씩 코로나 검사를 하고 병원 로비에서 만났다. 그 시간을 못 맞추게 되면, 엄마가 엉덩이 욕창 때문에 나를 한없이 기다릴 수가 없어 못만난 적도 있다. 차가 너무 막혀서 오가는데 3-4시간이 족히 걸리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엄마를 볼 수 있는 게 행복했다.
그 덕에 이모도 엄마를 만날 수 있었고, 새로 부임하신 교회 목사님도 기도를 해주러 오셨다.
그러나!!
VRE 이 놈 때문에...
격리된 채로 통화하면서 엄마가 감사하다 그러시는데, 눈물이 정말 왈칵 쏟아졌다.
전화를 끊고도 하루 종일 울었다.
눈이 부어서 떠지지도 않는 나를 보고...
퇴근한 남편은 ‘유리 멘탈’이라고 했다.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울어서 해결되는 게 아니잖냐며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고 하는데...
맞는 말인데 난 그게 안된다. 정말 그게 쉽지 않다. 어떻게 엄마 일에 냉정을 찾냐고!!
엄마가 곧 나고 내가 곧 엄마였는데...
그 힘든 감정이 매일 전달이 되는데, 어떻게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냐고...
엄마가 그동안 머물렀던 요양병원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격리병상이 남아있어서 입원이 가능하다고 했고, 다음날 바로 전원을 했다.
바로 다음 주가 설 명절이기 때문에, 대학병원에 있나 요양재활병원에 있나 다 똑같았기 때문이다.
뭐든지... 마음먹기 달렸다는 걸 알았다!
응? 내가 잘못 들었나?
4주 만에 VRE가 없어졌다고?
아니지...
3주 연달아 음성이 나와야 해제가 되니까....
그럼,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1주 만에 없어진 거라는 거야?
엄마가 쓰러지고 다시 돌아온 설 연휴...
그 동안 재활을 쉬고, 병원 안에 코로나 환자 발생해서 또 며칠 재활을 쉬고...
그렇게 열흘을 넘게 보냈는데.... 어떻게 VRE가 해제가 되었을까??
꾸준히 프로틴을 드신 것도 한 몫했지만,
모든 지 마음먹기 달렸다는 거다.
엄마와 나의 마음에
지금의 상황을 “감사”로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계획안에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좌절과 불안이 아닌 오직 희망을 선택했더랬다.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오면, 한없이 추락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만만하게 보기로 맘먹으면 그 다음은 상대가 같잖게 보인다.
VRE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지난 1년동안 얼마나 절절맸던가...
그러나 이번엔 금방 떨어질 거라는 확신이 생겼고...정말로 그리 되었다.
한마디로 기싸움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
좋은 생각. 잘 될 생각으로 행동하면 목표는 금방 정복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VRE 진짜 별거 아니구먼! ㅋㅋㅋ
이제 또다시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고, 스케줄을 잡아야 한다.
신난다. 엄마! 다 잘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