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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Mar 18. 2022

코로나, 엄마에게 찾아와 줘서 차라리 고맙다

EP28. 요양병원에서 코로나에 확진되다


   

애간장이 녹는다는 말이 정말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우리 어머니, 열도 안 나는데 확진이 됐단 데요? 좀 있으면 코로나 확진된 사람들만 있는 9층으로 올라간다 하오.”  


가뜩이나 면역력도 약한 엄마가 어떻게 코로나와 싸운단 말이냐. 

하늘도 무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늘도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60만을 넘어선(22년3월 둘째주) 상황에서 요양병원이 안전할 리 없었지만... 정말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다행히 엄마는 코로나 예방 접종을 3차까지 끝내긴 했다. 

작년 여름, 아스트라제네카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에 호들갑을 떨며 화이자를 신청했고, 

우리 동네 구청까지 먼 거리지만, 비싼 구급차 이송료를 지불할지라도 2차까지 무리해서 맞았었다. 

또 본격적인 재활치료를 위해 지난 12월 3차 접종을 당겨서 맞았던 것이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됐다.

그래도 코로나 너마저.. 정말 최악이구나!




엄마가 계신 요양병원에 코로나 환자가 생겼다고 한 건 열흘 전이었다. 

야간조 간호사님을 시작으로 엄마의 옆 병실에 있던 환자들이 하루 걸러 계속 나오게 되었다.

결국 옆 병실에 확진자가 4명, 사망자 1명! 엄마의 병실은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였다. 

전염될까 노심초사 갇혀 지내면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지만, 오미크론 앞에선 장사도 없었다. 

갑자기 엄마의 옆 침대 환자에게 미열이 시작되었고, 설마 설마 했던 코로나가 엄마에게도 찾아왔다.


엄마의 코로나 증상도 걱정이 됐으나, 

문제는 엄마를 누가 간병하냔 것이었다.

엄마만 양성이고, 여사님은 음성이었다. 

코로나 환자는 코로나에 확진된 간병인이 돕는다는 것이 병원의 규칙이란다.  

좁은 6인실에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여사님 두 분까지, 총 8명의 확진자가 함께 생활한다고? 

불안해 불안해.... 우리 엄마 어떡해.... 눈물이 앞을 가렸다. 

특히 엉덩이 욕창이 손톱만 하게 줄어서 완치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잘못 방치하면 순식간에 퍼지는 게 또 욕창이잖아. 욕창이 커지면 패혈증까지 올 걸 아는 상황에서 더 안절부절 심장이 벌렁벌렁 제정신이 아니었다. 게다가 매일 세 번씩 통화했던 영상전화마저 중단되니, 내가 불안한데 엄마는 오죽하겠는가 싶어서, 더 속상했다. 

       

“엄마. 강하고 담대하기!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기! 하나님이 엄마를 지켜주신다~”  


'아무것도 두려워말라'라는 찬양을 울먹이며 불러드렸다. 

그렇게 엄마는 병원 측에서 마련한 코로나 병상층으로 올라가셨다.

여사님말에 의하면, 헤어질 때 여사님의 손을 놓질 않더란다.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얼마나 그 눈빛이 서글픈지 여사님도 마음이 너무 아파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그 눈빛이 나도 눈앞에 어른거려 미칠 것 같았다. (우리 여사님과는 일주일에 뒤에 보자고 약속했다.)


엄마의 코로나확진 소식을 받은 날이 수요일. 부랴부랴 수요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요즘 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교회를 열심히 다닌다)

성전에 갔지만, 이건 뭐 집중도 안되고 머리가 멍 한 것이...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조바심만 났다. 

그런데 뜨악... 예배 중간에 담당 의사에게 전화가 왔다. 

요양병원 의사에게 전화를 받는 건 가슴이 덜컹한 일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지만, 다급하니까 전화가 온 거겠지? 뭔 일이야? 식겁하며 교회를 나와서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 엄마는 목감기 정도의 가벼운 증세라 가래약만 처방했고, 간호부장님이 아예 병실에 상주하면서 체크를 하니 보호자는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 지금처럼 가볍게 코로나를 이겨내는 것이 엄마에게는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긍정의 말들...또 엄마는 핸드폰을 따로 넣어드렸기 때문에 영상통화가 가능하니 궁금하면 전화해도 된다고 하셨다. 


"정말요? 위중하면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는데, 엄마는 경증이라서 9층병동으로 옮긴다는 그 말인거죠? 상태가 괜찮다는 말씀인거죠?"


의사에게 엄마의 상태를 두 세 차례 확인받고는 마음이 좀 놓였다. 

곧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목만 아프다며?"

"응. 따뜻한 생강차 한 모금만 마셨으면, 소원이 없겠다."     


엄마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물을 못 드신 지 벌써 1년이고. 그걸 다 알면서도 물을 마시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속상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말씀도 잘하시고, 괜찮다고 하시니 다행이었다. 이때, 새로 만난 코로나병실의 간병인 여사님께서 불쑥 화면으로 들어왔다.  


"잘 돌볼 테니까 따님은 걱정 말고, 맘 푹 놓으세요!(여사님은 러시아 고려인이란다)"

"여사님 몸은 어떠세요? 아프시겠지만 엄마 잘 좀 부탁드려요."

"돌봐야 하는 환자가 여섯인데. 우리 할머니는 계속 날 부른단 말이에요. 내가 개인 간병사도 아닌데, 계속 할머니만 볼 순 없잖아요!"


그 말이 걸려서 과일과 간식을 싸들고 병원으로 쫓아갔다. 

사람 마음이 뭔가 챙겨드리면 엄마를 더 잘 돌봐주시거란 느낌이 들잖아... 

원무과를 통해 올려 보냈는데, 다행히 잘 먹겠다며 연락이 왔다. 그리고 이후로 전화도 잘 받아주시고, 유튜브로 설교도 잘 틀어주신다고 하니 마음이 좀 놓였다.




오늘이 벌써 코로나 확진 6일째.

집에서 쉬시던 여사님께 전화가 왔다. 수간호사님이 엄마가 코로나 무증상이라서 하루 일찍 내려오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면서 벌써 병실에서 계신다는 것이다. 다행히 하루 전날 코로나 PCR검사를 받아놓으셨기 때문에 들어와서 엄마를 기다린다고 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휴.....


백신맞으러 힘들게 돌아다녔던 일들, 

또 이틀에 한 번씩 코로나 검사한다고 코를 찔러댔던 기억들이

무증상으로 가볍게 앓다가 코로나병동에서 내려오는 엄마를 보며. 필름처럼 지나갔다.


이제 차라리 맘 편하다. 

오히려 코로나에 걸린 것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45일간은 코로나 검사를 안해도 된다 하니. 

다음 달 예약해 놓은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입원도 간편하다. 


오늘도 언제나 그랬듯이 엄마와  <감사 QT 365> 책을 읽어드리며 감사거리를 찾았다. 

가볍게 코로나를 이겨내고 계신 지금 상황에 감사하고, 

엄마 얼굴을 조금이라고 보며 전화통화할 수 있음에도 감사하다는 대화를 이어갔다.      


엄마에겐 나 하나뿐인데, 

나와 다시 살고 싶어서 집에 오시겠다는 희망 하나로 버티고 계신데,

참 많은 장애물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엄마와 내가 감사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음에 감사하다. 이게 바로 믿음의 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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