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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Mar 15. 2022

내가 열 아들 안 부럽게 해줄게

에필로그 EP 29.  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쓰게 된 계기는?



나 같은 사람이 어딘가는 있을 것 같았고,

갑작스럽게 가족이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하는 그들에게...

내 이야기를 읽으며, 덜 당황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 글이었다.    


‘아~ 이 사람은 이런 식으로 가족을 보살피고 있구나.’

‘아~ 이런 마음으로 위기를 넘겼구나.’     

‘나만 당황했던 게 아니구나~ 다 똑같군~’     


동병상련의 위로같은 거랄까?

엄마가 처음 쓰러졌던 날. 중환자실에서 뇌졸중환우 카페에 가입을 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정말 수두룩했다.

가입인사를 하고 위기상황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들을 습득했다.      

나처럼 당황한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서 공감도 되고, 위로도 희망도 얻었다.

모두가 한 발 한 발 내딛는 두려움이 눈에 보였다.


“오늘 상황은 이런데, 내일은 어떻게 될까요?”

“이 병원은 괜찮은가요?”

“간병인의 저런 행동을 계속 참아야 하나요?”

“의사의 말을 믿고 전원을 해도 될까요?”     


하지만 두 세달 안의 상황들만 가득하고....그 다음은.... 그래서 어찌 되셨는데...    

아직 그 분은 살아계실까? 요양병원으로 가셨을까? 호전되어 집에 가셨을까?      

왜 그 다음의 글은 쓰지 않는거지?

카페에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익숙한 환경에 접어든 걸까?

누군가와 공감하지 않아도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이 된 걸까?

궁금했다. 다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그래서 내가 직접 이래저래 기록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되었고,

내가 날 설명하지 않아도, 글이 날 설명해주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검색어를 통해, 내 글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음도 발견했다.


<키워드 검색어>

뇌경색. 죽음. 유산. 치매. 패혈증. 결핵. 욕창. 연하검사. 요양보호사. 연명치료동의서. 연명치료포기각서. 노인장기요양급여. VRE균. MASA균. CRE균. 뇌졸중. 고혈압. 당뇨. 신우신염. 요로감염. 코로나격리. 코호트. 노인장기요양보험. 항생제내성증. 장애등급. 염증. 가족요양제도. 승압제 등등...


이 글의 끝은 어디일까?
 

병상일기니까 엄마가 천국가시는 것이 엔딩일까? 

그럼 시작도 안했을 것이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잖아.

VRE가 해제되어서 재활의 희망 깃발을 들고 서 있는 마당에...

코로나에 걸렸지만 무증상으로 견뎌내셨고, 이젠 항체까지 생겨서 맘놓고 재활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또 욕창이 많이 좋아져서 자리에 앉아서 성경책을 읽을 정도가 되셨는데...

절대 말도 안되는 말이다. 

그런 생각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럼, 엔딩은 뭘까?

나를 펑펑 울게 한 책 한 권이 있었다.

엄마의 35년간의 가계부를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발견한 작은 노트~

바로... 내가 태어날 시기에 엄마아빠가 함께 적은 육아일기였다.


정말 펑펑 울었다.

그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함께 즐겁게 웃고 행복했던 시간이 이젠 돌아올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눈물로 그 일기를 읽었다.


두 분의 알콩달콩 신혼시기 재밌는 이야기도 있고.

나 말고 형님과 동생이 있을 뻔 했으나 안타깝게 세상을 보지 못한 얘기도,

또 아빠는 내가 아들이길 바랬다는 것도~ 일기를 보고 알게 됐다.



일기의 앞표지 + 엄마의 글씨 + 아빠의 글씨



"내가 열 아들 안부럽게 해줄게"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라는 말을 듣게 해주겠다고 입에 달고 살았었는데...

요즘에서야  말을 정말 많이 듣고 있다. 

어쩜 딸 하나가 열 아들 하나도 안부럽게 잘 돌보냐고. 

주변의 어르신들이 날 얼마나 기특하게 생각해주시는지...

모두 아들은 필요없다! 딸이 최고다~~!!하신다


<엄마의 팩트 일기>

*내가 태어나기 전 날     
아침 9시 정상 출근을 하고 공장에 가서 현장에 나가 제단 나라시를 하는데. 너무도 몸이 괴롭다. 윤제단사와 정자언니를 서울에 보내 놓고 몸이 아프니 초초한 마음은 금할 길 없었다. 할 수 없어 무역부 고부장님께 이야기해서 1시 30분 경에 일신 병원에 갔다. 응급실에 들어가니 진찰해보고 약 3,4일 후에 오라고 하는데, 나오다 너무 급해서 초량 황박사를 찾아갔다. 거기도 역시나 아직 안낳겠다고 하여, 할 수 없이 집에 돌아와서 밤새 혼자서 진땀을 한없이 흘리면서 고통을 당했다.

* 내가 태어나던 날
새벽 예배를 몇 번씩 쉬면서 겨우 다녀오다. 박선생 어머님 오셔서 너무 급하게 서둘러 10번 승용차로 일신병원에 가서 0시 0분에 고통스런 분만을 했다. 분만시에 나는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기절했다. 위험하다고 입원실로 입원을 안시켜주다가 오후에 시켜주었단다. 오후 6시30분쯤 아기를 가져다 주었다. 아빠가 부산역에 도착하자 들렸다면서 면회시간이 지났는데도 보호자라고 면회왔다. 당신 들어와서 수고했다 한다.     

* 내가 태어난 이틀 후
일요일이다. 선교사가 와서 예배를 본다. 2시 30분쯤 당신과 정자언니가 면회 왔다. 퇴원 수속을 밟아서 3시 40분쯤 퇴원했다. 택시 5천원에 들어왔다 병원비 38280원. 들어오니 박선생과 부친 모친이 너무 반가워 아이를 안고 들어왔다. 집에 왜 고기에 미역국을 끓여서 밥을 하여 많이 준다. 병원에서 몹시도 울던 아이가 집에서 가져온 옷을 갈아 입혀서 아빠가 안고 오니, 너무도 잘 자고 집에 오니 순하다고만 한다.           


<아빠의 감성일기>

* 내가 태어나기 넉달 전
나의 아들아(아빠는 내가 아들이길 바랬나보다). 너의 어머니는 너를 위하여 오늘 염소1마리(쌀반가마 값을 주고서)사서 솥에 넣고 끓이고 있구나. 얼마나 태어날 너를 위하여 애를 쓰는지 아느냐. 오늘도 네가 꿈틀꿈틀 움직인다고 그러는구나. 내가 배에 손을 대면 아빠인줄 알고 그친다고 그러는구나. 얘가 어쩌면 너는 그렇게 웃기는지 모르겠다.  
내 아들아. 너는 이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착하고 선하고 아름답고 그리고 지혜로운 아이. 주님을 진실히 믿는 아이가 되거라. 하나님 그리고 예수님 그리고 성령님의 뒤를 따라서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 되어다오. 그리고 진리안에서 일류대학에 입학하여 남에게 존경받는 아이가 되어다오. 부탁이다.

* 내가 태어나기 일주일 전
사진 넣는 서랍을 열어보니 사진은 없고 아이 옷이 가지런히 들어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는 애 옷이 말이다. 수건. 베게. 홑이불 기저귀가 가득이다. 땀띠에 쓴다는 분도 아울러 사놓고 말이다. 어제는 공장에 도착하니 아이 기저귀를 하나하나 개고 있었다. 병원비 6만원까지 모든 준비를 완전히 다 한 셈이다. 탄생할 아이에 대한 정성이 지긋하다. 하늘이 높고 푸르다. 가을 하늘이다. 완전히 무더위가 지나갔다. 우리애가 과연 어떻게 탄생하게 될지 궁금하다.      

* 태어난 석 달 후
정원이가 귀가 아프다. 물이 들어가서 결국 염증이 생기려는 징조라고 한다. 안쓰러워서 못보겠다. 어린 것이 말은 못하고 울며 고개를 내게 두르고 왼팔로 어머니를 쥐어뜯고 하고 안쓰럽기 그지없다. 오늘 해운대에 가서 귀소독하고 들어왔다. 약간 쾌활하여졌는가 보다. 웃고 놀고 하니 하여간 잘자라고 탈없이 커야 할터인데. 주여 이 어린 것을 지켜주시옵소서. 밖에도 바람이 세게 부는데 햇빛이 베란다에 비추어 매우 따뜻하다

* 태어난지 넉달째
키 62cm, 몸통 42.5cm. 이마 40.5cm 였다
우리 정원이 오늘 탁아소로 엄마가 입소시켰다. 울어도 소식이 없는 곳으로 갔다.
저녁 6시에 나오니 그때 봐야지. 어떻게 하겠구려. 정원이 가서 우유 잘 먹고 잘 크거라.     

* 나의 첫 번째 생일
정원이 돌날 밤이다. 열이 나고 먹은 것이 체했나 보다. 이튿날 오후에 가서야 열이 내렸다. 우리 정원이 어찌나 잘 걷는지 모르겠다. 복도에 나가자고 울고 무슨 철을 아는 것 같다. 옷 10벌. 수저4벌. 밥그릇4벌 그리고 31,000(쌀로 1가마값)이 들어오다. 음식 비용은 80,000원(쌀로 2,5가마)값이 들어가고, 돌날저녁은 음식장만 하느라 엄마가 꼬박 밤을 새웠다.





“넌 크게 될 사람이다, 넌 축복받은 사람이다”


천국 가신 아빠는 내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때부터 축복의 기도를 많이 해주셨다.

이 글들을 읽는 내내 난 자존감이 다시 세워졌다고나 할까?

많은 실패들이 날 후지게 만들었지만, 나의 탄생일기의 발견은 날 다시 사랑하게 되는 '원점'이었다.

그래서 엄마아빠에게 고맙다.

날 낳아주셔서....      


언젠간 내가 읽게 될 거라고 쓰셨겠지만...

그 시간이 본인이 세상을 떠난 뒤,

요양병원에서 힘들어 하실 때가 될 거라는 것은 모르셨을 거다.

어쩌면 이 책의 존재조차 잊고 계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 난 이 책을 발견했고,

엄마가 집에만 오실 수 있다면,

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엄마와 더 큰 사랑을 키워나갈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모르겠다.

아빠는 늘 나에게 시간을 아끼며 살라 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세월을 아낄 수 있을까?


얼마전, 아빠의 1주기 추도예배가 있었다. (시간이 참 빠르다)

작은아버지께서는 하고 싶은 것을 발견했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이뤄야 한다~

그 본보기의 장본인이 아버지였다고 하셨다.


그래... 아버지가 내게 하고 싶으셨던 말씀은 좌절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글을 쓰기 위해 매일 노력해라 였다!

끝까지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었다. 




관심 있는 일이 생기면, 그냥 앞뒤 보지 않고 시작하는 편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대부분은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인데. 그 사람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말이 잘 통하거나 목표가 같으면 협동해서 쭈욱 끝까지 가는 류다.

남에게 딱히 도움을 받을 일도 없지만. 남에게 피해 주는 일도 거의 하지 않는다

어디를 가나 착하고 성격 좋다, 열정적이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음... 뒤돌아보니 이 정도면 인생을 잘 살아온 거 같다.

모두 내가 잘나서 지금의 내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엄마 아빠의 공이고, 부모님의 교육 철학때문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모든 일에 날 믿어주셨기 때문일거다.


그러니...

엄마 아빠...

더 이상 걱정하지 말고 믿어주세요!

세상에 혼자 남더라도 엄마아빠가 잘 키워주신 만큼~

건강하게 꿈을 이루며 잘 살아가겠습니다!

천국에서 웃으며서 만납시다. 

정말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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