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6. 대학병원에서의 4차 연하 검사 통과 but...
씹고 뜯고 삼키고 마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연한 행동을...
엄마는 1년 동안 하지 못하셨다.
대학병원으로 전원한 지 며칠 안돼, 의사가 갑자기 연하 검사를 하자고 했다.
한 달 전에 fail 됐던 연하 검사 자료를 이 병원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랬나?
연하 검사는 연하 재활치료를 받기 위한 필수 검사인데,
검사 보고서를 심평원에 제출을 해야만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어 매우 중요한 검사이기도 하다.
요양병원에선 내가 하고 싶다 해도 여러 모로 절차가 번거로웠는데.
병원에서 먼저 하자고 하면 나야 완전 땡큐지~
혹시 pass가 될지도 모르니... 엄마의 연하 검사에 사인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건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바라고 바랬던 나의 소원! 엄마가 통과가 됐다!!
연하 검사(삼킴 검사)는 보통 VFSS(video fluoroscopoc swallowing test, 비디오 투시)로 한다
비디오 투시 연하 검사는 조영제를 섞은 다양한 점도의 음식을
여러 3단계에 거쳐서 섭취하게 하는데
그 모습을 X-ray로 보면서 비디오로 녹화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미음(딱 요플레라 보면 된다)
->통과하면 죽(밥알을 씹어야 하는 정도)
->마지막에 물
숟가락으로 떠서 입 안에 넣어주면 환자가 입술과 혀로 쪼옥 빨아서 넘기면 된다.
되게 쉽고 당연한 행동인데.
그걸 엄마는 못하셨다.
보통 정상적인 사람은 음식을 삼키거나 물을 마실 때 아무 문제가 없이 스윽~ 꿀꺽하고 쉽게 위장으로 내려보낸다. 그러나 엄마처럼 뇌를 다친 분들은 그게 잘 안된다.
이를 두고 연하장애라 하는데, 입에서 인두. 식도를 거쳐 위로 보내지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뜻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3개월까지의 급성기 기간에 집중적인 치료를 했다면
엄마는 분명 입으로 식사를 하고 계셨을 것이다.
그 그지 같은 VRE 때문에!! 재활 시기를 모두 놓쳐서...그 속상함은 눈물이 나서 말로 못하겠다.
뇌졸중 전문치료실에서 밤새 섬망 증세를 보이셨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거즈에 물을 축여서 입안을 닦아드리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의식이 거의 없다 보니 거즈를 두른 내 손가락을 확 물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계속 다치니까 안 되겠다 싶어서 플라스틱 집게를 이용했는데,
아이고...
엄마가 하도 세게 집게를 물어버려서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도 생겼었다.
아.... 그렇구나... 내가 잘 모르다보니 무식한 질문을 했구나.
결국 엄마는 1년을 물 한모금 마시지 못했다.
첫 번째 검사는 아빠의 장례기간 중에 있었다.
엄마가 입원한 병원의 장례식장을 잡았기 때문에 아빠의 입관예배를 드리고 나서,
곧바로 난 재빨리 검은 상복을 벗고 흰 리본 핀을 빼고....
상주가 나 하나뿐임에도 (물론 남편과 딸도 있었지만) 불구하고...
엄마의 연하 검사를 위해 뛰어갔었다.
한 분은 영안실에...
또 한 분은 병실에...
나란히 이렇게 누워 계실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었는데
그 날은 그랬다.
엄마를 본 순간 아빠가 갑자기 소천하셨다는 말이....턱밑까지 올라왔지만. 말하지 않았다.
눈물을 감추고,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어서 투영실로 향했다.
엄마는 왼쪽 편마비라서 눈과 목이 자꾸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좌측 무시 환자다.
보호자가 검사실에 같이 들어가서 이마를 앞으로 향하도록 꽉 붙잡아야 했기 때문에.
나도 진땀이 줄줄 흘렀다. 아니 흐르는 땀인지 콧물인지 눈물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정신없는 검사였다.
그 결과 1단계와 2단계를 간신히 pass~!
사실 그때만 해도 입으로 금방 드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첫 번째 간병인 여사님을 잘못 만난 탓에
미음 삼키는 것을 제대로 연습을 못했고,
엉덩이까지 욕창이 생기면서... 최악의 환경과 컨디션 때문에 엄마의 치료는 늦어졌다.
이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연하검사는 실패했다.
.
.
.
그런데
기적적으로 VRE가 떨어지고 , 재활도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자...
연하 검사까지도 통과가 된 것이다!!!
기적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엄마가 1년 만에 이젠 다시 입으로 식사를 하실 수 있게 됐다.
처음 식사는 요플레와 연한 푸딩 같은 야들야들한 음식이 나왔다.
그다음 단계는 모든 밥과 국과 반찬을 죽처럼 만들어서 그걸 삼켜야 하는데
엄마는 너무 잘하셨다. 얼마나 드시고 싶으셨을까....
그런데
엄마의 위장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일주일 가까이 토하기 시작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동안 비위관을 통해 위장의 아래쪽에만 영양식이 들어갔는데.
식도를 통해서 위로 직접 내려가는 음식은 1년 만이지 않는가....
당연히 메스껍고, 신물이 나고, 헛구역질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의사가 말했다
입으로 드시는 것을 원했지만... 사레가 들려서,
폐로 들어가면 더 위험하기(흡인성폐렴) 때문에 엄마의 생명을 위해서!!
지금은 나중을 기약하며 다시 콧줄을 끼워서 입이 아닌 코로 다시 식사를 하고 계신다.
엄마의 소원대로 물 한 모금만이라도 입으로 들어가길 간절히 바랬는데...
어젠 엄마가 처음으로 배가 고프다고 말씀을 하셨다.
여태껏 배고픈 감각이 없어서, 그저 시간에 맞춰서 식사를 콧줄로 넣어드렸는데...
어머머... 배가 고픈 감각이 돌아왔다고?
정말 좋은 소식이었다!
엄마가 회복되는 것이 느껴진다...
엄마의 나이를 고려하면,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천천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