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팅달 Dec 07. 2021

VRE에서 해제가 됐단 말이죠?

EP 24. VRE 300일 탈출기! 

  

“어머님이 3주 연이어 VRE 균배양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셨습니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핸드폰을 든 채로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꿈에 그렸던 그 장면이 드디어 일어난 것이다!!

엄마에게 흥분해서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고맙다. 니 덕이다,”

“내가 뭘 했게? 다 엄마가 집에 오겠다는 꿈을 가지셨으니까 기쁜 소식이 있는 거야!”     

간병인 여사님은 격리병동에서 일반 병실로 이사 갈 준비를 하셨다. 

이미 지난주부터 간호사님이 VRE가 해제될 거 같다는 말을 했고, 이에 여사님은 미리 짐을 싸놓으셨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만 봄여름 가을을 다 보냈잖소. 이제 다시 겨울이오."


엄마와 전화를 끊는데, 눈물이 났다. 

그동안 VRE보균자라고 해서 많이 힘들고 번거로웠던 과정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엄마의 VRE해제 첫 주 결과지(2주 연달아 같은 결과)


자그만치

2021년 2월 5일. 

2021년 12월 6일

300일 지나서 해제된 것이다. 


엄마는 뇌졸중 전문치료실에서 열흘 만에 나오자마자 VRE 내성균에 전염되었다.

곧바로 코호트 격리가 되었고, 

그때부터 재활도 제대로 못하지, 

심지어 치료 받을 때나 이동 할때... 전염병 보균자를 의미하는 파란 비닐을 입고 다녀야 했다.


담당교수는 뇌졸중 급성기 시기를 놓치면 안 되니

빨리 퇴원해서 재활요양병원으로 옮기라고 병원을 알아봐줬다. 

대학병원에선 VRE환자를 재활의학과의 재활치료실에 내려 보낼 수 없다고...

그때는 정말 어이없었지. 

치료를 받다가 감염병 환자를 만들어놓고는 이제 자기넨 치료를 못하니 나가라?

어쩌다 응급실에 입원하려 해도, 격리 배드가 없을 경우에는 입원도 못했다.

     

“이 병원에서 이렇게 만들었잖아! 병원은 책임 없다? 그런데 엄마를 위해 빨리 나가라고?”     


교수한테 이 말을 했다가 완전 찍혔었다. 

(다행히 지금은 웃으며 대화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VRE는 대체 어떻게 나을 수 있는데요?”

“잘 드시고, 잘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균입니다”

“콧줄로 하루 600ml 드시고, 뇌병변 때문에 꼼짝 못 해서 욕창까지 생겼어요. 운동도 못 할 지경인데, 어떻게 나으라고 하냐고요?”

“보호자분. 운이 안 좋았어요. 저희도 어쩔 수 없네요...”     


당시 담당교수는 빨리 퇴원해서 재활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원망스러웠다. 그때 난 자책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못나서 아픈 엄마를 못살리구나... 지인 중에 대학병원 의사가 없으니 이렇게 쫓겨나는구나...”     


교회의 선배부터 시작해서 사촌의 사돈 형님까지... 의사들을 찾아 나섰다. 

조언의 결론은!


' 3차 병원인 대학병원은 위중한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이건 의사의 몫이 아니라 의료제도다! 

재활치료를 잘하는 병원으로 옮기는 게 맞다.'


음... 그렇구먼... 내가 못나서 그런게 아니구만...그제야 이해가 갔다.


대학병원에서 추천받은 병원들. 그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것 같아 올려본다

병원에서 알아봐 준 요양병원들...

VRE환자를 열심히 재활해 주는 병원은 드물었다. 

거기에 보호자가 오고 가기에 편해야 하고,  

대학병원과도 인접한 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제한조건도 있었다. 두 달에 한 번씩 교수님 진료를 받아 복용 약을 타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 ‘구급차 이용요금’이 발생했다.

엄마는 대학병원과 5분 거리, 2km도 안 되는 병원에 입원하셨다.

그런데 병원 가려면 편도 7만 원! 왕복 14만 원. (너무 가까워서 5천 원을 할인해줌)

거기에 진료대기 시간이 더해지면 기본 2-5만 원은 더 줘야 한다. 

정말 시간이 돈이었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가격? 정말 틀렸다! 

병원비, 간병인비, 소품비도 버거운데, 사설 구급 차비까지 생각하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처음엔 소변에서 VRE 판정을 받았다.  

일반병실로 온 날 소변줄을 뺀다 낀다 하면서 여러 간호사들이 다녀갔다. 

그때 감염이 된 듯하다. 

왜냐고?


엄마가 VRE환자 딱지를 달고 코호트 되면서, 

병실을 1인실 ->2인실->4인실 마구 바뀌었는데, 최종적으론 배정받은 코호트 병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일반실로 나왔을 때의 그 바로 옆 방이라는 거....


3월 초, 요양병원으로 입원.

그러나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 찾아와서 또 다른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처음의 대학병원은 코로나환자들때문에 VRE전염병 격리 배드가 없다는 이유로 

엄마를 안 받아 줬다. 

욕이 나오더라!     


여하튼 돌고 돌아 다른 대학병원에 입원했는데...

이번엔 MRSA에 감염이 됐다. 

그땐 정말 터널에 갇힌 기분이었다     

     



MRSA 역시 항생제 내성균이다. 

VRE와 같이 법정감염병 4급에 해당하는 감염병으로 면역이 약한 환자에게 흔히 감염되는 균이라고 했다.

 

“병원이 예전엔 편했는데. 이젠 무섭구나...”     


엄마 말이 맞았다. 나도 무섭다. 대학병원에는 온갖 병균들이 많기 때문에

엄마는 큰 병원만 오면 오히려 병이 하나씩 더 해졌다. 


패혈증을 없애기 위해 항생제를 맞았는데, 그 때문에 설사가 계속되면서 대변에서까지 MRSA. VRE균이 같이 나오기 시작했다.

소변과 설사로 인해 VRE균이 피부에 닿았고 

그럼 피부는 붉게 변하고 매우 쓰라리게 된다. 

어김없이 발진이 일어나서 또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르고...

거기에 피에선 계속 패혈증균은 없어지지 않아서.

온몸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염증을 일으켰다. 

특히 욕창이 점점 커졌는데... 피부 진층까지 손바닥 많은 구멍이 뚫려버렸다     

아. 정말 정말 악순환의 반복...

오직 교회에 의지하는 믿음의 기도밖에 없었다. 




마냥 아프다고 누워만 계실 수는 없으니 

요양병원에 요청해서 VRE환자이지만 치료사가 병실로 올라와서 치료를 해달라 부탁했다.      

그렇게 조금씩 운동도 하면서 시간이 흘렀고...

7월엔 소변에서 나오던 VRE가 해제되었다.

MARA도 같이 해제가 됐다는 소식에 기뻤으나. 

아직 대변에서 나오는 VRE가 더 심하기 때문에 

다시 소변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 기뻐하긴 이르다고 의사가 말해줬다.      


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무리를 해서라도 침대 채 재활치료실에 내려가서 물리치료라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10월 말부터는 오전 2시간, 오후 1시간으로 재활운동시간을 늘려보았다.

목에 힘이 없어서 고개를 가누지 못했던 엄마가 점차 목에 힘을 주시게 됐고

욕창도 운동시간이 늘리니까 점차 크기가 줄어들어 조금씩 앉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덕분에 재활실까지 침대가 아닌 휠체어로 이동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엄마가 병원에서 지금도 드시고 계신 환자식


식사도 하루에  600ml을 드시던 것을 

800ml-> 900ml -> 1000ml -> 1200ml -> 1500ml 점점 늘려나갔다.

그리고 두 달 전부터 단백질 프로틴 가루를 여사님께 식사와 섞어서 주입해 달라고 했다.  


정말 운동과 식사가 답이었다.          

일반병실에서 첫날 밤을 주무신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비닐장갑 안 끼고, 비닐옷도 안 입고 날 보러 온다.”     


엄마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신 듯 보였다.      


“축하해 엄마! VRE 감염균에서 자유야. 

어느 병원이든 어떤 치료든 엄마는 다 받을 수 있다고!”   

“고맙다”     




그저그저 오늘만 같아라~ 

엄마는 이제 시작이다!!

2월에 했어야 할 일을 300일이 지난 12월이 돼서야 하지만. 

그저그저 감사할 뿐이다.  


재활을 잘하셔서

콧줄도 

소변줄도 

그리고 욕창도 

더 좋아지면 신장에서 발견된 작은 종양도 떼어내야 한다.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 엄마에게 정신 바짝 차리시라고 했다.     

 

“난 세상에 너 밖에 없다. 내 딸 정원아. 고맙다”

이전 23화 감사의 호들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