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3. 감사생활의 중요성
추수감사 주일 저녁예배를 드리고 나서, 난 호들갑을 떨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유투브로 실시간 예배를 드리시기 때문에
분명히 목사님의 예화를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설교는 열 명의 나병환자가 예수에게서 고침을 받았는데,
그중에 하나만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그 감사로 영생 구원의 축복도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목사님 말씀은 교회 성도들에게 똑같이 기도를 해줬음에도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하러 오는 성도가 있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분들을 더 기도해주게 된다는 것이다.
감사는 사람도 감동시키고, 하나님도 감동시키는 것이니
늘 감사의 삶을 살라는 내용이 설교의 핵심이었다.
늘 듣던 예화이고 설교였다.
하지만 오늘따라 목사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다 내 얘기 같고, 귀에 쏙쏙 박혔다.
난 그동안 교회를 거의 가지 않았는데,
엄마의 병상 소식을 전하기 위해 목사님과 교회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되다 보니,
어느새 내가 예배당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냥 눈물이 쏟아졌다.
나 말고도 누군가가 엄마를 위해서 기도해준다는 것,
하나님이 엄마를 보호하고 계신 다는 것,
그 자체가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이래서 종교가 좋은 가 보다.
엄마는 교회 일이라면 밥을 먹다가도 뛰어나가셨던 열성신도셨다.
엄마가 다니시는 교회는 우리나라의 초대형교회로 할 일이 진짜 많은 곳이다.
50대 후반부터 이 교회에 다니셨는데, 봉사도 정말 많이 하셨고
특히 선교사님들과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을 많이 후원하셨다.
나이가 들어서는 교구의 최고 원로 권사님으로서
교회와 가정들을 위해 중보 하는 든든한 존재였으며,
새벽예배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단 하루도 빠지지 않는 교회 기도처의 문지기셨다.
그러다 엄마가 쓰러지고 위중해지자
기도의 빚진 교회 식구들이 열과 성의를 다해 기도를 해주기 시작했다.
비록 코로나 상황이라 면회를 못 오는 것이 아쉽지만.
전화로 지금까지 기도를 해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지...
그래서 엄마가 하루하루 호전되는 것을 두고, 난 그것이 기도와 감사의 힘이라 믿게 되었다.
엄마가 병원에 계신 동안에 아버지도 천국에 가셨고,
교회의 원로 목사님 내외 분도 천국에 가셨다.
엄마가 아픈 동안에 엄마가 의지했던 사람들이 병환으로 소천하셨으니,
낙담하고 좌절할 이유는 충분히 많았다.
그러나 교회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목사님의 설교를 유투브로 24시간 틀어놓고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계신 것이다.
생전 원로목사님의 유창한 설교부터 시작해서. 지금 담임목사님의 수요 성경공부까지....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서 엄마는 지금의 환경을 이겨내고 계신다.
사실 오늘도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어제는 컨디션이 좋았지만, 오늘은 또 어떤 상태일지 모르니까. 내일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이 세 단어로 매일 아침, 엄마와 나는 영상통화로 하루를 시작한다.
잠을 푹 잘나? 몇 시에 일어났나? 컨디션은 좋은지?
특히 엄마를 돌보시는 여사님은 오늘 기분이 괜찮은가?
교회에서 나눠준 <감사로 시작하는 365>를 엄마에게 읽어주기 시작했다.
두 세 단락의 짧은 글이지만, 엄마에겐 많은 위로가 되는 듯싶었고,
책을 읽으니 감사의 소재와 대화의 내용도 풍부해졌다.
이렇게 한 달 정도 시작한 감사생활은 엄마의 생각과 말을 바꾸게 한 것 같다.
엄마가 비록 뇌병변 장애로 인해 몸을 쓸 수 없지만. 일어날 수 있다는 꿈을 갖게 했고
불평하고 낙담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도 나눠 줄 수 있는 여유를 만들었다.
얼마 전엔 병원 원장에게 노래를 불러주셨다고 한다.
원장님의 감동한 모습에 엄마는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의 오늘의 감사는
"나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슬퍼하기보다
하나님의 때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어주실 것을 믿고 감사하자"이다.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