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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Nov 09. 2021

제발 엄마, 죽지마!

프롤로그 EP.1 골든타임 3시간


“정원아... 어디냐? 엄마가 쓰러졌어.....빨리 와!”     

 

아빠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엄마가... 왜? ”


“엄마가 많이 이상해. 빨리 와 얼른! ”


2021년 1월 25일 오전 10시 15분.

아빠의 틀니교정을 위해 치과에 모셔다 드리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나는 부모님의 집 앞에 차를 주차하던 중이었다. 

급하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런.

데.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쓰러진 엄마를 부축하고 서 있는 아빠의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엄마의 눈은 이미 뒤로 넘어갔고, 입엔 구토를 한 흔적들이 보였다.


"빨리 안 돕고 뭐해?"


얼어붙은 나에게 아빠는 소리를 쳤다. 

그제서야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아빠를 도와 엄마를 안방 침대에 옮겼다.

엄마는 이미 온 몸에 힘이 다 빠진 채 늘어졌기 때문에. 엄마가 평소보다 두 세 배는 더 무거웠다. 

    

"정신차려봐. 엄마!!... "


엄마는 둔탁한 음성으로 ‘화장실 가고 싶어...’ 라는 말만 되풀이 하셨다.

식사를 마친 엄마는 9시 45분 쯤 소파에 앉으려다 그대로 탁자 옆에 쓰러지셨다.      

아빠가 엄마를 발견하고, 내가 도착한 건 15분 뒤.

119 구급대원들이 15분 뒤에 도착했다.

그리고 월요일 차가 막혀, 30분만에 대학병원의 응급실 앞에 도착했으니까...

총 1시간...

엄마가 충분히 소생 가능한 시간이었다. 


"코로나 너 때메"

이 거지 같은.... 코로나19가 문제였다....

응급실 밖에서 20분 이상 기다렸다.      


“고혈압으로 쓰러진 환자가 있다구요! 추워요!! 빨리 들어가게 해주세요!”     


한 겨울, 일 분 일 초가 급한 데.... 2021년 1월은 코로나19 때문에 병원 응급실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응급구조대 역시 초조해했다.

스피커폰에 얼굴을 대고 환자가 뇌출혈일지도 모름을 계속 강조했지만,

병원은 그저 순서를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엄마의 의식은 점점 약해지고...

추위로 인해 엄마의 컨디션은 무너졌다...


그렇게... 겨우 응급실 안에 들어갔건만, 

뭐요?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고요?

코로나 음성결과를 기다려야만 의료진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단다. 


“완전 미친... 열 안나잖아! 빨리 CT찍으라고!!! 쓰러졌다고요!!!시간이 없다고!!”     


병원측은 코로나환자면 어쩔거냐면서 CT와 MRI는 차례로 찍을 테니까

보호자는 응급실의 대기실에서 차분히 기다리라고 했다.


"이 상황에 차분하게 생겼어요? 허...."


절박한 보호자의 입장으로 상소리가 절로 나왔다.      

뇌경색이라서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한다고 했다.

레지던트는 혹시 엄마가 과거에 쓰러진 전력이 있냐고 물었다.

벌써 30년 전 일인데, 굳이 말하지 말걸...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 줄 알고, 기억을 더듬어 내가 초등5학년쯤? 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레지던트는 그걸 확인해야 한다며 나보고 지인들에게 빨리 물어보라고 했다.

안그러면.... 혈전용해제가 약한 뇌혈관을 자극해서 심한 출혈을 일으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답변을 가져올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단호함을 늘어놓았다.


"어떻게 그걸 기억해요?"


그렇게 또  30분....

혈전용해제 투여로 인한 사망시,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동의서에 사인했다.

이런 저런 검사와, 수술대기, 휴가였다는 교수까지 불러들이는 시간까지 합해서

엄마는 응급실에서 4시간을 보냈다.


     "결국, 골든타임을 놓쳤다"     

오후 2시20분.

엄마는 혈관조영실로 옮겨졌다.

의사는 시술 이후에도 뇌출혈이 발생할수 있어 수술 가능성이 있고,

시술 중 테이블 데스가 될 수 있으니 동의서에 또 사인을 구했다. 

(이 수술은 두개골을 잘라내는 수술인데... 다행히 엄마는 하지 않았다)

 

"알았으니까... 빨리 하라고요. 제발 살려만 달라고요!"


보호자에게 요구하는 절차는 참 많기도 했다.

뭘 그리 많은 사인을 하라는 건지? 자신들의 의료과실이 아님을 미리 다짐받아두는 거겠지.



<엄마의 MRI사진.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굳어버린 뇌>


수술실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엄마와의 추억들을 생각했다.      

어젯 밤 통화가 마지막이었는데... 엄마랑 무슨 통화를 했더라.내가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은 했었나?

이럴 줄 알았으면 사랑한다고 많이 말할걸... 후회가 앞섰다. 


이때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맞다... 정신이 없어서 아빠에게 계속 보고를 했어야 했는데....


“정원아 점심은 꼭 먹어라... 너한테 다 맡겨서 참 미안하다.”

“당연히 내가 해야지... 걱정 마시고... 아빠야 말로 식사하세요.”




난 엄마아빠가 마흔이 넘어 힘들게 낳은 늦둥이 외동딸이다.

이제 내가 엄마의 나이가 되고나니, 부모님이 날 낳아 키우기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감이 온다.      


“너네 엄마는 왜 할머니야?”      


어릴 때, 동네 아이들이 놀렸던 기억이 난다.

그럴 때 난 머리채를 잡고 쥐어 뜯고 싸우는...... 그랬다면 드라마의 한 장면일테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우유부단하게 그 아이를 집에 불러서 오히려 엄마를 소개시켜줬다.


"엄마... 얘가 엄마가 너무 예쁘대!"


이렇게 말하면 놀렸던 아이는 움찔하며 엄마에게 인사하고 사라졌다.

이게 내 캐릭터였다.

그래서 엄마는 내 친구들을 거의 다 알았다.

그렇게 사십 년이 넘게.... 엄마는 나의 모든 친구들의 이름을 알았다.


그런 엄마가...

엄마를 넘어 내 유일한 친구였으며 스승이었고, 멘토였던 엄마가...

지금 죽음의 문앞에 와 있었다.

      

“하나님. 제발 엄마를 살려주세요....”     


기도하는 도중에...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의사가 마스크를 벗고 나왔다.      


“위기는 넘겼습니다. 뇌경색이 상당부분 많이 진행됐지만. 연세가 있으셔서 수술은 하지 않고 약물로 치료할 예정입니다. ”

"엄마는 사실 수 있는 거죠?"

 

그 순간은 엄마가 살아났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그땐 시술만 하면 엄마가 다시 어제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줄 알았다.

'뇌졸중 전문치료실'로 엄마를 입원시키기로 결정하고, 마침 전문치료실에는 1인실이 있어서, 보호자가 24시간 옆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럼요. 당연하죠. 제가 엄마 옆에 있을 겁니다."


난 응급실에서 코로나 PCR검사를 받고 음성임을 확인 한 뒤.  중환자실에서 엄마의 곁을 지키게 되었다.


이렇게 엄마의 뇌졸중 병상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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