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기간 동안 무언가 보람찬 일을 하고 싶어졌다.
마냥 노는 것도 의미가 없고, 인생에서 현재의 소중한 시간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채워보자 싶었다.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다니는 친한 동생이 있어 물어보았다.
"나도 봉사활동 좀 하자"
대뜸 듣자마자
"형이요?ㅋㅋ"
대 묻는 것이다.
이 냥반이 요즘 무슨 일이 있나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놀아라고 한다.
뒤통수를 한대 칠까 하다가
휴직기간 동안 "보람찬 일도 하고 싶고 나눔의 의미를 나누고 싶다" 하니
더 이상하게 쳐다본다.
아내와 함께 같이 할 거고,
아내가 동생에게 물어보니 그제야 형수님 하면서 깍듯하게 자세히 알려주었다.
역시 내가 말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일단 형이 아는 곳 없으면 1365 자원봉사포털(https://www.1365.go.kr/)이라는
자원봉사사이트가 있는데 거기 들어가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들이 나오고 회원가입 후에 신청하면 된다고 하였다.
최근 며칠간은 아내가 일정이 있어 먼저 그 동생과 함께 무료급식센터 봉사활동을 가보았다.
으레 정치인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퍼주는 그런 것을 상상하며
사진 하나 찍어서 인스타에 올릴까 이런 불손한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런 밥퍼 활동은 이미 배정이 되어있었고 우린 급식센터에 오시는 분들 명단을 체크하고
이후에 급식센터 청소와 정리, 화장실 청소를 하였다.
밥퍼를 못해서 아쉽긴 했지만 하고 나니 나름 보람찬 하루였다.
며칠이 지나서 봉사활동을 사랑하는 동생과 산속의 어느 절에서의 봉사활동을 나가 보았다.
이 녀석이 요새 정신적으로 힘든지 절에 가보고 싶어 신청한 듯한 느낌을 받긴 하였다.
요즘 불교가 뜨긴 뜨지
뉴진스님부터 장원영이 만든 베스트셀러 초역부처의 말까지
뭔가 마음의 위안을 주기는 한다.
아무튼 절에 가서 쓸고 닦고 청소위주로 봉사활동을 하였다.
봉사활동 이후 대웅전에 가서 절도하고 뭔가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보낸 듯하다.
그리고 아내가 시간이 나서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을 가보았다.
예전의 부산시장 관사인 도모헌이 시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뀐 곳이다.
이곳에선 도모 헌 내 시설 및 들락날락이라는 어린이 도서관 운영지원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전 10시 시간에 맞추어 도모헌에 도착하니 조끼를 나누어 주신다.
우리의 역할은 도모 헌 내 정원에서 아이들이 위험하게 뛰어다니거나 잔디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안전관리하는 업무를 부여받았다.
업무자체의 난이도는 쉽지만 하필 이날이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날이었다.
다행히 핫팩도 하나 주신다.
핫팩을 받고 정원을 왔다 갔다 하며 봉사활동을 진행하였다.
분명 봉사활동인데 아름다운 정원에서 아내와 함께 걸으니
뭔가 데이트하는 기분이 낫다.
봉사활동도 데이트가 되는 것이었다.
손을 잡고 걷고 싶었지만, 그래도 업무 중이니 꾹 참았다.
갑자기 분명 저쪽 하늘은 맑은데 눈이 내린다.
그것도 3월에 부산에 함박눈이 내리는 것이다.
잠깐이었지만 눈을 맞으며 정원을 돌고 있으니 운치가 있었다.
뭔가 하늘에서 축복을 내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잠시나마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봉사활동을 진행하였고
종료시간이 되어 조끼를 반납하고 활동을 종료하였다.
비교적 쉬운 봉사활동이었지만 무언가 사회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우리 부부는 뿌듯함을 느꼈다.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이 맛에 봉사활동을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는 그 느낌.
보너스로 운치 있는 데이트까지 그렇게 보람찬 하루를 보낸 시간이었다.
얼마나 지날지 모르는 이난임의 시간을 하루하루 보람되게 채워야 함을 오늘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