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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다가도 돌아가고 싶다

울릉도, 독도 여행기

by 검은개코 Apr 03. 2025

여행의 묘미는 그 끝없는 모순에 있다.
떠나기 전에는 도망치듯 훌쩍 떠나고 싶고, 여행을 가면 또 집이 그립다.
하지만 돌아와서 사진을 보면 다시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이란 게 그렇다.
비행기 표든 배표든 끊을 때는 온 세상을 가진 듯 설레고, 출발 당일엔 ‘내가 왜 예약했지?’ 후회한다.
특히 이번 울릉도, 독도 여행은 더더욱 그랬다.

"모든 여행은 떠나기 전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정확히는 '떠나기 직전'이 가장 스트레스 하다. 가방 꾸리기, 잠 설치기 등등

그래도 설렘은 좋다.


패키지여행의 묘미는, 아니 숙명은 이른 새벽 기상이다.
새벽 6시, 부산에서 포항 여객선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타려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야 한다.
전날 밤, ‘아 그냥 취소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미 돈을 냈다. 돈 앞에서 사람은 강해진다.


포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로 가는 길, 파도가 잔잔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묘하게 멀다. 해외도 아니고 국내 여행인데, 일본보다 더 멀리 가는 느낌이랄까.
배에서 내리니 공기가 다르다. 숨을 들이마시자마자 ‘아, 이게 진짜 공기지’ 싶었다.
이국적인 풍경, 사람들은 많지만 적당히 한적한 분위기.
괜히 요즘 인기 있는 여행지라는 게 실감 난다.


도착 후 일정에 포함된 식당으로 향했다.
울릉도답게 산나물 반찬이 많다. 고기는 없지만 맛은 있다.
사랑하는 아내와 공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이게 행복인가 싶다.

숙소에 짐을 풀고 울릉도를 한 바퀴 돌며 풍경을 감상했다.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 절벽 위로 우뚝 솟은 바위들.
‘와... 아름답다’ 생각도 잠시, 슬슬 피곤이 몰려온다.
저녁은 자유식이다.

블로그에서 찾은 맛집으로 향해 저녁을 먹고 숙소 근처를 산책하다 잠이 들었다.


둘째 날, 독도로 가는 쾌속선을 탔다.

독도행 쾌속선은 이름과 달리 '구토선'으로 변신했다.
이날 바다는 그야말로 ‘파도 파티’.
멀미약을 먹었지만 소용없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토사물 소리, 그리고 우리 부부도 그 합창단에 가입할 뻔했다.
결국 독도는 배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내가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빠져나갔다.


속이 뒤집힌 채 점심을 먹고, 다시 울릉도 투어.
그런데 문득, ‘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투어를 마치고 저녁엔 독도새우 플렉스를 시전 했다.
비싸지만 맛있다.


셋째 날, 마지막 오전 관광을 하고 포항으로 가는 배를 탔다.
그리고 파도가 또 미쳐 날뛴다.
비행기의 난기류를 2시간 30분 동안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포항에 도착하자마자 드는 생각: 그래도 잘 다녀왔다.

여행이란 참 이상하다.
안 가면 가고 싶고, 가면 집이 그립고, 돌아오면 또 떠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또 여행을 떠난다.
아마도,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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