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나들이
3월이 들어서 낮에 햇살이 비추니 따뜻한 느낌이 든다.
휴직이 후 두어 달간 부산에서만 주구장창 돌아 나니니 뭔가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운전은 하기 싫고 멀리 가기는 또 부담스럽다.
여행 가는 느낌이나 내보자는 생각으로 기차를 타는 걸로 하였다.
어디로 가지?
경주? 대구? 밀양?
요즘 원동 미나리 축제 기간이니 삼겹살에 미나리나 먹고 올까?
한 시간 반정도 느긋하게 무궁화호를 탈 수 있는 대구역으로 정하였다.
대구역에 내려서 무엇을 할지는 정한 건 없다.
그저 기차역 안에서 블로그 검색하지머 하는 생각이다.
부산역 근처에서 그 옛날 무궁화, 통일호 시절 갬성을 느끼려고, 김밥과 구운 계란, 사이다를 사서
기차를 기다렸다. 이윽고 플랫폼에서 "기차가 들어옵니다"라는 안내 멘트와 함께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작 대구 가는 주제에 뭔가 설레이는 감정이 들었다.
기차가 도착하고 무궁화호에 올라 좌석번호를 찾아 자리에 앉았다.
KTX, SRT 가 아닌 정말 오랜만에 무궁화호를 감회가 새로웠다.
연식이 오래된 기차인지 뭔가 어두컴컴한 느낌도 나고 퀘퀘한 냄새도 조금 낫지만 옛 갬성을 느끼기엔 좋다.
자리에 앉아 마자 김밥과 계란을 꺼내었다.
그런데 무궁화호엔 테이블이 없다.
아내와 나사이 공간에 사이다를 놓고 손에 들고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였다.
구포역 물금역을 지나 익숙한 도시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고 파란 낙동강변과 논밭 산자락이 펼쳐졌다.
이러한 풍경과 함께 먹는 김밥과 계란, 사이다는 꿀맛이었다.
뜬금없이 후쿠오카 가마도지옥에서 주는 맥반석 계란과 라무네 사이다가 생각이 났고, 물론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지금은 기차 안에서 먹는 이 갬성의 맛이 더 좋다.
한 시간 반이상을 달려 대구역에 도착 하였다.
일단 멀리 갈 생각은 없고, 대구역 근처로 해서 쭈욱 돌아다닐 생각이다.
기차 안에서 대구역 근처에 반월당 닭강정 본점이 근처라고 한다.
우리는 어디를 가던 본점, 원조라는 글자가 보이면 일단 맛을 보고 느껴 바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구역에서 반월당역은 지하철 2코스 정도되고 걸어갈만한 거리였다.
역에서 나와 천천히 걸어갔다.
가던 도중에 삼송빵집이 있다. 본점이라고한다. 남포동 삼송빵집에서 옥수수빵을 먹어봤는데 우리는 부산에 있는 빵집인줄 알고있었다. 대구가 원조빵집이었다. 그러면 들어가야지~
옥수수빵을 하나 사서 나와 한입씩 오물오물 하였다.
맛있다. 맛있으면 된거다.
목이 매여 옆에 메가커피가 있길래 뽕쉐이크 테킷아웃 하고 다시 반월당 닭강정으로 향했다.
반월당닭강정은 지하에 있다고 한다. 큰 빌딩 밑으로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을 내려가니 또다른 지하세계가 있다. 지하철 역이랑도 연결이 되고 지하상가가 원형으로 크게 되어있다. 또 다른 도심의 느낌이다.
반월당 닭강정 본점을 찾아 맛을 보았다.
본점은 본점이다. 맛있다. 부산역앞에 있는 반월당은 그저 그래서 크게 기대 하지않았는데, 본점은 고기가 질기지도 않고 튀김도 이븐~하게 잘입혀진듯 양념과 잘 버물려진 맛이다.
좋다~
이제 무엇을 할까 싶어 네이버 검색을 하니 달성공원에 동물이 많다고 한다. 호랑이도 있고 사자도 있고 물개도 있고, 설마 있을까 싶어 소화도 시킬겸 천천히 걸어가 보았다.
가는길에 시장도 있고, 한약방 거리도 있고, 대구제일교회라는 오래된 교회도 있고, 근대단팥빵 본점이있다.
또 다시 본점을 보았다. 이동네는 본점이 많은듯 하다. 본점이 지나칠순 없다. 배가 불러 바로 먹어보진 않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기차안에서 먹기 위헤 테킷아웃하여 나왔다.
걷다보니 달성공원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이곳은 공원이 아니었다. 동물원이었다.
부산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도 문닫고, 요즘 동물 보기가 힘든데 정말 호랑이도 있고, 사자도 있고 물개도 있고, 코끼리도 있고, 사슴도 있고, 얼룩말도 있고 오랜만의 동물구경에 감회가 색달랐다.
특히 호랑이가 어흥~ 하는데 갖혀 있지만 호랑이는 호랑이였다. 그 어흥~의 울림이 간담이 서늘했다.
옛날 호환마마가 제일 무섭다고 했는데, 정말 그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하니 압도감이 예사롭지 않았다.
야생에서 어흥~하면 지릴수 밖에 없을거 같다. 일단 만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우리 동물친구들을 뒤로한채 다시 대구역으로 천천히 걸어갓다.
도착하니 5분후 부산으로 떠나는 무궁화호가 있다.
바로 티켓 구매 후 부산으로 돌아갔다.
중간중간 연착으로 인해 거의 2시간 정도 소요된듯하다.
부산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부산으로 총 8시간 정도 보낸거 같다.
새로운 곳을 가보니 뭔가 많은것을 한듯하다.
9to6 업무 8시간+점심1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저 그런 하루인데, 이렇게 다녀오니 뭔가 하루를 알차가 보낸듯 한 느낌이 든다.
가끔 오늘 같은 아무 생각없는 무계획 나들이는 반갑다.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소소하고, 소소해서 요즘 좋아들 하는 소소한 행복인거 같기도하고, 이러한 소소한 행복을 누릴수 있어서 감사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만간 또 떠나야겠다.
소소한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