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카셋 <오페라 극장에서> 두 번째 이야기
* 이 글은 위클리 매거진 <한밤의 미술관> 4화 '<오페라 극장에서> - 남 시선 따위 가볍게 무시하자'의 두 번째 이야기임을 밝힙니다.
실망도 잠시, 카셋은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향해 걸어갔다.
정식 미술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그녀는
배움이 학교에서만 이뤄진다는 편견조차 뛰어넘어야 했다.
그런 그녀가 선택한 최고의 학교는 루브르 미술관.
그곳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모사하며 기초를 닦은 그녀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해 나갔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걷던 그녀에게 동료가 생긴 것은 천운이 아니었을까.
화가 에드가 드가(Edgar De Gas)의 소개로
인상파 그룹의 화가들을 만나게 된 카셋은
이를 계기로 인상파 전시에 참여한 유일한 미국인 여성 화가가 된다.
평생 여자를 멀리했던 드가였지만 카셋을 대하는 태도는 어딘가 달랐다.
드가는 루브르 미술관을 거니는 카셋의 모습을 그림으로 여러 장 남겼다.
몸을 곧게 펴고 그림을 바라보는 카셋의 뒷모습이
당당해 보인다.
드가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재능과 남다른 에너지를 존중했다.
드가는 카셋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여자도 당신처럼 그릴 수 없을 거야.
카셋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 생을 마감했다.
그런 그녀에게 프랑스는 가장 명예로운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Legion d'Honneur) 훈장을 수여한다.
그 해가 1994년,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80년이 지난 후였다.
시대는 늘 한 인간의 위대한 정신을 앞서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