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있으니까

혼자가 아니니까

by 여미


_나 지금 꿈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


_뭔데?


_잠옷 입고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


_뭐야, 그게 꿈이라고?


_사실 방금 생각한 거야.

이렇게 두꺼운 옷을 입으니까 아무도 내가 잠옷을 입었는지 모르잖아.

까슬거리는 부분이 하나도 없고, 따뜻하고.

집에 돌아가도 겉옷만 벗고 자도 되고.

얼마나 간편해.


_나도 양말 신고 슬리퍼 동네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데.

너랑 이렇게 같이 다니니까 좋긴 하다.


_자주 이렇게 나오자.

안에는 아무것도 안 입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느낌이야.

당장이라도 어딘가에 누워서 자도, 그 자리가 내 침실이 되는 거지.


_커피도 따뜻하다.


_내 손은?


_네 손도 따뜻해. 내 손이 차가워서 미안하네.


_계속 잡고 있으면 너도 곧 따뜻해질 거야.


_여름에도 잠옷만 입고 돌아다니면 좋을 텐데.


_동네는 괜찮지 않을까?


_안돼, 뭔가 정신 놓고 다니는 사람처럼 보일 거야.


_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다니면 괜찮아.

이건 다른 말인데, 요새 느끼는 건 뭐든 같이하면 다 괜찮아지는 힘이 있는 것 같아.


_무엇이든?


_응. 아무리 힘들어도, 같이 하면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아.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 어떤 모임을 갖고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에게 조언해주고, 그러는가봐.


_맞아, 같이하면 더 용기가 생겨. 혼자라는 생각도 안들고.


_우리 오늘은 저쪽 길로 가볼까?


_음, 저기로 가면 길이 나올까? 막혀있을 것 같은데.


_한번 가보자. 막혀있으면 또 다른 길이 있겠지.


그리고 혹시나 잘못된 길이면 어때,

우리는 그때도 함께일텐데.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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