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기 위해 돈을 벌어요

by 여미

내가 백수일 때 가장 안 하는 것 세 가지가 있다.


1. 옷 안 사기

2. 약속 안 잡기

3. 책 안 사기


책을 사기 위해 돈을 벌어요


이사를 오면서 그동안 갖고 있었던 책을 약 70권 정도 서점에 팔았다. 한 권당 1천 원부터 시작해서, 많게는 7천 원까지 책정이 되어 총 20만 원 정도 환급을 받았다. 지난번에도 몇십 권을 팔았었는데, 자주 구매하다 보니 생각보다 책은 금방 쌓이게 되었다. 이렇듯, 나는 책을 사기를 정말 좋아한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편이다. 대부분 책을 사면 기본 4,5권 정도를 구매한 후, 새 모이 먹듯 조금씩 나눠서 본다. 책을 읽는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라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면 연체가 잦게 되고 그러다 보면 대출 금지령에 허우적거리게 된다. 책을 기간 내에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가 싫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가지런히 뉘어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스낵을 먹듯이, 구미가 당길 때마다 꽃을 보듯 책장을 넘긴다.


이상하게 돈을 벌지 않을 때는 책을 구매하기가 꺼려진다. 중고서점에 원하는 책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책을 아예 보지 않는다. 책을 산다는 것은 내게 큰 이벤트다. 노동을 한 뒤의 받은 보상으로 책을 구매하는 희열이란, 가격에 연연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과도 같다. 가끔은 내가 일을 하는 이유가 책을 사기 위함이라는 생각도 든 적이 있다. 돌아오는 월급날을 기다리며 기분 좋게 서점에 뛰어갈 수 있으니, 결국 난 책을 읽기 위해 죽지 않고 사는 사람인 건가.


책을 고르는 법


1.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일치하는 글(+솔직함을 덤)

2. 글을 맛있게 쓰는 작가, 위트 있고 재치가 넘치는 표현

3. 심리학이 기반된 자기 계발서, 교훈적인 글


나는 이 세 가지를 가장 좋아한다. 어떤 이는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은 무조건 보지도 않고 구매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작가의 유명세를 떠나, 몇 페이지를 넘겼을 때 글에서 풍겨오는 솔직한 어조가 느껴지면 일단 머리 꼭대기서부터 내려오는 짜릿한 전류를 느낀다. 그렇게 뒷 장은 더 이상 볼 필요도 없이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저자와 나와의 간격이 좁아졌을 때 그 다음부터는 작가가 아닌, 한 사람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 사람의 세계에는 가령 이런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며 어떤 부분이 슬픈 지, 또 어떤 추억과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가까이 들어가 보는 것이다. 한 사람의 세계를 스멀스멀 구경하고 나오면, 나의 세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점검하게 된다. 타인으로 하여금, 나 자신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아는 사실을 잘 정리해놓은 글보다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런 에세이를 찾기 위해 항상 고군분투 중인데,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이와 같은 '보물'을 발견하게 되면 몇 주가 행복하다. 소설은 뭐니 뭐니 해도 위트가 있는 글을 좋아하고, 더불어 세상의 이치를 깨우친 연로 작가의 교훈적인 글도 매우 사랑한다.


선택지가 너무 많은 서점에서 자신을 기쁘게 하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름 책을 고르는 법을 많이 연구해봤다. 베스트셀러 코너에도 가보고, 책장에 꽂힌 책들의 제목만으로 고른 적도 많았다.


결국에는 책이란, 열어봐야 아는 것이고 읽어봐야 아는 것이므로.

친구를 사귀려면 먼저 말을 걸어야 하듯이,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좋은 책을 고르는 법은,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것이다.

그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책이며,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내 심장을 뛰게 해 줄 책을 만나기를 늘 고대한다.

책을 사기 위해 돈을 벌어요

글/그림 여미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yeoulh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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