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보면
잠시 내가 멈춰있다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시간이 허공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생각보다 오늘 하루가 굉장히 길다는 느낌, 그리고 별로 좋은 예감 같은 것들이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눈 뜬 순간부터 사실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그 상태로 하루를 맞이했다는 것이 지금의 허무한 감정들을 만들어 낸 것 이겠지요.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인데 이런 날에는 도저히 버티기가 힘이 듭니다.
온종일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두통이 있는 것 같아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면 춥고, 닫자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지금 내 마음의 상태 또한 비슷합니다.
외롭고 공허한데도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하고 익숙하기만 해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나는, 오늘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건 늘 의문입니다. 나는 왜 그림을 그릴까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마치 "나는 왜 사는 걸까요?"라고 질문하는 것과 같습니다. 누구나 그것에 대한 대답을 찾기 쉽지 않죠. 저도 그렇습니다. 이유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숨 쉬듯이 손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뿐이죠. 그런데 한 올 한 올 참 열심히도 그렸습니다.
바나나를 사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바깥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고, 바람이 꽤 차가웠습니다.
오늘 나는 잠시 동안 멈춰 있었고, 약간은 불행했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하루를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금씩, 뛰기 시작했습니다.
더 괜찮은 생각이 들 때까지, 더 좋은 에너지가 내 몸속으로 들어올 될 때까지 달렸습니다.
블루베리 바나나 요거트 주스 짱!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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