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취미생활

우쿨렐레야 나랑 놀자

by 여미

내가 그림 작가가 되겠다고 할 때도,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할 때도 어머니는 항상 같은 말씀을 하셨다.


그런 건 취미로 하렴


나에게 항상 그 '취미'라는 말이 어떻게 들렸냐면은, 한껏 기대에 차서 커다란 비눗방울을 후후 불고 있으면, 누군가가 와서 "어차피 비눗방울은 오래 못 가고 터지잖아? 그럴 바에는 미리 터뜨려줄게" 라며 애써 하늘로 올라가려는 비눗방울들을 일일이 커다란 바늘로 콕콕 터뜨리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현실에 치여 살다 보면 결국 그 뜻을 언젠가는 알게 되는 것 아닌가!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어린 마음에 모든 꿈을 '취미'로 한정시켜버리는, 그 정리된 말이 늘 듣기 싫었다.


30대의 취미


20대 시절, 나는 취미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모두 '밥벌이'로 이어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게 충만했다. 일과 취미를 구분하지 않았고, 봄기운 가득한 미래를 꿈꾸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것저것 만들고, 여기저기 상영하고, 그러다가, 나에게도 서른이 찾아왔고, 줄어드는 통장잔고를 보며 자연스럽게 다시 재취업을 했다. (흑흑)


예술은 잠시 내려놓고 영상팀에서 기술적인 일을 한다. 한 달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을 받는 맛으로 출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한다. 주말에는 10년 지기 친구들과 작은 기타 카페를 운영하시는 사장님한테 우쿨렐레를 배우러 가고, 종종 작가가 되어 브런치에 글도 업로드하고, 드물지만 감독이 되어 시나리오도 쓴다. 이것이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던 진정한 '취미'라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지 못해도 하나도 불행하지 않다. (어머니, 30살에 말씀해주셔도 됐었잖아요!) 우리는 어른이 되면 알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제목_없는_아트워크 4.jpg 30대의 취미

10년 지기 친구들과 우쿨렐레를 배우기로 한 후, 우리는 토요일마다 모여 연주 연습을 하고 맛있는 술을 마시러 간다. 세 명이서 옹기종기 모여 베짱이처럼 줄을 튕기고 있으니, 서로 얼굴만 봐도 웃겨 죽으려고 한다. 우리는 늘 따분하다 말하지만, 늘 지루하다 말하지만 어쩌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갈 곳이 있다는 것, 내 쓰임새를 사용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안정감,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삼박자를 이루면서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언젠가 비눗방울.

다시 불어보고 싶다.


글/그림 여미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yeoulh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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