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하고 싶은 말

by 여미

별 기대 없는 주말이라 생각했습니다. 어김없이 빨래를 널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지루하기만 한 소설책을 끄적 꺼리기만 하다가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금요일부터 안도하며 보내다가, 이번에도 토요일을 한량처럼 보내버렸는데, 일요일은 또 무얼 하며 보내야 하나, 이런 생각들을 꿈나라에서 얼핏 했던 것 같습니다. 무기력하게 눈을 떴을 때의 시간은 오전 8시 30분, 내가 출근할 때 일어나는 시간입니다.


왜 또 쓸데없이 일찍 일어났을까, 눈을 꿈뻑이다가 몸을 일으켜 세울 때였습니다.

바깥에는 흰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가끔씩 나에게 낯선 전화가 걸려오길 기대하곤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전화가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서프라이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의 평범하고도 반복적인 일상이 기분 좋게 무너지는 순간을 고대합니다. 첫눈이란 약간 그런 느낌을 줍니다. 분명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보았던 눈인데, 사계절이 지나 오랜만에 바라보는 눈이란 늘 이렇게 새롭습니다. 신나고 반가워서 한참을 창밖을 넋 놓고 내다보았습니다. 세상이 온통 흰 이불을 덮고 있었고 하얀 솜사탕처럼 흰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고 청결한 세상이 내가 자는 사이에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눈이 온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꽃이 피고 지듯, 비가 오고 그치듯,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자연의 현상입니다. 그런데 문득 눈이 온다는 것, 이 대단하지도 않은 사실이 마치 대단한 것처럼, 특별한 서프라이즈인 것처럼, 기쁘게 전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정말 따뜻하고 행복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눈이 오니 우리 만나자고,

당연한 듯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순간입니다.


겨울 최종.jpg 현실은 아이스 초코를 들고 집으로 가는 중 입니다.

(다들 현실은 집..이라고 해주세요)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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