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유쾌할 수는 없다

영화 '청년 경찰' 리뷰

by 여미



우린 걱정이 없기 때문에 유쾌하다!


나는 현재 글을 쓰기 위해 제주도로 홀로 떠나왔다. 지금 까지 학업, 영화, 일을 병행하면서 반년 동안을 마음 편히 쉬지 못한 나 자신에게 주는 첫 휴가이다. 사실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도 영화 리뷰를 쓰고 있고, 작업을 해야 될 것이 많이 남아있지만 이보다 여유롭고 행복한 휴일이 아닐 수 없다. 공항에는 가족 단위로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중에 어린아이들이 많았는데, 어찌나 맑고 순수하던지.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갓난 아가들을 보면 무슨 잘못을 해도 다 용서가 될 것만 같았다. 아직 잘 몰라서 실수 한 건데, 화낼 일이 있을까?


서툴고 실수투성인 그들만의 유쾌한 리그

두 청년의 유쾌한 교감과 젊은 열정을 담은 청춘 영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유쾌함’이다. 심각하고 진지한 상황에서도 그 심각성(?)을 잘 모르기에 웃음을 유발한다. 열정은 그 누구보다도 흘러넘치는 데 요령을 몰라 엄한 곳에서 얻어터지고 머리가 안 따라주니 몸이 고생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매혹돼버리고 만다. 그들이 가는 길은 참 답답하고 험난한 여정이지만, 무언가를 처음 배우고 시작했을 때의 풋풋한 기억이 떠오르면서 가슴 뛰는 순간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기준과 희열은 경찰 대학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두 남자의 주인공이 이끄는 영화여서 그런지 호흡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마치 소꿉친구 마냥 눈빛이나 말투, 손짓 만으로도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그 안에서 불러오는 재미는 이로 말할 수 없다. 경찰 대학에서의 에피소드와 범행 사건에 연루되기까지 그들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지곤 하는데, 거침없는 그들의 입담은 관객들로 하여금 유쾌함을 선사한다.


'킬링 타임' 영화라고 있지 않은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전개되는 영화를 일컫는다. 보통 이런 영화들은 시각적인 효과가 대부분을 차지하거나, 단순하고 가벼운 소재인 경우가 많다. 분명 시간도 빨리 흘러가고 재미도 있는데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별로 없다. 이것은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약하거나 잘 드러나지 않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청년 경찰' 또한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는 영화임은 틀림없다. 이미 잘 알려진 두 배우의 검증된 연기, 익숙하고 반가운 조연들, 빠른 스토리 전개와 만족스러운 결말로 흔히 말하는 상업 영화의 기본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된 지점이 보였다.


유쾌함 뒤에 숨은 사회적 메시지

두 청년은 외박을 나와서 우연히 범행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아직 경찰 대학 학생 신분인 그들은 쉽게 나서지 못하고 가까운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두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많은 사건들이 밀려 있다는 것으로, 더 중요한 사건이 있다는 것으로 오히려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나마 믿었던 경찰대학 팀장 또한 아무리 급하고 심각한 사건이어도 '규정'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배제시키고 만다. '시민이 우선이다'라는 대사는 영화 속에서 꽤 많이 등장한다. 기준과 희열은 훈련을 통해 그것을 배워 익혔지만 실질적으로는 적용이 안되고 있다는 사실에 허탈감을 느낀다.


엉망이 되고 있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관객들은 이 두 청년을 응원하기 시작한다. 위험에 처한 어린 친구들을 구출해주기에는 아직 많이 서툴지만, 그들의 강렬한 눈빛과 의지를 전달받게 되면서 희망을 갖게 한다. 그때부터 영화는 굉장한 속도감을 가지면서 전개가 된다.


우리, 할 수 있을까?


이 장면을 보면서 굉장히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영화를 공부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같이 학교를 다녔던 친한 언니가 한 명 있었는데, 우리는 잘 모르고 서툴렀지만 배운 것들을 실전에 옮기는 것 마저도 설레고 재밌었다. 이건 어떻게 찍었을까, 저건 어떻게 찍었을까? 라며 서로 토론을 하면서 분석했던 순간들이 기억이 났다. 그때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큼, 그들의 젊은 순수함이 나의 초심을 건드렸을까.


이 영화를 보았던 그 날의 하루는 참 행복했다.


배우 성동일의 마지막 대사는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은 것이 아녔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꼭 영화로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적대자들의 다소 자극적인 대사들이다. 구체적으로 해당 대사는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오히려 그러한 부분들이 현실적이지 못했다고 보았다. 충분히 상황만으로도 끔찍함이 전달되었는데 악당을 너무 악당으로 몰아놓으려다 보니 작위성이 과하게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들이 여성인 까닭에 여성 관객들은 감정 이입을 할 수밖에 없고, 보기에는 불편할 수도 있다는 점은 이 영화가 가진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유쾌한 영화인 만큼,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감동과 유쾌함 그리고 긴장감까지 완벽했던 올해의 영화 '청년 경찰'

박서준과 강하늘, 이 두 배우의 연기는 개인적으로 극찬을 보내고 싶다.


글 여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yeoulhan@nate.com


브런치 무비패스 작가 자격으로 시사회에 참석하여 본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