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뾰족한 오만함
INFJ가 미성숙한 경우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대상을 더 잘 파악한다고 생각하는 자만심을 느낀다.
이 경우 상대방의 행동을 본인의 직관만으로 해석하고 단정 짓는다.
그래서 상대방의 순수한 말이나 행동을 오해할 수 있으며, 숨은 의도를 계속 찾아내려고 하여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은둔할 수도 있다.
상황을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타고난 직관력을 사용하여 사람과 상황을 조종/조작할 수 있다. 이는 매우 교묘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감정적으로 매우 민감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출처 : 나무위키 INFJ)
미성숙한 INFJ의 태도
INFJ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해석하고, 파악하는 것에 매우 자연스러운 성향을 갖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든 상황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을, 마치 옳은 정답이라 여기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여기서 위험한 지점은, INFJ의 통찰력이 대체로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INFJ는 그런 확신의 순간을 즐긴다는 사실이다. INFJ는 현재 벌어지는 상황들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분뿐만이 아니라, 저 세상 너머의 숨겨진 의미들까지 모조리 머릿속에 파악하고 있는 종족들이다. 여기서 미성숙한 INFJ는 그렇게 혼자 생각하든, 상대방에게 생각을 공유하든, 자신이 파악하고 눈치채고 있었던 부분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묘한 통쾌함과 신뢰감을 얻으면서 '나는 태생적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에 능한 사람', '그렇기 때문에 내가 보는 세계가 옳고, 너는 틀린 사람', '내 말은 논리와 근거가 있지만, 너의 말은 허무맹랭하고 영양가가 없는 것'이라고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성숙한 INFJ는 타인의 마음을 섬세하게 보살피길 원하고, 공감하기 때문에 늘 주변에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 결단력이 있고, 직관적인 INFJ를 매력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INFJ를 따르는 사람이 늘어나고, 스스로 경험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말과 행동에 오만함이 생길 위험성이 있다.
INFJ의 오답노트
모든 INFJ가 갑자기 미성숙한 사람으로 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구든지 살아온 상황과 환경에 따라, 축적된 데이터들과 경험에 의해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성격의 일부분에서 오는 미성숙함, 불건전한 모습 등이 보일 수 있다. 나는 이를 모두 통틀어서 '성격 장애'라고 칭하고 싶다.
나의 성격 장애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가장 크게 다가왔었다. (*참고로 필자는 INFJ다) 나 같은 경우, 늘 나의 주변에는 나의 생각과 말을 존중해 주는 사람이 많았고, 20대 초반부터 내가 썼던 글과 작품(애니메이션, 영화를 종종 만들었다)은 어딜 가나 공감해 주는 사람이 많았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되었을 때는, '나의 생각과 판단에 대한 확신'이 가장 컸었고, 무엇이든 모든 것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야 직성이 풀렸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가장 큰 오류를 가진 성격 장애를 앓고 있었다.
그때 내가 왜, 그렇게 오만한 생각들을 하고 살아왔는지, 그것들을 혼자만 생각하고 말지 왜 주변인들에게 강요하고 에너지를 소비하고 살았는지, 부끄러울 때도 많지만 아주 독한 감기를 시름시름 앓았다고 생각하련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그때 당시 이런 나의 오만함 때문에 내 주변 사람들과 많은 갈등을 겪었고, 멀어진 사람들도 많았다. 스스로 '이 오만하고 못나기 짝이 없는 사람아!'라고 자책하고 있었을 때, 그때 당시 회사에서 만난 예비 남편은 매일매일 나를 멋있는 사람이라 지지해 주고, 닮고 싶다며 늘 응원했었다. (이런 나의 고충을 모른 채, 나의 일부의 모습을 보고 그랬겠지만) 그때 당시 작고 초라해진 나에게, 내 뾰족함을 안아주고 보듬아준 예비 남편에게 지금도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얼마나 위로가 되고, 다시 꿋꿋이 살아갈 용기를 얻었는 지. (또르르...)
다시 결론을 맺자면, 이제 와서 오답노트를 작성해 봐야 소용은 없겠지만, 이 세상의 모든 INFJ를 위하여, 또는 언제든지 INFJ가 될 수 있는 예비 INFJ들(?)을 위하여, 이번 에피소드를 담아보고 싶었다.
너의 판단은 자유, 그렇지만 조금 더 신중하고, 주변인들에게 공표할 때는 조금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것이 미성숙한 INFJ가 성숙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글/커버사진 여미
yeoul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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