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떼버리고 싶었다.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진학했을 시기에, 못생겨도 너무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낮고 통통한 내 코가 너무 싫었다. 나는 이대로 살면 대학도 못 가고 결혼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나오는 배우 임수정 코처럼 오뚝한 코를 갖고 싶었다. 축복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언니가 부러웠다. 언니는 콧대도 높고, 게다가 쌍꺼풀도 있었다. (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온 게 틀림없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는 꼭 코수술을 하고 싶었다. 아빠한테 울며불며 코 성형수술을 시켜달라고 졸랐다. 내 코가 못생겨서, 내 얼굴 전체가 못생겼으며, 못생긴 사람에게는 친구도 못 사귀도 연애도 못할 거라고 울부짖었다(그때는 진짜 그런 줄 알았다) 아빠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 성인이 되면 시켜주겠다고 했지만, 고등학생부터는 성형수술이 가능할 것이라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아빠와 협상을 보았는데, 고등학교 2학년 방학 때는 꼭 코수술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나는 그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뚱뚱하고 못생긴 코를 가진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 학교 다니는 것도 재밌었고,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새로운 꿈도 생겨서 그런지 떨어지진 자존감이 급격하게 치솟아 올랐다. 못생겼다고 생각했던 코도, 어떻게 보니 귀여워 보일 때도 있었고, 둥글둥글한 내 얼굴형에는 잘 어울리는 것도 같았다. 내 체형에 어울리는 여러 가지 패션 소품 같은 것들을 구매해서 꾸미고 다니니 나름 괜찮아 보였다. 그런 재미로 살다 보니 외모 콤플렉스가 점점 사라졌고, 서른다섯이 된 지금도 여전히 뚱뚱하고 낮은 코로 열심히 잘 살고 있다.
못생겼다고 생각했던 얼굴도, 시간이 지나니 적응이 되었고(?) 이런 나를 매일 예쁘다고 하면서 졸졸 쫓아다니는 남편도 생겼다. 코를 떼버리고 싶다고 울부짖었던 철없는 딸내미에게 1년의 유예기간을 주었던, 아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시간이 흐르니 싫었던 것도 괜찮아지기도 한다.
조금 내버려두면 알아서 괜찮아지는 것들이, 앞으로도 생길 것도 같다.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