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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Jun 27. 2018

그 시골 문학소년이 래퍼라고요?

영화 '변산' 리뷰

영화 '변산'

한국의 2000년대 초, '슈퍼스타 K'가 성공적인 도입을 시작한 이래로 비슷한 형식의 콘텐츠가 계속해서 발굴되고 있다. 오디션은 그야말로 꿈의 광장 아니던가. 개인으로서는 자신의 재량과 한계를 테스트해보는 발판이 되고, 그것을 보는 시청자는 누군가의 예술적 성취를 대리 만족하며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서 즐긴다. 또 모르지 않는가? 한 번의 출연으로 의외로 선전하여 인지도를 얻으면 무한한 기회와 혜택을 얻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중에서 래퍼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일반 노래 가사와는 달리, 수많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한다. 이러한 이유로 목소리의 톤이나 가창력보다는 랩의 '내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는 래퍼도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당당하고, 대범한 음악계의 시인. 정기 연재처럼 매년 시즌이 반복되는 '쇼미 더 머니'와 '고등 래퍼'가 젊은 세대들에게 매우 핫한 콘텐츠가 되었다. 나 또한 이러한 오디션 형태의, 음악 무대를 매우 좋아한다. 그중의 랩은,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더욱 울림이 크다. 


영화 '변산'

이준익 감독은 참 젊은 감독이다. 지금까지 연출한 '왕의 남자'와 '동주', '박열'을 본다면 상상도 하지 못한 시도이다. 물론 '라디오 스타'라는 비슷한 소재의 코미디는 있지만, 이번에는 젊은 청춘들이 대거 등장하여 음악으로서 승부를 보는 정면돌파이다. 어떻게 한국에서 '랩'을 소재로 청춘들의 고민과 방황을 이야기를 할 생각을 했을까? 박정민 배우가 아무리 이 극을 위해서 랩 연습한다고 한들,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어제 시사회를 보고, 모든 편견을 깨버렸다. 


영화 '변산'

주인공 학수의 꿈은 '래퍼'이다.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쇼미 더 머니에 출전하지만 번번이 탈락을 하고 만다. 그에게는 한 가지 트라우마가 있는데,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이를 무책임하게 방관했던 건달 아버지에 대한 분노이다. 고향 '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에게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그는 그렇게 고향을 떠나 모든 것을 회피한 채 오로지 '래퍼'의 꿈만 달려가고 있지만, 오디션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던 학수에게 고향 동창생인 선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영화 '변산'

고등학생 시절, 선미는 문학소년 학수가 참 좋다. 노래도 잘 부르고, 시도 잘 쓴다. 우연히 길을 걷다 그가 어머니의 산소에서 노을의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을 보고, 노을까지 사랑하게 되는 '노을 마니아'가 될 정도이다. 그러나 학수는 선미의 존재마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관심이 없고 다른 여학생을 좋아하고 있다. 그렇게 선미의 첫사랑은 물 건너갔지만, 그가 남겨준 '노을'의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노을을 보고 있자면 고향이 떠오르고, 고향이 떠오르면 그때 그 시절 학수를 좋아했던 마음이 떠오른다. 현재 선미는 작가가 되었다. 노을을 소재로, 떠나가 버린 사랑을 덤덤히 이야기하는 시인이 되었다. 


영화 '변산'

선미는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병실을 쓰는 학수의 아버지를 핑계로 몇십 년 만에 그에게 전화를 건다. 아버지의 미움과 분노가 가득한 학수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지만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그녀의 전화 한 통으로 인해 변산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자신의 고향. 여전히 그곳에는 어머니의 죽음을 허무하게 마지했던 자신의 과거가 떠오르고, 동네 곳곳에서 사고를 치고 바람을 피웠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가득했다. 이를 외면하고 회피하려는 학수를 보며 선미는 안타까우면서도, 고향에 대한 사랑을 거부하는 학수를 다그치게 된다. 이 둘의 갈등의 양상이 학수가 창작하는 가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영화 '변산'은 진지함이 묻어 나오는 가족드라마라기보다는,  '유머'가 가득한 코미디 영화이다. 2분의 한 번씩 빵빵 터지는 유머와 학수의 랩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두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배우 박정민의 랩이 어느 정도냐고? 그것 참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랩을 연기한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 그 연기가 매우 즐겁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주인공이 아닌, 바로 배우 김고은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매력은 종잡을 수 없다. 조용하고 순수한 작가 소녀의 거침없는 사투리와 욕 배틀이 극장 안에서의 사람들을 웃게 할 것이다. 


영화 '변산'

우연으로 반복되는 상황들이 인물의 방향과 목적성을 잊게 하고, 극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 인물 간의 가벼운 갈등 상황들도 꽤 긴 시간 동안 열거되기 때문에 초반에서의 임팩트보다는 긴장감이 다소 감소되는 듯한 느낌을 얻었다. 음악, 연기, 유머 모두 세련되고 훌륭한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드라마틱한 전개 있어서는 심어놓은 기둥이 몇 없다.  


그러나 충분히 다른 장점과 강점이 살아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이준익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존경하는 감독이다. '왕의 남자'와 같은, 충분히 서사성이 강조된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으면서도 이번 영화에서 만큼은 '유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유머는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통했다. 재작년, 작년, 올해를 통틀어서 이렇게 한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는 손에 꼽았다. 감독이 얼마큼 젊은 배우들과 가까이 소통했는지, 그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였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 되었다. 


7월 4일 개봉이다. 얼른, 극장에 달려가서 사랑하는 친구와 연인과, 가족들과 관람하기를 강력 추천한다. 한 번도 웃지 않았다면, 제가 커피 사겠습니다. 


본 영화는 브런치 무비패스 작가 자격으로 시사회에 참석하여 관람하였습니다.


글 여미 

커버 사진, 이미지 출처 : 네이버

yeoulhan@nate.com


오늘도 내일도 울면서 걷기!

" 시시때때로 몰려오는 고난에 울더라도 뒤로 가지는 말자고,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동시에 그대에게 말을 건넨다. "

https://brunch.co.kr/publish/book/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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