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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Aug 02. 2019

내 이름은 김복동

영화'김복동'  리뷰

이름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김복동)을 보자마자, 몇 년 동안 인상에 깊이 남았던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장병에 걸린 목수인데, 더 이상 일을 지속하지 못하자 관공서에 실업급여를 요청한다. 그러나 말도 안 될 정도로 복잡한 절차로 인해 번번이 좌절하게 되자, 다니엘은 결국 아픈 몸을 이끌고 관공서를 찾아간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니엘은 관공서 벽에 자신의 이름을 커다랗게 새기고 자리를 떠난다.


모든 것이 변해도 이름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소리를 냈을 때, 또는 내려고 할 때 이름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힘의 진정성을 가지게 된다. 떳떳한 사람은 숨어서 소리 내지 않는다. 나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 다니엘이 했던 투쟁처럼 자신의 이름 석자를 새기는 일, 그것은 부조리한 복지제도에 대한 분노의 표출과 동시에 여전히 (나)가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 내 육체가 잠들지라도 영혼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김복동'은 오로지 한 사람의 강하고 정확한 소리를 내고 있음에 분명했다.


나는 김복동입니다

영화 '김복동'

이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기 위한 지난 27년간의 투쟁을 담긴 다큐멘터리이다. 할머니의 목소리로 이 영화는 시작되는데, 목소리를 듣자마자 할머니의 지난 시간들이 마치 나의 가슴을 누르는 듯 제대로 눈을 뜨지 못했다. 관객석에서 여기저기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겪은 일들을 세상에 알려야 했을 때, 그 기억을 꺼냈을 때의 고통은 감히 누가 논할 수가 있을까.


영화 '김복동'

김복동 할머니는 약 1,000회가 넘도록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에 참여하셨다. 때때로 지난 일을 꺼냈을 때의 마음이 좋지 않으셨겠지만, 여러 대학생들과 단체들이 함께 외침을 해주었을 때 할머니의 표정은 결코 어둡지만은 않았다. 사람들 앞에 나섰을 때의 할머니는 강하고 정확한 말을 하기도 했지만, 종종 환한 미소도 띠시기도 했다. 할머니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투쟁이 아닌,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함께 응원해주고 싸워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할머니에게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면서 느꼈던 것은, 이 영화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의 과정을 담은 기록이기도 했지만, '김복동'이라는 여성에 대한 존경과 강인함이 더 많이 느껴졌다.


영화 '김복동'

김복동 할머니는 위안부 사태를 알리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았다. 아픈 기억일지라도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떳떳하게 밝히며,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것을 명확하게 소리 내고 있었다. 일본 정부의 모르쇠 태도를 망신시키고자 시작된 투쟁이었다. 할머니의 작은 날갯짓에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영화 '김복동'

그렇게 천천히 오랫동안 소리 내어, 언론이 시끄러워지자 일본 정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과 맞잡은 한국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할머니들은 또다시 상처를 입게 된다. 일본 총리로부터 진실된 사과를 한번 받지 못한 채, 그때 당시의 한국 정부는 10억 엔을 받고 더 이상 이 사안을 논하지 않기로 협의한 것이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영화 '김복동'

아픈 몸을 이끌고, 여러 국가들을 돌며 자신의 소리를 냈던 김복동 할머니는 좌절하게 된다. 피해자가 참여하지 않는 화해와 용서는 도대체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이 다큐멘터리는 가해자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는 한국 정부에도 문제가 있음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영화 '김복동'

영화의 흐름은 배우 한지민의 내레이션으로 잔잔하게 채운다. 그녀의 담담하고도 진실된 목소리가 여러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가수 윤미래와 프로듀서 로코베리가 이 영화의 OST에 참여했다. 좋은 목소리와, 좋은 음악을 가진 많은 이들의 후원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탄생되었다.


켄 로치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 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


반드시 이 영화는 더 많은 나라에서, 많은 상영관에서 빛을 내야 한다. 김복동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힘겨운 고백을 했던 것처럼, 가해자들을 책임질 그 나라의 총리가 그의 이름을 명확하게 밝히고 사죄의 소리를 내어야만 한다. 자신의 잔인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날이 올 때까지, 그 희망의 빛이 소녀상에게도 닿을 때까지 영화는 계속 공유되어만 한다.  


영화, '김복동'이었다.


글 여미

이미지출처 네이버

yeoulhan@nate.com

Instargram : @yeomi_writer


영화 '김복동'은 8월 8일 개봉입니다.

많은 학생들과 많은 관객들이 꼭,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영화제에서도, 상영되기를 기원합니다.

With you - 여미 드림


브런치 무비패스 작가 자격으로 시사회를 관람하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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