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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Dec 20. 2019

우리, 같이 별을 세도 될까요?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리뷰

장영실은 조선의 천재 과학자로 물시계인 자격루를 우리나라 최초로 만든 위대한 인물이다.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노비 출신인 장영실은 그의 재주가 조정에 알려지면서 세종의 지휘에 따라 명나라에 유학을 갈 수 있었고, 여러 천문기구를 만들며 조선의 위상을 높였다. 관노에서 궁노비로, 대호군까지 상승하며 뛰어난 재주를 업적에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신분에 상관없이 그의 특출난 재능을 알아보고, 인정해준 세종의 뜻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여기서 영화적 ‘이야기’는 이후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린 의심스러운 결말에서 부터 출발한다.


장영실의 감독하에 만들어진 세종의 가마가 부서져, 장영실은 불경죄로 관직에서 파면되었고, 그 뒤 장영실의 행적에 대한 기록은 없다.

출처:네이버 백과사전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인터뷰에서는, 세종의 사랑과 애정을 듬뿍 받던 장영실의 기록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는, 풀리지 않은 의문이 들었고, 그 안에서 영화적 상상력을 붙여보았다고 했다. 한글 창제뿐만 아니라 한 노비의 재능을 알아보고, 이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신분을 주었던 세종의 따뜻한 인품과 그러한 세종을 존경하며 충성했던 천재과학자 장영실의 이야기가 ‘영화’라는 한 상자에 담겼는데 보는 내내 참 따뜻했다. 이들이 세운 업적 외에도 둘의 관계를 ‘신분을 넘어선 벗’이라는 초점으로 영화는 정말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리고 실제로 보는 내내 아름다운 별을 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간혹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를 볼 때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역사인가?’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절대적으로 그럴 필요가 없다. 이 영화는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자극적인 ‘소문’을 이슈성을 위해 만들지도 않았고, 흥행을 이끄려고 억지스러운 소재를 넣지도 않았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을 할 때, 그 말 뒤에는 수많은 행동들이 숨어있지 않은가? 그 행동들이 어떤 것이 있을까, 어떤 것으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의 나열이 영화를 진정성 있게 채워지고 있었다. 가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화의 몇 장면만으로도 제작자가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보이기도 하는데 이 둘이 벗이 되는 과정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참 따뜻하고 진지하게 느껴져서 보는 내내 울컥한 적이 두어 번 있었다. (왜 맨날 우는 거야?)


마치 이 시대에 누군가가 카메라를 들고 관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추었을 때, 실제로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관계처럼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한 진정성이자 강점이다.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영화의 시작은, 장영실이 만든 가마가 부러지면서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가 무너지는 지점부터 무거운 무게감을 주게 된다. 이후 전개는 익히 알고 있던 세종이 장영실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에게 신분을 주게 되면서 충신으로서 가까워지는 여정이 그려진다.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것은, 진정한 리더는 몇 개의 업적을 세우고 그저 자리를 지키는 것뿐만이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어떤 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이를 마음껏 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하는 역할도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 이전에도 조선을 위해 어떤 것을 해야하는 지, 어떤 사람이 필요로 하는 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알아내려 하고, 명나라로부터 우리의 것을 독립하여 찾으려고 했다는 것부터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영화에서도 그대로 표현이 되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세종대왕에 대한 존경심이 깃든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우리, 같이 별을 세도 될까요?


이 영화는 스토리가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며, 역사적 사실을 전달한다는 면에서 중요한 영화도 아니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이 조선을 위해서 어떤 노력과 희생을 했는지에 대한 마음이 고스란히 진정성 있게 전달되면서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그리고 신분을 넘어선  둘의 우정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이를 위해 ‘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어떤 영상언어를 구현했는지, 그저 감동을 받을 준비만 하면 된다. 끝으로 두 명의 위대한 왕과 과학자를 연기를 했던, 두 배우를 온전히 믿어보라고 하고 싶다. (신구 선생님은 왕과 신하들 사이에서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대신으로 나오는데 정말 몇 컷 안 되는 장면에서 미친 존재감(?)으로 활약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는 12월 26일에 개봉이다.

크리스마스 마음껏 즐기고, 우리의 자긍심이라는 씨앗을 심어주었던, 두 사람이 속삭인 ‘별’ 이야기도 한번 들으러 가보길 강력 추천한다.


본 리뷰는 ‘지니스’로부터 시사회를 제안받았으며 리뷰는 자유롭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글 여미

이미지 출처 네이버

yeoulh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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