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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Aug 15. 2019

우리집은 왜 그럴까?

아무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

가족


어릴 때는 몰랐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 줄은. 


온 가족이 모여서 한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고, 여름이면 바다로 여행을 가고, 겨울이 되면 새해를 같이 맞이할 준비도 하고, 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가족사진을 찍고, 그런 평범한 것들이 늘 영원하다고만 생각했었다. 우리집도 한때는 그랬었다. 남들이 보기에도 화목하고, 평범한 그런 가정 말이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누군가는 상처를 주고, 또 누군가는 온전히 받았다.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은 한 식탁에 앉아 모이는 일이 줄어들었고, 입을 닫은 채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흩어지게 되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한 채, '가족'이라는 이름표를 겨우 달고서 기약 없는 침묵을 안고 살아간다. 누가 내게 꿈이 무어냐고 말하냐면, 나는 가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평범해지고 싶다고. 


우리집은 왜 그럴까?

영화 우리집

여기에 평범한 꿈을 갖고 있는 한 소녀가 있다. 영화 '우리집'의 주인공 하나는 초등학교 5학년 소녀이다. 그녀의 소박한 꿈은 '가족여행'을 가는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로 자주 갈등을 겪는 부모님을 보며, 하나는 가족여행을 떠나면 다시 예전처럼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하나는 부모님이 헤어질까 봐 두렵고, 점점 다 같이 밥을 먹는 일이 줄어들까 봐 두렵다. 


영화 우리집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유미'와 그녀의 동생 '유진'을 만나게 된다. 부모님 없이 동생과 손을 잡고 마트를 돌아다니는 자매를 보며 하나는 어쩌면 자신의 처지와 닮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렇게 우연히 알게 된 그들은 천천히 유대감을 쌓아가게 된다. 


영화 우리집

요리를 좋아하는 하나는 동생들에게 오므라이스도 만들어주고, 이들이 겪는 고민들도 같이 해결해주려 솔선수범해서 도와준다. 작은 단칸방에 살고 있는 유미네 집이 또다시 이사를 가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자, 집을 떠나기 싫은 유미와 아이들이 집이 팔리지 않도록 어른들과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참 순수하게 그려진다.


영화 우리집

반면에 하나의 소원은 곧 이루어질 듯하다. 부모님을 여러번 설득한 끝에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부모님의 이혼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된 하나는 여행 당일, 집을 나오게 된다. 


바다 보러 가자


그렇게 '바다'를 외쳤건 만, 그 여행이 이혼 발표를 하기 전 마지막 가족여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하나는 의지할 곳이 없어 유미네 집을 다시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무너진 마음을 숨기고, 유미의 부모님을 찾으러 가자며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한다. 


영화 우리집

우여곡절 끝에 바다에 도착했지만, 핸드폰도 망가지고, 보고 싶었던 부모님도 끝내 보지 못하게 되자 유미와 하나는 처음으로 갈등을 겪게 되고 크게 싸우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부모님이 부재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이사를 다녀야만 하는 유미와, 이혼 위기에 놓인 하나의 가정. 


결국 이들의 싸움은 누구를 향한 울분이었을까. 


영화 우리집

우리 밥 먹어요


평범한 가족처럼 그저 다 같이 밥 한 끼 먹고 싶었을 뿐었다. 그뿐이었는데, 자꾸만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고, 피해버리고, 헤어질 것이라는 예고를 주며 불안하게 한다. 아이들이 꿈꾸는 집이란, 어떤 집이었을까? 상자를 쌓고 쌓아 올려서 지붕의 모양도 만들고 색도 칠했지만, 어쩐지 계속 안고 가기에는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을 품고 가기에는 너무나 서운한 마음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은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영화 '우리들'로 여러 어른들의 마음을 울린 윤가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이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해지고 싶었던 나에게, 일기장처럼 다가온 영화 '우리집'이었다.


글 여미 

yeoulhan@nate.com

이미지출처 네이버


브런치 무비패스 작가 자격으로 시사회를 관람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영화 <우리집>은 8월 22일 개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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