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 시내에서 쉽게 가볼 수 있는 작은 산을 골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운동은 아니지만 건강을 챙길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것은 자연의 풍경을 흠뻑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주말에 만나볼 뿌연 안개, 연두색 새싹, 젖은 단풍잎, 노란 오후 햇살 같은 풍경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예술의 전당 뒷편에 자리잡은 우면산은 서울둘레길의 남부지역인 4코스에 해당하는 산이다. 서울둘레길 4코스는 사당역에서 시작해, 수서역까지의 길로 그중 우면산이 절반 좀 안되는 7km 정도 거리를 담당하고 있다. 동네에서 가까운 산 중에는 상당히 큰 편이다.
우면산에 가는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남부터미널역이다. 5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뒷쪽으로 돌아 남부터미널 담을 따라 남쪽으로 우면산까지 걷는다. 거리는 얼마되지 않고 산 앞에 도착해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우면산으로 오르는 입구가 보인다. 그 외에 방배역, 사당역도 조금 더 멀기는 하지만 우면산까지 충분히 걸을만한 거리에 있으니 활용해도 좋다. 사실 산책을 하는 입장에서는 어차피 걷기 위해 나온 것이라 좀 더 걷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도로나 시멘트길을 걷기 보다는 푹신한 흙길에 공기 좋은 산길을 많이 걷고 싶은 것 뿐이다.
남부터미널역에서 우면산에 들어서면 산책방향을 어느 쪽으로 할 지 잠시 생각을 한다. 나는 주로 한 바퀴 돌아서 오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로 산정상인 소망탑으로 올라 뒷편으로 내려가 둘레길을 따라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돌아오는 중간에는 둘레길 코스 중간에 예술의 전당 뒤편에 있는 대성사라는 역사 깊은 절을 들러 구경하기도 한다. 때로는 산을 가로질러 우면산 반대편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우면산 안 깊숙히 들어와 있는 서울시인재개발원 울타리를 따라 크게 돌아서 양재천으로 내려가 양재천 산책길을 걷기도 하고, 양재시민의 숲 안으로 들어가거나, 양재꽃시장을 구경하러 가기도 한다. 좀 더 여유가 있을 때에는 산을 넘어 선바위로 내려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우면산은 집에서 가까운 산이라 산책으로도 가지만, 조깅을 위해서도 자주 가는 곳이다. 1시간에 시간에 10km 정도 거리를 우면산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다 보면 산책으로는 부족한 운동량을 보완할 수 있다. 산책과 조깅을 하느라 우면산은 내가 가장 많이 가는 산이기도 하고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너무 아름다운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가을에 산 속을 혼자서 조깅을 할 때면 바람 속에 낙엽이 꽃비처럼 내리고, 바닥에도 발목까지 쌓인 낙엽을 밟으며 뛰는 중에 자연의 생기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우면산은 작은 동네 뒷산에 비해서는 크지만 산이 그리 높지 않고 경사도 많지 않아 걷기에 어렵지 않다. 또 산 안쪽으로 여러 곳으로 갈라지는 오솔길이 많아 산책을 할 때마다 이곳저곳으로 다른 방향으로 돌아다닐 수 있다. 그때그때 가능한 시간에 맞춰 멀고 가깝게 적당한 코스를 만들어 돌아보기에 좋다.
여러 곳을 산책하다가 자기에게 맞는 곳을 찾게 되면 여러 번 가서 산책을 하기를 권한다. 꼭 더 멋진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서지 않더라도 바로 집 앞 산책길의 어떤 시간이 알프스산 정상보다 멋진 풍경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우면산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 아니면 내가 봄,여름,가을,겨울 아침 저녁으로 수십 번을 가면서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산길을 걷는 모든 분들에게 가까운 곳에 이런 산이 있는 행운을 만나기를 기원한다.